터뷰

[인터뷰] (주)덕신양행, 펌프 하나로 40년, 수동에서 전동 전환 소분 펌프 혁신으로 산업·일상 잇는다 임승환 기자 2025-12-30 09:26:21

(주)덕신양행은 1988년 빨간 손잡이에 자바라 호스가 달린 등유 펌프 하나로 출발해, 현재는 20ℓ 용기부터 200ℓ 드럼까지 대응하는 전동·배터리 기반 소분 펌프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단일 아이템에서 출발해 펌프 한 분야만을 파고든 전문성, 플라스틱 기반 경량 설계, 충전식·플로우미터 탑재 신제품 개발 전략을 통해 (주)덕신양행은 산업 현장을 넘어 캠핑 등 일상생활 영역까지 사용 범위를 넓히며 ‘펌프 하면 덕신양행’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주)덕신양행 박경서 대표이사 / 사진. (주)덕신양행

 

‘빨간 손잡이 자바라 호스’에서 출발한 펌프 기업
1988년 설립된 (주)덕신양행(이하 덕신양행)은 ‘빨간 손잡이에 대롱 두 개 달린 등유 펌프’, 흔히 자바라 호스로 불리던 석유 펌프 단일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덕신양행 박경서 대표이사는 “등유 펌프 하나로 회사를 시작해 약 40년 동안 펌프만을 만들어왔다”라며 “지금도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오직 펌프 제조·생산 하나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덕신양행의 주력 제품군은 20ℓ 소형 용기부터 200ℓ 드럼통까지 다양한 용기에서 액체를 소분할 수 있는 펌프다. 20ℓ 용기용 제품은 등유·경유·휘발유처럼 비중이 높지 않은 묽은 액체를 대상으로 하며, 수동식뿐 아니라 AA 또는 D 사이즈 건전지를 사용하는 전동식 모델이 보편화됐다. 스위치만 누르면 자동으로 급유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가정과 소규모 작업 현장에서의 사용 편의성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200ℓ 드럼통용 펌프는 한 번에 약 20ℓ를 급유하는 환경에 맞춰 급유 속도를 높인 구조다. 수동식, 충전식 전동식, 220V AC 전원 직결 방식 등으로 나뉘며, 등유·경유는 물론 엔진오일, 유압유 등 20ℓ 제품보다 점도가 높은 액체까지 대응한다. 덕신양행 박경서 대표이사는 “200ℓ 제품군 역시 수동식과 전동식으로 크게 구분되고, 전동식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DEP-1702 / 사진. (주)덕신양행

 

로타리 펌프 대체, 플라스틱 전동화 전략
덕신양행이 보는 시장의 변화는 명확하다. 그동안 산업 현장에 가장 많이 보급된 펌프는 금속 재질의 로터리 수동식 펌프였지만, 무겁고 고장이 잦아 작업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에 덕신양행은 디자인을 전면 개선하고, 플라스틱 소재 기반으로 경량화한 전동·배터리 펌프를 전면에 내세웠다.


덕신양행 박경서 대표이사는 “기존 로터리 펌프가 금속이라면 우리는 플라스틱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고, 작업성도 뛰어나다”라며 “수동식과 전동식 모두 새로운 구조로 개발해 효율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향후 개발 방향도 명확하다. 코드 연결 방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충전식 배터리 기반 제품을 확대하고, 급유량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플로우미터(유량계)를 탑재한 모델 개발에 집중한다. 덕신양행 박경서 대표이사는 “콘센트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 제약, 코드에 발이 걸리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 방식으로 전환하고, 유량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플로우미터를 적용한 신제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DEP-1403-20V / 사진. (주)덕신양행

 

ISO 9001·전수검사, 수출로 검증된 품질력
덕신양행의 또 다른 경쟁력은 품질관리 체계다. 회사는 ISO 9001 인증을 획득하고, 누설·내압·시동 횟수·유량·양정·접합 상태·플라스틱 재료의 내유성·접속부 내유성·피로·저온·굽힘·조작 등 다수 항목에 대해 100% 전수검사를 실시한다. 이에 덕신양행 박경서 대표이사는 “적합한 제품만 출고하고 지속적인 품질 개선을 진행한다”라는 방침을 강조했다.


이 같은 품질 경쟁력은 수출 실적으로 이어졌다. 덕신양행은 현재 약 3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등유 펌프는 일본 JIS S 2037 규격 검사도 통과했다. 2025년에는 ‘천만 불 수출의 탑’을 처음 수상했고, 2026년에는 ‘이천만 불 수출의 탑’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매출은 약 180억 원이며, 2026년에는 200억 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덕신양행 박경서 대표이사는 “중국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될 때도 있지만, 바이어들이 계속 우리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품질과 신뢰 때문”이라며 “펌프 하면 덕신양행이라는 인식을 전 세계에 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DP-25 / 사진. (주)덕신양행

 

산업에서 캠핑까지 유통 확장
덕신양행의 국내 유통은 (주)디에스케이(이하 디에스케이)가 맡고 있다. 디에스케이는 덕신양행 제품을 공급받아 국내에 납품하는 총판으로, 오프라인 공급업체 중심의 유통과 함께 온라인 판매도 병행한다. 현재 가장 많이 판매되는 브랜드는 크레텍의 ‘스마토’ 라인업과 덕신양행 자체 브랜드다.


디에스케이 이성진 대표는 “펌프 제품은 홍보가 부족해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통을 거꾸로 들고 깔대기로 붓는 방식을 쓰고 있다”라며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제품 사용법과 편의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산업용을 넘어 캠핑 시장으로도 진출했다. 캠핑용 등유 급유계, 물 펌프 등을 출시해 야외 활동 시 급유·급수·간이 샤워·설거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산업 영역을 넘어 일상생활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전문성 하나로 세계 최고 수준 자신”
덕신양행의 가장 큰 강점은 ‘펌프만 40년’이라는 전문성이다. 덕신양행 박경서 대표이사는 “우리가 할 줄 아는 건 펌프 제조 하나인데, 이 분야만큼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라며 “완성도와 품질에서 우리를 따라올 회사는 없다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자동화와 인건비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급유할 수 있는 도구의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덕신양행 박경서 대표이사는 “소개만 제대로 되면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라며 “편리한 펌프를 통해 작업 시간을 줄이고 안전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수동에서 전동으로, 산업에서 캠핑으로. 덕신양행의 40년은 단순한 제품 변천사가 아니라 ‘펌프 전문성’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결과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빨간 손잡이 자바라 호스에서 시작된 펌프 하나가 있다.

 


DP-101A / 사진. (주)덕신양행


또한 덕신양행은 단순히 펌프를 ‘판매하는 기업’을 넘어, 사용 환경에 맞춘 ‘솔루션 제공자’로의 전환도 모색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급유량 관리 미흡으로 인한 원가 손실, 유출 사고, 작업 지연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데, 플로우미터 일체형 펌프는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덕신양행 박경서 대표이사는 “앞으로는 단순 급유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얼마나 안전하게 옮겼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현장의 작은 불편을 기술로 해결하는 것이 덕신양행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덕신양행은 국내 시장 인지도 확대를 위해 디에스케이와 함께 전시회, 체험형 프로모션, 온라인 영상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방식의 홍보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급유 실수 사례를 중심으로, 펌프 사용 전·후의 작업 시간 차이와 안전성 개선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덕신양행 박경서 대표이사는 “아직도 많은 사용자가 깔대기로 통을 거꾸로 들어 붓는 위험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라며 “이런 비효율을 줄이는 것이 곧 산업 현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