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생산 감소에 따른 불균형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홍콩 정부는 재공업화(Re-Industrialization) 전략을 통해 현지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에 나선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홍콩의 제조업 관련 대기업들도 자체적인 생산성 강화를 위한 스마트 생산 도입을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 또한 유망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위해 홍콩 정부와 산업인재 양성을 위한 협력에 나설 필요가 있다.
1. 홍콩 공업 현황
1960년대부터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던 홍콩은 의류, 전자, 플라스틱 등 제품의 높은 품질로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1980년 이후 홍콩은 금융과 서비스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발전 전략을 추진했으며, 홍콩의 제조 기업들은 중국 본토의 저렴한 인건비와 설비비용으로 거점을 옮겼다. 이에 따라 홍콩의 공업은 급속히 쇠퇴했으며 2019년 기준 전체 GDP의 6%를 밑도는 추세다. 홍콩의 제조업 역시 GDP의 1%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기타 중점 경제 지역보다 낮은 수준이다.
<2019년 기준 아시아 중점 경제지역의 산업별 GDP 비중>(단위 : %)
(자료. 세계은행(World Bank))
2. 첨단 공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
홍콩 정부는 공업 활성화를 위해 첨단 공업단지 구축 및 기업 자동화 생산 지원 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2020년 홍콩 정부에서 도입한 재공업화 지원 제도(Re-Industrialization Funding Scheme)는 홍콩에서 설립된 기업을 대상으로 생산 자동화를 지원하는 보조금 제도다.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물인터넷(IoT) 기술, 빅데이터, 인간과 기계의 인터페이스, 인공지능, 머신 학습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기업을 대상으로 생산라인 당 최대 1,500만 홍콩 달러의 보조금을 발급한다. 2021년 7월 기준 총 16개 사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전체 보조금 금액은 1억 홍콩 달러로 집계됐다.
홍콩 혁신과학기술 부서 Rebecca Pun 장관에 따르면, 보조금을 신청한 기업 중 절반이 식품 제조 및 가공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의 대표 사례는 홍콩 식품 시장 36년의 노하우를 지닌 일본의 라면 제조사인 닛신(Nissin)이다. 닛신은 라면 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타이포(Tai Po) 공업단지에서 스마트 생산라인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로봇이 라면 생산을 주도할 것이며, 스마트 센서와 자동화 관리 시스템의 보조를 통해 신제품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HKSTP)
인프라 부문과 관련된 홍콩의 주요 공업단지들은 타이포(Tai Po), 정관오(Tseung Kwan O), 윈롱(Yuen Long)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올해 연말부터 타이포(Tai Po) 공업단지에서는 의료용품 제조 센터(MARS)를 운영할 예정이며 의료기기 및 부품, 건강 관리용품, 의약품 등 정밀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을 지원할 수 있다. 현재 MARS는 바이오테크(Biotech) 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기업 입주를 유치하고 있으며, 그중 의료기기 개발업체인 Time Medical사에서는 MARS에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약 1억 홍콩 달러를 투입한 사례가 있다. 유방암 진단용 및 유아 전용 MRI 기기를 생산하는 약 120대의 계기를 도입해, 동남아와 북미 시장으로의 진출 기회를 모색 중인 상황이다.
홍콩 과학기술산업단지인 과학기술원(HKSTP)에서는 공업 활성화를 위한 홍콩 정부의 정책 방향을 맞추기 위해 정관오와 윈롱 공업 단지에서 첨단 제조업센터와 마이크로 전자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HKSTP의 Albert Wong 대표에 따르면, 두 개의 공업센터가 각각 2022년과 2023년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며 총 14만㎡의 단지 공간에서 스마트 생산 설비, 공동 물류 시스템 및 창고, 24시간 전기 및 냉수 공급 등의 One-Stop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전체 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NiRoTech)
3. 정부 지원 정책에 따른 현지 기업의 제조혁신 사례
홍콩의 의약 브랜드 Po Sum On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장 인원들이 대부분의 생산 과정을 직접 조작해왔다. 최근 이 기업은 홍콩 생산력촉진국(HKPC)에서 지원을 받아 로봇이 조작하는 자동화 생산 라인을 도입했다. 이는 실시간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통해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장 환경을 검사하며 머신비전 시스템(MVS)을 활용해 의약품의 포장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1시간 내에 3,000개의 상품을 포장할 수 있는 약품 생산성을 제고하게 됐고, 의약품 GMP 관련 규정에 따른 생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의 보안설비 제조기업 NiRoTech는 정부의 보조금 지원으로 윈롱 공업단지에서 생산라인을 도입했다. 해당 라인은 기업에서 설치한 12대의 로봇이 부엉이처럼 공장 내의 생산 현황을 한 눈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24시간 작업할 수 있다. 공간이 적게 소요되는 U자 형태로 된 생산 라인을 설치해 전통적인 작업장보다 50%의 공간을 절감했고, 정밀한 대량생산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1.5배로 향상시켰다.
4. 홍콩 공업의 발전 방향
재공업화가 현지에서 주목을 받게 되면서 정부에서 홍콩의 공업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안했다. 향후 홍콩의 공업은 이전에 경쟁력을 가졌던 의류, 전자제품, 시계 등의 분야보다 식품, 의료용품, 친환경, 반도체 관련 등 산업의 기술혁신에 초점을 둘 전망이다. 또한 홍콩 생산력 촉진국(HKPC)에서 발표한 홍콩 재공업화 연구에 따르면 184개의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8%)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등 혁신기술을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중 ▲그린 테크(Green Tech)(75%) ▲푸드 테크(Food Tech)(73%) ▲바이오 테크(Bio Tech)(50%) 분야의 기업들의 기술 도입 의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HKPC)
이에 따라 홍콩은 식품, 의료, 환경 관련 혁신제조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 방향을 정한 다음의 단계로 홍콩 제조업에 투자하기를 희망하는 해외 기술개발 인재와 기업, 투자자를 유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간 홍콩 내 민주화 운동에 따른 시위 지속에도 불구하고 홍콩에서 지사를 설립한 해외 기업들이 전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중 공업에 속한 홍콩 지사의 증가율, 그리고 산업의 부가가치 상승률이 다른 산업 분야보다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본토 시장의 수요 확대로 홍콩을 통해 중국 시장 진입을 희망하는 해외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홍콩의 공업 단지에서 지사를 설립하거나 현지 공장에 대해 투자하는 의향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5. 시사점
홍콩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던 Made in Hong Kong 상품을 어필하기 위해 현지 공업에 대한 산업 활성화와 제조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홍콩은 정부에서 도입한 재공업화(Re-industrialization) 정책에 따라 한국의 식품 전문 산업단지처럼 특정한 품목을 위한 연구개발 및 생산 시설이 융합된 단지를 조성하며 품질 검증 및 인증, 브랜딩 및 마케팅 등 제조 후 서비스까지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홍콩에서 스마트 생산 라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공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중화총상회(HKCGCC) 관계자에 따르면 홍콩 기업들이 현재 제조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나 재공업화 사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므로 해외 기업과 인재로부터의 지원과 자원 도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혁신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써 향후 한국 혁신기술 영역의 인재에 대한 홍콩 산업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홍콩과 한국의 정부 간 산업인재 양성을 위한 소통 및 교류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