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t View] 조선작업용 용접로봇의 현주소와 미래 수동 운반형 협동로봇을 활용한 조선소 용접 자동화 황성훈 기자 2025-06-24 14:49:08

사진. 페어이노

 

페어이노 협동로봇의 국내 총판인 아미쿠스의 박주이 CTO는 KAIS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밴더빌트대학교 인공지능센터에서의 연구원을 거쳐 대우조선해양에서 다년간 용접로봇을 개발한 조선분야 용접로봇 기술의 전문가이다. 조선소 용접 로봇 애플리케이션은 수요자의 니즈가 높은 분야로, 많은 로봇기업의 이목이 집중된 분야이다. 본 기사에서는 박주이 CTO의 도움을 받아 이 분야의 주요 기술동향을 전한다.

 

조선업, ‘사람·경험’에서 ‘로봇·데이터’로 전환
조선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유례없는 수주 호황을 맞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은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조선업은 대표적인 노동 집약형 산업으로, 고된 작업 강도와 열악한 근무 환경, 낮은 임금 수준 등으로 인해 젊은 세대의 유입이 줄고, 숙련 인력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급증하는 수주량까지 더해지면서 인력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조선업계가 선택한 것은 바로 로봇 기반의 자동화 기술이다. 특히 선박 건조의 핵심 공정인 용접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거나 보조함으로써, 생산성은 물론 정밀도와 품질, 안전성까지 동시에 향상시키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형 조선소들을 중심으로 용접 로봇의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일정 부분에서는 이미 인력 대체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봇 기술을 통해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작업자는 보다 숙련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공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전체적인 생산 효율성과 품질 일관성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용접 작업의 자동화는 단순한 노동력 대체 차원을 넘어, 고품질·고정밀·고신뢰성의 선박 건조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복 작업에 따른 피로 누적, 환경 요인에 따른 품질 편차, 작업자 숙련도에 따른 불일치 등을 극복하기 위해 로봇의 역할은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생산성 향상은 물론, 안전사고 예방, 품질 안정화, 원가 절감이라는 복합적인 이점을 창출한다. 


현재 조선소 현장에서 활용되는 로봇 기술은 단순한 용접 작업을 넘어 절단, 가공, 조립, 도장, 검사, 자재 취급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로봇 기술이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조선 산업의 근본적인 작업 방식 자체를 혁신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사람과 로봇이 동일한 공간에서 협력하는 협동로봇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협동로봇은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공정 유연성을 높일 수 있어, 조선소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모바일 매니퓰레이터의 경우, 조선소 내 공장을 횡단하며 작업자를 보조하거나 대형 및 소형 부품을 다양한 공정 지점으로 운송할 수 있어, 인력 효율화와 공정 간 연계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된다. 이러한 로봇에는 비전 시스템, 근접 센서, 거리 센서 등 고급 센서들이 장착돼 있으며,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보다 안전하고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많은 글로벌 및 국내 로봇 제조업체들이 이 영역에 주력하면서 조선소에 특화된 기술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조선소의 용접 작업은 주로 밀페된 공간에서 이뤄진다. 작업자들은 좁은 액세스홀(임시 출입구)을 통해 드나들며 론지(철판 휨 보강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하고,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로봇의 자동 이동의 경우 장애물이 많은 조선소에서는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최근 조선업계에서 용접 자동화를 위해 많은 협동로봇이 투입되고 있으나, 여전히 사람이 직접 작업 위치로 로봇을 이동시켜야 하며, 이를 통해 근골격계 질환 발생 우려와 효율성 등 한계가 명확하다. 


본 칼럼에서는 로봇, 특히 수동 운반형 협동로봇을 중심으로 조선소 용접 자동화의 현주소와 과제, 미래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조선소 용접 자동화의 특징
조선소에서 용접 작업은 선박 생산 전 과정에서 가장 높은 정밀도와 숙련도를 요구하는 핵심 공정이다. 수주 후 설계에서부터 시운전까지 이어지는 모든 공정 중 용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며, 이 공정의 품질이 곧 선박의 전체 구조적 안정성과 직결된다. 그만큼, 용접의 자동화는 조선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대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많은 공정에서 다양한 자동화 기술이 적용돼 왔지만, 상대적으로 구현이 까다로운 고난이도 공정들이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용접의 경우, 조선소 특유의 작업 환경, 작업물 특성, 공간 제약, 정밀도 요구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어, 자동화 구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많다.


조선소 용접 자동화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작업 대상이 되는 부재가 매우 크고 무겁다는 점이다. 산업 설비나 자동차 부품처럼 비교적 소형이고 정형화된 대상과는 달리, 조선소의 작업물은 선박 블록 등 대형 구조물로 구성돼 있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산업 로봇처럼 고정된 로봇 주변으로 작업물이 공급되는 구조가 아니라, 로봇이 직접 작업물 앞으로 이동해야 하는 작업 환경이 일반적이다.


둘째, 작업물 자체의 치수 오차 및 형태 변형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조선소에서는 절단, 취부, 조립 등 일련의 공정에서 누적되는 미세한 오차, 열에 의한 변형, 취부 불량 등으로 인해 실물 부재가 CAD 설계도면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자동화 구현을 위해 정밀한 인식 및 보정 기술이 요구된다.


셋째, 조선소는 대부분 야외 혹은 이에 준하는 작업 환경을 갖는다. 이는 곧 온도 변화, 습도, 직사광선, 비바람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한 센서나 카메라 기반 인식 기술에 큰 제약을 가하는 요소다. 클린룸 등 실내 기반의 자동화 설비와는 달리, 거친 외부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견고한 하드웨어 및 알고리즘의 구축이 필요하다. 


넷째, 작업물의 표면 상태가 균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조선소에서의 강판이나 부재 표면은 녹이 슬어 있거나, 프라이머 또는 페인트가 불규칙적으로 도포돼 있어, 비전 시스템이 용접선을 정확히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이는 센서 인식 오류나 위치 오차로 이어져 용접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선소 용접 자동화의 주요 기술
조선소의 특수한 용접 환경에서 로봇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반복 작업에서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로봇의 이동과 오차 보정 등의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 조선 용접 자동화를 실현하기 위한 주요 기술은 다음과 같다.

 

(1) 작업물에 로봇을 접근시키는 방식
조선소에서는 대형 구조물의 고정 설치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로봇이 작업물로 접근하는 구조가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갠트리 구조에 로봇을 장착해 수직·수평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 있으며, 이는 대형 블록에서 반복성과 정밀성을 보장한다. 또한, 로봇 시스템을 이동식 대차에 탑재해 크레인이나 호이스트 등으로 공정 간 이동시키는 방식도 쓰인다. 마지막으로 접근이 어려운 이중선체 내부나 협소한 구간에서는 초경량 로봇을 작업자가 손으로 운반하는 수동 방식이 활용된다.

 

(2) 오차 보정 기술
조선소에서는 설계 정보와 실 작업물 간의 구조적 오차 발생이 빈번하다. 사용자가 입력하거나 설계 정보 시스템으로부터 얻은 부재정보로부터 OLP(Off-Line Program)로 로봇이 용접할 기준위치가 생성되지만 실제 용접 위치가 설계 정보와의 오차가 있으므로, 부재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해 용접기준점으로 삼는다. 


용접위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오프라인 용접선 측정방법(Laser Vision System, 이하 LVS)이 있다. 이는 용접을 수행하기 전 LVS를 이용해 용접선을 검출하고 그 경로를 메모리에 저장한 후 용접 수행하는 방법이다. 또한, 용접 와이어에 전압을 가해 부재를 직접 접촉시켜 부재의 위치를 측정하는 터치센서를 사용하기도 하고, 레이저 거리센서(Laser Distance Sensor, 이하 LDS)를 이용해 부재의 위치를 측정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또한, 용접을 수행하면서 부재의 용접선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용접전류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해 로봇이 용접선을 따라가도록 경로를 보정하는 아크센서를 주로 사용하고, 보다 정밀한 용접선 추적을 위해서는 온라인 LVS를 사용한다.

 

(3) 극한 환경 대응 방안
조선소는 바닷바람, 습도, 염분, 온도 변화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존재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장 자동화 로봇과는 다른 고강성 설계가 요구된다. 따라서 로봇은 고온·고습·먼지·진동 등의 극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며, 내구성이 검증된 센서를 채택해야 한다. 또한 외부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 제어 시스템의 도입, 예를 들면 커버, 방진 설계, 내습 구조 등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4) 검증된 센서 활용
용접에서 부재 표면의 상태는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조선소에서는 녹슨 표면이나 불순물이 부착된 부재를 다루는 일이 많기 때문에, 고정밀 고속을 자랑하는 첨단 센서들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센서와 노하우가 결합된 방법이 선호된다. 한 예로, 터치센서의 경우 터치에 사용되는 전압인 낮은 경우 정확한 접촉 판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어, 300V 이상의 고전압 터치센서를 활용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수동 운반형 용접로봇의 개념과 기술 요건
작업자가 직접 로봇을 손에 들고 운반해 사용하는 수동 운반형 용접로봇은 초경량 로봇과 협동로봇의 상용화가 본격화된 이후 빠르게 조선소 현장에 확산되고 있다. 실제 조선 블록 용접 공정에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HD현대삼호중공업을 중심으로 대량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수동 운반형 용접로봇은 작업자가 직접 장비를 운반·설치·작동하는 방식인 만큼, 기존의 고정형 또는 이송형 자동화 시스템과는 다른 기술적 조건이 요구된다. 다음은 이러한 로봇 시스템에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주요 요건이다.


첫째, 로봇 본체의 경량화가 핵심이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따르면 작업자가 반복적으로 운반하는 장비의 경우 20㎏ 이하의 무게가 요구되며, 실제 조선소 현장에서는 약 15㎏ 내외가 작업자가 무리 없이 들고 이동할 수 있는 한계로 간주된다. 자석 고정장치와 토치 브라켓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을 고려할 경우, 로봇 본체 자체는 12㎏ 이하로 설계돼야 한다.


둘째, 부대장비의 모듈화 및 간소화가 필수적이다. 로봇, 토치, 송급기(Feeder), 케이블, 제어기, 보조공구 등은 이동성과 현장 적용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구성으로 통합돼야 하며, 장비의 탈부착 및 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셋째, 설치 및 운용의 간편성도 중요한 요소이다. 로봇을 설치한 후 와이어 정비, 용접 부재 정보 입력, 작업 실행까지의 절차가 단순화돼야 하며, 로봇의 작업을 선택하고 치수와 작업조건을 입력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무게가 가볍더라도 이동 시에 번거로움을 주지 않도록 몸에 거치하거나 무선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넷째, 로봇 고정 방식과 기준 정렬 시스템도 안정성과 정밀도 확보를 위해 고려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바닥 고정에는 스위치형 영구자석이 사용되며, 로봇 베이스는 작업 대상물(부재)과의 전기적 절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아울러 기준 위치 정렬을 위한 장치는 라인레이저 또는 물리적 가이드 기구를 이용하는 방식이 널리 채택되고 있다.

 

라인레이저가 부재의 용접선과 일치하도록 로봇의 위치를 조정해 고정한다 / 사진. 아미쿠스


이러한 기술적 요건은 조선소와 같이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변수가 많은 산업 현장에서 수동 운반형 로봇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되기 위한 기본 전제 조건이며, 향후 조선업 로봇 자동화의 보급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동 운반 용접로봇의 품질 확보를 위한 기능
수동 운반형 용접로봇의 용접 작업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OLP 방식으로 생성된다. 이 방식은 설계 정보 시스템으로부터 데이터를 연동하거나, 작업자가 현장에서 부재 형상과 치수를 직접 입력해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그러나 조선소 현장에서는 설계 정보와 실제 부재 간의 오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전산 연동 방식은 구축 및 유지의 부담이 크고 실용성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조선소는 현장에서 작업자가 메뉴 방식으로 입력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입력 정보만으로는 용접 작업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로봇이 실제 용접선을 정밀하게 인식하고 추적할 수 있는 보조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터치센서의 원리 / 사진. 아미쿠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보조 기술은 터치센서와 아크센서이다.
터치센서는 용접 와이어에 전압을 인가한 상태에서 용접 대상 부재와 접촉 시 발생하는 통전 여부를 감지해, 부재의 정확한 위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센싱에 사용되는 와이어가 실제 용접에 사용하는 와이어와 동일하기 때문에 위치 오차가 없으며, 별도의 좌표 보정 없이도 고정밀 인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터치센서 외에도 LVS 또는 LDS와 같은 광학 기반 인식 기술이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방식은 고가의 장비가 요구되며, 복잡한 캘리브레이션 과정과 느린 처리속도로 인해 실무 적용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이에 따라, 조선소와 같은 중대형 구조물 용접 환경에서는 여전히 터치센서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편, 터치센서 사용 시 부재 표면에 녹, 페인트 잔여물, 불순물 등이 존재하면 통전이 되지 않아 감지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300V 이상의 고전압을 사용하는 외장형 터치센서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보다 안정적인 작동을 위해 용접기에 기본 탑재된 50~70V 수준의 터치센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 과정에서 고전압 전류가 홀더 선(+극)을 통해 용접기 본체로 역류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홀더 선을 스위칭할 수 있는 대용량 릴레이 회로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는 고전류 대응이 가능한 릴레이를 적용함으로써, 장비 보호와 감전 방지 등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실제 현장에서의 용접선은 설계 정보와 다르게 굽어 있거나 편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정밀하게 추적하기 위해 아크센서의 기능이 활용된다. 아크센서는 용접 중 발생하는 전류의 미세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로봇이 용접선을 따라가도록 경로를 자동 보정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조선소 작업 환경에 투입되는 용접로봇은 아크센서 기능을 반드시 탑재하고 있어야 하며, 이는 용접 품질의 일관성과 정밀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사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이 수동 운반형 용접로봇이 조선소와 같은 복잡하고 변화가 많은 용접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현장 입력 기반의 OLP, 고전압 외장형 터치센서, 대용량 릴레이 회로, 아크센서 기반의 경로 보정 기술 등이 통합적으로 적용돼야 하며, 이러한 구성은 용접 품질 확보와 반복 공정의 신뢰성 확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수동 운반형 용접로봇의 한계점
현재 수동 운반형 로봇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구간은 론지(Longitudinal Girder) 사이다. 론지는 사이드 셀(Side Shell), 버텀 셀(Bottom Shell), 데크(Deck) 하부, 스트링거(Stringer) 에 종으로 길게 붙는 ‘T·ㄱ’ 모양의 판의 직선도나 모양을 유지하고 하중을 버티도록 붙는 부재로, 단차가 존재해 로봇의 이동이 용이하지 않아 로봇의 자동 이동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는 약 10~15분마다 작업자가 직접 로봇을 재설치해야 하며, 이로 인해 작업자 1명이 로봇 1~1.5대를 운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미쿠스가 공급하는 페어이노의 협동로봇은 가볍고 용접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 사진. 아미쿠스


만약 론지 사이를 로봇이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작업자 1명이 최대 5~10대의 로봇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몇몇 조선소에서는 레일을 설치하거나 크레인을 활용해 자동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로봇에 이동형 다리를 장착해 론지 구간을 넘나드는 로봇의 개발이 시작됐다. 즉, 로봇의 무게가 점점 가벼워지면서, 자율 이동 방식의 실현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한, 내구성 확보는 수동 운반형 로봇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다. 로봇을 손으로 들고 설치하면서 많은 충격과 하중이 가해지는데, 이로 인해 감속기 등 주요 부품에 손상이 발생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로봇 자체의 강건 설계, 운반을 고려한 손잡이 구조 설계, 내구성 시험, 그리고 모듈 단위의 빠른 교체와 부품 호환성 확보가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설치 편의성도 매우 중요하다. 메뉴 방식 기반의 UI는 작업자가 입력해야 할 정보가 많아 불편하므로, 향후에는 AI 기반 자가 인식 기능이 탑재돼, 로봇이 스스로 작업 부위를 인식하고 조건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조선소 용접 자동화에 적용 가능한 수동 운반형 협동로봇 예 / 자료. 아미쿠스

 

수동 운반형 용접로봇 사례
최근 수동 운반형 용접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로봇 메이커들은 보다 경량화되고 조선 용접에 특화된 로봇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유니버셜로봇(Universal Robot), 레인보우로보틱스(Rainbow Robotics), 자카(JAKA), 페어이노(FAIRINO)등에서 수동운반형 용접로봇에 적합한 경량의 로봇을 갖고 있는데, 이중에서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평가받는 것이 페어이노 로봇이다.

 

특히 페어이노는 위빙 웰딩, 아크 트래킹, 심 트래킹, 웰딩 리커버리 등 다양한 고급 용접 기능은 물론, 오픈 플랫폼 소프트웨어 ‘AirLab’을 탑재한 로봇을 통해 조선소와 같은 복잡한 작업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품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조선소 용접 자동화에 최적화된 페어이노의 협동로봇 / 사진. 아미쿠스


페어이노의 대표 제품인 ‘FR3WMS’는 가반하중 3㎏, 본체 무게 10.5㎏에 불과한 초경량 로봇이다. 이 로봇은 작업자가 손으로 직접 들고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좁고 복잡한 용접 환경에서도 높은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로봇과 제어기 사이의 케이블 길이를 최대 40m까지 연장할 수 있어, 제어기·용접기로부터 먼 지점까지의 작업이 가능하고, 아크센싱, 터치센싱, 위빙 모션 등 용접 품질과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다양한 기능을 모두 탑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협동로봇 제품 대비 낮은 가격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가성비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조선 선박 용접 공정 사례 모식도 / 사진. 페이어노


조선소 현장은 수많은 강판을 용접해 선체를 구성하기 때문에 장거리 송급, 고강도 및 기밀성 확보, 다양한 자세(평면, 수직, 천장)에서의 안정적인 용접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존 표준 용접 토치의 경우, 장거리 송급 중 와이어 막힘이나 끊김 현상이 자주 발생해 용접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웠다. 이에 반해 페어이노는 장거리 송급에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경량형 푸시풀 방식의 전용 용접 토치를 적용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로 인해 수직이나 천장과 같은 어려운 위치에서도 균일하고 신뢰도 높은 용접 품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페어리노의 국내 공식 파트너사인 아미쿠스(AMICUS)는 주요 조선소 및 중공업 고객사를 대상으로 실증 테스트 및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자율 이동형 용접로봇 상용화 이전 단계에서 수동 운반형 로봇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페어리노 제품의 시장 확대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맺는말
조선산업은 인력 의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람과 경험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로봇과 데이터 중심’의 스마트 제조 체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자동화 기술의 도입은 단순한 인력 대체를 넘어, 정밀도 향상과 품질 일관성 확보, 안전성 제고 등 복합적인 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


고숙련 용접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로봇 자동화는 이제 조선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수동 운반형 용접로봇은 복잡하고 협소한 작업 환경에 적합한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향후에는 자율 이동과 위치 인식, 자동 용접 기능까지 통합된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소의 용접 자동화는 단순한 장비의 문제가 아닌, 기술·공정·사람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 혁신’의 과제다. 이제 조선업계는 로봇을 단순한 작업 보조 수단이 아닌 산업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현장 지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 기술을 융합해 ‘스마트 조선소’로의 전환을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 아미쿠스 박주이 CTO / 기술상무 /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