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다인정공(대표이사 윤혜섭, 박준범)은 사옥 자체가 주위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구업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세련된 디자인에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두 개의 건물이 이어진 다인정공 사옥에는 제조시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국내 최대 툴링 제조기업으로 알려진 다인정공은 특히, 최근 소프트웨어 사업 및 로봇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기업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4월에 개최된‘SIMTOS 2018’에서 다인정공은 공구관리 툴인 스마트 툴 매니지먼트(Smart Tool Management)와 두산의 협동 로봇 솔루션 데모를 선보이면서 이러한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다인정공의 이승수 마케팅 본부장을 만나 다인정공의 성장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다인정공 이승수 마케팅 본부장
Q. 설립 이래, 40여 년 동안 다인정공이 국내 대표적인 종합 툴링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A. 다인정공은 40년 동안 사업을 해오고 있는데, 회사가 설립되면서 바로제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일본의 절삭공구를 수입 판매했었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이 추가가 돼서 실질적으로 제조를 한 것은 올해로 30년이 됐다. 특히 일본의 선진제품 판매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 제조의 밑바탕이 됐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공구업체들이 제조능력이 뛰어나질 않아서 대부분 수입판매 위주였고, 한국 내에서 절삭공구를 제조하는 업체는 2개 사 정도였다. 당시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하고, 산업화가 전개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물건을 만들어내면 팔리는 것이 시장상황이었다.
Q. 다인정공의 올해 매출목표가 3천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A. 다인정공은 한국야금의 최대지분을 가지고 있다. 연결재무재표 기준으로는 다인정공과 한국야금을 합해서 매출액이 3천억 원 이상이다. 다인정공이 1천억 원, 한국야금이 2천억 원 규모다. 한국야금이 제조하는 것은 소모공구이고 다인정공은 중공구이다 보니까, 두 회사의 매출이 차이가 난다.
Q. 매출 목표를 크게 잡았다는 것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는 것인데, 어떤 부분에서 매출확대를 자신하고 있나?
A. 올해 추가가 된 것이 로봇 사업이다. 최근, 다인정공이 두산의 협동로봇에 대한 독점 에이전트로 선정이 됐다. 앞으로 로봇 솔루션 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꾀하고, 이를 매출
확대로 이어나갈 방침이다. 로봇사업부에는 현재 5명이 있고, 올해 안으로 10명까지 충원할 계획이다.
Q. 두산에서 공구업체인 다인정공을 독점 에이전트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알다시피 로봇 사업도 이제 블루오션만은 아니다. 해외 메이커도 많고, 국내에서도 중소업체들까지 로봇을 출시하고 있다. 단순하게 로봇만을 하나의 상품으로 팔기에는 시장규모에도 문제가 있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하드웨어와 연결이 되거나 소프트웨어와 연결이 되는 부분이 필요해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 다인정공이 툴링을 하다보니까 설비나 가공하는데 있어서 시스템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두산이 다인정공을 협동로봇 에이전트로 선정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다인정공의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다인정공은 국내에 영업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두산이 로봇을 판매하는데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국야금이나 다인정공 모두 공장이 무인 자동화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 자동화된 무인로봇시스템은 유럽산이든 일산이든 장비에 부착된 형태로 들어오는데, 설비를 하게 되면 우리의 시스템 노하우가 로봇 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다인정공은 로봇이 잡아주는 그립 부분에서 오래 전부터 충분한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 자체가 그립이 세트로 붙어 있는데, 그런 외산설비를 꽤 오래 전부터 써왔기 때문에, 이것을 관리하고 응용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실 경험치가 풍부하다.
지난 ‘SIMTOS 2018’ 전시회에서 두산 자체의 부스 외에도, 우리 다인정공에서도 자체적으로 로봇 시스템을 꾸며서 데모를 진행하는 등, 우리의 장점인 기획력과 영업력, 마케팅 능력을 고객들에게 전달했다.
공구업체의 사옥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의 다인정공 사옥. 건평 4천5백 평, 대지 5천 평 규모다(사진. 다인정공).
Q. 로봇 사업이 시작되면 다인정공의 사업이 시스템으로 바뀌는 건데?
A. 기존의 하드웨어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드웨어가 바탕이 되어 있지 않으면, 시스템을 고객에게 제안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다인정공이 먼저 공장에 로봇 세팅작업을 하고 있다. 이것을 레퍼런스로 고객이 직접 와서 볼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 부분을 우리가 먼저 해보고, 표준 로봇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앞서 말한대로, 단순하게 로봇 하나만 가지고는 가격경쟁력이 없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는 중국제품들이 품질도 올라오고,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따라서 브랜드 플러스 어플리케이션, 솔루션으로 사업변신을 함으로써,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Q. 다인정공의 성장을 주도하는 주력제품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
A. 머신센터에 들어가는 아바류와 고경도나 열처리, 주물에 쓸 수 있는 CBN 이 두 가지가 메인품목이라고 할 수 있다. CBN은 한동안 다인정공이 국내시장을 석권해 왔다. 지금은 경쟁사들이 많이 생겨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Q. 현재 신소재 가공용 고성능 공구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인정공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나?
A. 아바를 보면 항공분야에서 난삭재를 쓰고 있는데, 고민스런 부분이 황삭가공을 할 때 질기기도 하고 강하기도 하니까 측면을 가공하면 엔드밀이 다 빠져 버린다는 것이다. 다인정공에서는 이것을 방지해주는 시스템을 이미 개발했다. 이제는 하드웨어 자체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부분이 중요하다. 우리가 특허를 내고 진행을 해도 중국에서 그냥 카피를 해버리니까 이것이 고민이기는 하다. 기존의 하드웨어는 그대로 두고 기능적인 측면을 보강해서 엔드밀이 빠지지 않는 척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특허를 내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하나는 항공시장의 폐쇄성 때문에 새로운 공구의 진입이 어렵다. 무조건 자기네들이 쓰던 것을 쓰라는 측면이 강하고, 더 큰 문제는 만약 항공기 사고가 났을 때 부품의 원인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쪽에 책임이 있다고 판정이 나면 엄청난 배상을 해야 되기 때문에, 큰 기업조차도 바꾸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다. 항공산업이 커진다고 하는데 워낙 폐쇄성이 강해서 진입이 쉽지는 않다. 또 주문이 여러 단계를 거쳐서 오다 보니까 국내에서 생산을 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공장을 해외로 옮겨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품질을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이런 것들에 대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갈 방침이다.
Q. 인더스트리 4.0이나 스마트 팩토리 같은 새로운 제조 트렌드와 관련한 다인정공의 비전은 무엇인가?
A. 다인정공의 비전은 융합이다. 지금까지 얘기한 소프트웨어 사업 추가가 바로 융합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해왔던 사업들이 개별성이 있었다면 지금은 통합 솔루션, 하나로 시스템화 해서 고객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드웨어적인 부분도 IoT를 도입한 부분이 있는데, 보링툴 같은 것이 하나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다이얼로 눈금을 돌려서 보링 경을 맞췄는데, 사람의 시각으로 눈금을 돌리다보면 오차가 생길 수 있다. 보링 같은 경우는 구조상 정밀나사로 조절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 갈 때나 뒤로 갈 때 백래쉬가 생긴다. 실질적으로 아무리 정밀해도 기존 것은 조절하고 나서 다시 살짝 돌리면 안 움직인다. 요즘은 디지털화해서 미크론 단위로 조절을 할 수 있으니까 백래쉬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전자에 관련된 부품은 대량 양산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기업은 디지털화하려고 해도 주문수량이 적어서 부품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이 발전되어 있는 대만 같은데서, 컨트롤할 수 있는 회로 등을 구입을 하려고 한다. 또 산학협동을 통해, 산업기술대에 의뢰를 해서 그쪽에서 샘플을 만들거나 아니면 다른 데서 가져오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Q. 지난 2017년 사업성과는 어땠나?
A. 2016년에 비해 매출이 소폭 하락했다. 그동안 모 대기업에서 매년 두 가지씩 새로운 모델이 나왔다. 모델이 바뀔 때마다 공구들도 바꿔야 하니까 수요가 지속적으로 있었는데, 국내 휴대폰이 인도나 중국 화웨이, 샤오미에 밀리다 보니까, 전체적으로 휴대폰 생산량이 줄면서 공구 수요량이 줄어든 것이 매출하락의 원인이다.
다인정공에서 올해부터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협동로봇.
지난 ‘SIMTOS 2018’에서 솔루션 데모를 선보였다(사진. 다인정공).
Q. 올해는 지난해 보다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나?
A. S사를 제외한 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다 사업이 좋다. 다인정공은 매출비중의 50% 이상이 해외이기 때문에, 국내시장은 방어에 주력하고, 해외매출을 강화하는 전략을 가져가
고 있다. 현재 유럽과 동남아 등 20여 개국에 수출을 하고있다. 중국과 베트남에 지사가 있고, 해외 딜러는 100여 개 정도가 있다. 특히, 해외매출의 60%가 중국이다. 중국에 공장이 있고 직원도 판매법인과 제조법인 두 개 합해서 100명이 넘는다.
Q. 다인정공에서는 품질향상이나 기술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A. 다인정공은 자체적으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 인원은 20여 명이다. 개발, 시작(試作), 설계 이렇게 3개 파트로 조직되어 있다. 엔드툴 실제 절삭공구 쪽에는 3개 업체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 준공구업체 가운데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우리 다인정공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