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성 고분자의 분자 구조상 특징과 유용한 기능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 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上) 이명규 기자 2015-01-30 10:00:13

 

Plastic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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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 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전도성 고분자의 분자 구조상 특징과 유용한 기능

 

앨런 맥디아미드, 히데키 시라카와, 앨런 히거 등 3명의 과학자는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1977년에 발명하고, 그 후 23년간 그것의 유용성을 입증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함으로써 2000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그 후 이들은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전도성 플라스틱: Conductive Polymers)분야를 화학과 물리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연구분야가 되도록 발전시켰으며, 이후 실용화 성공사례가 속출돼 소위 플라스틱 전자시대가 개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본지에서는 ()한국과학문화진흥회에서 게재한 강박광 교수의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의 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이라는 자료를 재조명해봤다.

 

* 자료. ()한국과학문화진흥

 

전도성 플라스틱의 분자구조 상의 특징

전자가 이동하는 현상을 우리는 전기가 통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가 통하는 구리나 은 등의 금속은 그 내부에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전자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플라스틱의 경우,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플라스틱이 전기를 통할 수 있는 물질로 변화하려면 어떤 방법으로든 그 내부에서 전자가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의 분자구조를 특수하게 만들어 전자가 분자 내에서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전도성 플라스틱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그러한 방법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었다.

전기를 통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발명됐다는 것은 플라스틱의 분자구조가 전자의 이동이 가능한 특수한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의미가 된다. 전기가 통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발명된 이후, 그러한 플라스틱의 분자는 보통 플라스틱과는 달리 특정 패턴의 구조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특정 패턴이라 함은 전자가 분자 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져 있다는 의미로, 전자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전기가 통할 수 있는 기본 구조를 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노벨상 수상 대상이 된 폴리아세틸렌을 사례로 되도록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1> 폴리아세틸렌의 분자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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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과학문화진흥회

 

폴리아세틸렌의 분자 구조는 수백 내지 수천의 녹색구슬을 꿰어 놓은 기다란 사슬에 비유할 수 있다. 각각의 녹색구슬은 작은 분홍색구슬을 하나씩 달고 있다. 여기에서 사슬에 꿰여 있는 녹색의 큰 구슬은 탄소 원자 즉 C라 생각하고, 분홍색의 작은 구슬은 수소 원자 즉 H라 생각하면 된다. 사슬은 직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지그재그 식으로 꺾기면서 이어간다.

여기에서 전자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특정 패턴은 사슬 부분의 빨간 막대이다. 사슬 부분의 탄소 원자를 하나씩 건너뛰면서 징검다리처럼 만들어져 있는데, 이곳이 전자가 한 칸씩 뛰어 넘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이러한 분자구조 패턴을 전문적인 용어로는 파이공역계라 한다. 여기에서 검은 막대나 빨간 막대는 2개씩의 전자가 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검은 막대에 있는 전자는 이동이 불가능하나, 빨간 막대에 들어 있는 전자는 이동이 가능한 전자를 말한다.

이 막대 모두에 전자가 꽉 차있으면 전자 이동은 불가능하나, 어느 빨간 막대에 전자가 비어, 자리가 생기면 그곳으로 이웃의 전자가 이동할 수 있다. 전자가 일단 이동하고 나면 원래 있던 자리는 다시 빈자리가 되기 때문에 또 다른 전자가 그리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전자의 흐름 즉 전류가 생겨난다.

따라서 빨간 막대에 들어 있는 전자를 한 개 이상 빼내야 전기가 통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된다. 이때 극소량의 전자만 빼내도 전자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전기가 통하게 되는데, 빨간 막대에 들어 있는 전자를 빼내 빈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을 도핑(Doping) 처리라 한다. 이는 전자를 빼내올 수 있는 극소량의 물질을 투입하는 처리 과정으로, 폴리아세틸렌의 경우 소량의 브롬이나 요오드를 첨가하면 도핑 처리돼 전기를 통하는 플라스틱으로 변한다. 브롬이나 요오드는 전자를 빼내오는 성질을 가진 물질이다.

 

전도성 플라스틱의 실용화 도전과 유용한 기능

전도성 플라스틱이 발명된 것은 1977년이었으며 너무나도 매력적인 장점 때문에 수많은 전기 전자 제품이 플라스틱으로 바뀌는 플라스틱 전자(Plastic Electronics)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가볍고, 유연하며, 저렴하면서도 가공하기 좋아 전기가 통하는 재료로 수많은 신제품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꿈같은 이야기는 간단하게 현실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전도성 플라스틱의 1호로 발명된 폴리아세틸렌이 극복해야 할 몇 가지 단점때문이었다.

쉽게 녹일 수 있는 용매가 없고, 가열해도 녹지 않으며, 순도를 높이기 어려워 공기 중에서 변질하기 쉬운데다 전기 전도도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등이 결점이었다. , 이는 전도성 재료로 실용화하기에는 결정적 단점을 가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따라서 노벨상을 수상한 3인의 당사자들은 물론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이러한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전했다. 이러한 노력이 탄력을 받은 근본적 이유는 플라스틱은 금속과는 달리 원래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분자, 즉 고분자(Polymer)이기 때문에 그러한 결점을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고분자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능력을 화학자들은 이미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977년 이후 30여 년간의 노력은 다음과 같이 대략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처음 8년간(1977~1985)은 요람기로서 새롭게 만든 전도성 플라스틱 100여 종류를 시험해 결점을 줄여나가고 전도성 플라스틱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는 등 초기에 나타난 결점을 극복하는 기간이었다.

이후 10년간(1986~1995)은 용도개발기로서 처음으로 실용화 사례가 나오기 시작한 기간이었다. 그 다음 10년간(1996~2005)2단계 도약기로서 전도성 플라스틱이 전기를 통한다는 기능이외에 획기적인 새로운 기능인 광학관련 기능(발광, 감광, 광전변환), 반도체 기능 등이 밝혀짐으로서 재도약기를 맞았다.

전도성 플라스틱을 발명한 3명의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이 수여된 시기는 발명 후, 23년이 지난 2000년이었다. 당시 실용화 사례가 입증되고 제2도약기로 접어든 시점이었고, 이러한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명확하게 들어난 전도성 플라스틱의 유용한 기능은 다양하고 광범하게 나타났으며 그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플라스틱 도전체로서의 기능

- 좋은 가공성, 낮은 생산가격, 경량성, 유연성 등 플라스틱의 장점을 이용해 구리로 된 전기회로 대신 전도성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다(플라스틱 도전 재료를 잉크처럼 만들어 인쇄나 프린트 방식으로 초미세 전자회로를 제작할 수 있다).

- 비닐처럼 투명하면서 전기를 통할 수 있는 얇은 필름형 플라스틱 도전체를 만들어 투명성을 요하는 특수 도전체로 사용할 수 있다(무인자동금전출납기의 터치스크린).

- 플라스틱 도전체를 용액에 녹여 코팅함으로서 전자파 차폐 및 정전기 방지용 코팅제로 사용할 수 있다(핸드폰, 가전제품 등에 코팅하여 유해 전자파 차폐 및 정전기 충격 방지).

 

2. 전기를 축전하는 기능

- 핸드폰, 노트북 등의 무거운 충전식 전지(이차전지)를 가볍고 성능이 좋은 전지로 만들 수 있다.

- 납축전지 등 무겁고 부피가 큰 배터리를 플라스틱 재료로 대체해 가볍고 성능이 좋은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자동차용 경량 고성능 배터리).

- 모든 전기/전자 회로의 핵심 부품인 전해콘덴서를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3. 반도체 재료 기능

- 실리콘보다 훨씬 값싸고 가공하기 편리한 새로운 반도체 소재인 유기반도체재료를 개발할 수 있다.

- 초미세화를 지향하는 반도체에 있어 하나의 분자가 하나의 반도체 소자가 되는 극미세 반도체 개발로 성능을 1,000배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이다.

 

4. 광학기능(발광, 감광, 광전 변환)

- 플라스틱 도전체에 전기를 통하면 스스로 강력한 빛을 발하고 그것도 매우 에너지 절약형 발광 기능을 보이기 때문에 모든 디스플레이 장치(대형평판 TV, 핸드폰 화면, 컴퓨터 모니터 화면 등)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는 OLED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두루마리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화면, 전자종이 신문 등을 개발할 수 있다.

- 플라스틱 도전체에 빛을 비추면 그것을 전기로 바꾸는 기능 즉 광전변환 기능이 발견돼 새로운 태양전지를 개발할 수 있다.

- 플라스틱 도전체에 빛을 비추면 그것을 감지하는 기능 즉 감광기능이 있다는 것이 확인돼 레이저프린터, 광기록 소재, 전자사진복사기, 전기변색소자, 감광 재료, 센서, 비선형 광학소자 등 무수한 전자 부품의 개량이 가능하다.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이 차츰 발견됨에 따라 수많은 과학자들이 가능성을 실용화로 굳히기 위해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이러한 개발 추세 중에서 광학기능 분야가 가장 앞서고 그다음이 반도체 재료 기능 분야로 인정되고 있다.  

  

<본 내용은 <월간 플라스틱기계산업>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