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자동화 라인을 중심으로 시장을 열었던 로봇이 최근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로봇을 설치하고 운용하기 위해서는 로봇전문 인력이 필수적이고, 또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그저 관심으로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때에 한국기계연구원의 경진호 박사가 ‘SME 로봇’을 제안해 주목받고 있다. 자금난과 인력난 속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구할 ‘블루오션’이라 불리는 ‘SME 로봇’에 대한 기본 개념과 사업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취재 정요희 기자(press1@engnews.co.kr)
▶▶SME 로봇을 연구하는 지능기계연구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6본부 15센터 3부 8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제가 있는 지능기계연구센터(이하 센터)는 지능형정밀기계연구본부에 속해 있습니다. 센터는 산업계의 요구와 수요에 맞춰서 공정제조, 측정장비 등을 개발하고, 미세화, 정밀화, 고속화, 지능화 등을 테마로 기술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기계, 전기, 전자, 통신의 종합기술인 로봇은 제조업 분야를 연구하는 한국기계연구원만큼 잘 갖춰진 환경은 없다고 봅니다. 80년대부터 다관절 로봇을 중심으로 산업용 로봇을 국내에서 처음 만든 팀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이미 다양한 연구 활동을 통해 확보한 기술이 여럿 있습니다.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로봇사업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산업현장에서 조립작업을 위한 듀얼 암 로봇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로봇은 사람의 두 팔과 같은 자유도를 가질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양팔의 협력작업을 가능케 하도록 합니다.
또한 무게 600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초중량물 핸들링 로봇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차체 자체를 통째로 들어 올려 하나의 매뉴팩처링 셀을 구축할 수 있는데, 최근에 외국의 경우 자동차 공정에서도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으며, 공간적으로나 비용, 시간적인 면에서 향상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의 모델이 자주 바뀌거나 여러 품종을 한 자리에서 만들 경우 매우 유리합니다.
그리고 5축 가공이 가능한 병렬형 로봇이 있는데, 이 로봇은 3D 벡터 컨트롤이 가능하고, 고강성 경량 구조로 모듈화 설치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현재 산업현장에 시제 모델이 설치되어 테스트 중인 이 로봇은 가로세로 3m 이상의 대형 로봇으로 2년 후면 상품화되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SME 로봇은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까.
SME 로봇은 SME가 ‘Small and Medium sized Enterprises’이라는 뜻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로봇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자동화시스템은 대규모 생산라인으로 설치되어 비용과 전문 인력이 필요했지만, SME 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면서 조립, 운반, 디버링, 용접 등의 중소기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작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저가의 로봇자동화 시스템으로 볼 수 잇습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SME 로봇 1대만으로도 핵심멤버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로봇을 운용하려면 로봇전문 인력을 함께 갖춰야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SME 로봇의 핵심기능 중의 하나가 중소기업의 현장작업자가 하루 만에 사용법을 배우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은 자동으로 만들어져 내장되어야 하고, 특별히 조작자가 필요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SME 로봇입니다. 한 예로 티칭의 방법도 다이렉트 티칭이기 때문에 작업자가 로봇팔의 끝을 잡고 티칭하면 이후에는 SME 로봇 스스로가 작업순서와 궤적, 힘의 강도까지 그대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놓고 작업자는 다른 일을 해도 되기 때문에 인력 절감효과가 상당히 높아질 것입니다.
▶▶물론 기능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신기술로 인한 비용적인 부담이 있을 텐데요.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기획단계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유력하게는 부품을 국산화하는 방향도 함께 고려하고, 로봇부품을 전부 모듈화시켜 비숙련자도 쉽게 설치, 보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SME 로봇이 시장에 제대로만 적용된다면 시장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통하여 가격대도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저렴할 것으로 봅니다. 양산의 개념이 들어갔을 때 비용의 차이는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SME 로봇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사람과의 협업’이라고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안전’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SME 로봇의 경우는 사람하고 로봇이 협업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기술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컴플라이언스 제어라는 주요 기술이 적용되고, 또 비전센서 등을 이용해 사람이 접근했을 때 충돌회피 등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즉, 사람이 접근하면 피하고, 치면 밀려나도록 설계되어 사람과 로봇이 안전하게 협업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안전을 고려한 설계들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SME 로봇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듯합니다.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와 함께 한다고 알려졌는데 현재 어떤 단계입니까.
아직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SME 로봇은 분명 중소기업에게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확신하기에 여러 길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SME 로봇과 관련해서는 본격적으로 지난해 하반기 부터 준비를 시작했는데,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3천만원 정도의 자체예산을 통해 관령한 기초자료들을 수집했었습니다. 제조업 분야의 중소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의견을 모았고, 이제 기획 전 단계에 할 수 있는 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수요기업이 있어야 사업이 진행되기 마련인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더욱 자신을 갖고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와 많은 부분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일단 수요기업과 학교, 연구소, 정부기관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며, 최종적으로는 본 사업추진을 위한 기획 사업을 출범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해외에서는 2005년에 시작해서 벌써 몇 년 앞서 있기 때문에 자꾸 뒤처지면 또 따라가는 입장일 수밖에 없어 조급한 마음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빠른 시일에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SME 로봇 전도사’로 불리며 한국형 중소기업로봇의 개발보급의 시급함을 전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현재 우리나라의 제조현장의 중심에 있는 중소기업은 인력문제가 심각합니다. 3D 관련분야는 외국인 근로자가 대부분인 것이 오래이며, 그마저도 부족해 생산기반 자체의 공동화가 염려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중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족한 인력부분을 채워줄 SME 로봇에 대한 필요성은 많이들 느끼고 있고, 국내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개수가 11만개를 넘어서는 시장규모로써 현재 국내 로봇산업에 있어서도 로봇저변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웃나라인 일본만 보더라도 중소기업들이 탄탄히 움직이고 있기에 대기업도 더욱 탄탄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시장을 키워가고 있는데, 우리의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하지만 로봇을 통해 이를 해결해보는 방법으로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중소기업에는 로봇만큼 적합한 것이 없습니다.
▶▶중소기업 로봇의 상용화가 2009년까지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현재는 로봇시장을 열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수요기업의 인터뷰는 일차로 끝난 상황입니다. 제조업 분야의 생산현장을 직접 찾아가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또, 여러 가지 SME 로봇자료와 함께 정리된 내부자료를 읽어보면 분명히 SME 로봇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무엇보다 제품을 만들어 파는 단계에 있어서는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연구자적인 측면에서 시장이 필요로 하는 로봇제품을 개발하면, 마케팅 전문가들이 그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연구를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2009년에는 SME 로봇의 첫 번째 모델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SME 로봇도 용도별로 여러 가지 형태와 다른 기능으로 대략 3~4개 정도의 타입이 있는데, 가장 먼저 2009년 정도에 선보이고, 이후 기술의 난이도를 감안하여 나머지 로봇 들이 연속적으로 시장에 보일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우리나라의 로봇기술력을 꽤 높은 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협업하는 로봇은 유럽(EU)에서 먼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과의 기술차이는 어느 정도인지요.
사실 센터가 처음 SME 로봇의 개념인 ‘사람과 함께 협업하는 로봇’을 생각했을 때는 유럽에서 SM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자료를 모았을 때 이미 유럽에서는 2005년에 시작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선경지명을 갖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유럽의 로봇개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당시만 하더라도 이 로봇이 과연 중소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할지에 의구심을 가졌던 우리와는 달리 유럽은 확신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일 IPA가 주관하는 유럽의 SME 로봇 프로젝트는 오는 2009년까지 약 300억원을 투입해 무거운 기계부품을 옮기거나 조립, 용접, 디버링까지 수행하는 다양한 SME 로봇제품을 상용화하게 될 예정입니다. 이 사업에는 ABB, COMAU, KUKA 등 유럽의 24개 기업과 학교기관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습니다.
특히, 기존 제조용 로봇에 있어서는 일본과 유럽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어서, SME 로봇분야는 ‘블루오션’이라 생각할 수 있는 분야로 꼽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빨리 사업화시켜 로봇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로봇산업과 관련하여 한국기계연구원 및 지능기계연구센터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의 제조용 로봇시장은 경쟁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치열한 ‘레드오션’ 상태입니다. 하지만 SME 로봇은 유럽이 먼저 시작은 했지만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시점이라서 한국이 새로 진출하기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사전계획을 마무리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사업에 진입하여 안정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물론 지금 진행하고 있는 로봇관련 사업들도 잘 마무리하여, SME 로봇개발에 접목할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산업현장에서 로봇과 사람의 협력을 넘어서 로봇이 좀 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형태가 될 때까지 연구를 계속 해나갈 예정입니다.
한국기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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