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지하 호수의 생명체 이명규 기자 2014-08-29 11: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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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ISTI 미리안 사진자료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남극지하 호수의 생명체

 

남극 얼음 밑 800미터에 숨겨져 있는 호수에서 얻어진 샘플에는 수천 가지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생태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더슬러스 폭스 (Douglas Fox)는 과학자 연구팀과 함께 한 남극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남극 얼음 밑에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를 찾기 위해 빙하 밑에 존재하는 호수를 시추하려는 시도를 했다. 남극평원의 차가운 바람과 얼어붙어 얼얼해진 코와 귀를 막고 과학자들은 얼음의 어두운 구멍 주변에 서 있었다. 얼음을 깨고 이 구멍의 마지막 몇 미터의 케이블을 집어 넣었다. 살균복을 입은 작업자들은 케이블 끝에 매달려 있는 야구방망이 길이의 실린더로 이루어진 탑재물을 잡고 있었다. 이들은 해머를 이용해서 얼음을 깨고 드라이어로 부분적으로 이 시추장비를 녹이기도 했다. 이 윈치를 조종하는 작업자는 “이제 가까워졌나요?”라고 물었다.

마침내 미국 몬타나 주립대학 보즈맨 (Montana State University in Bozeman)의 미생물 생태학자인 존 프리스쿠 (John Priscu)는 마침내 이 시추기계가 빙하의 밑바닥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실린더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호수의 물로서 얼음 밑 800미터에 존재하면서 남극에서 겨우 640킬로미터 떨어진 호수인 윌런스 호수 (Lake Whilans)에서 흘러나온 물이다. 임시로 설치된 실험실에서 프리스쿠를 포함한 사람들은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13년 1월 28일에 채취한 물은 빙하밑에 고립된 호수에서 직접 채취한 최초의 샘플이었다. 비록 프리스쿠와 다른 과학자들은 남극에 숨겨진 호수를 조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시추과정에서 일어나는 오염문제로 인해서 생명체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 호수에 외부의 생물체가 침입해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프리스쿠의 연구팀은 안전한 시추과정을 연구하기 위해서 6년의 시간을 보냈으며 수백 톤에 달하는 장비를 이 남극의 오지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했다.

이 연구자들은 호수에 도달한 이후 이 샘플을 조사했으며 남극의 얼음 밑바닥에 존재하는 호수에 풍부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지에 실린 논문에서 프리스쿠의 연구팀은 이 호수의 밀 1밀리리터당 130,000개의 세포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Christner, B. C. et al. Nature 512, 310?313 (2014). 이러한 수치는 미생물의 밀도가 전세계의 해양 해저에 밀도와 유사하다 (Whitman, W. B., Coleman, D. C. & Wiebe, W. J. Proc. Natl Acad. Sci. USA 95, 6578?6583 (1998). 그리고 거의 4,000종의 박테리아와 고세균을 발견했으며 이 호수의 생명군집은 지구의 다른 지역과 고립된 상태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다. 프리스쿠는 “나는 이곳의 생태가 얼마나 풍부한가에 대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 호수에서 채취된 샘플을 통해서 지난 120,000년에서 최장 100만년 동안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도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번 연구는 전세계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는 탐험되지 않은 최대의 생태계를 최초로 조사한 결과이다. 지난 2013년에 다른 빙하 밑에 존재하는 호수인 엘스워스 (Ellsworth)에 대한 실패한 연구를 수행한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영국 노덤브리아 대학 (Northumbria University)의 미생물학자인 데이비드 피어스 (David Pearce)는 “이곳에는 풍부한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다. 처음으로 남극대륙 밑에서 살고 있는 생물체에 대한 실질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윌런스 호수 위에 얼음지대는 광대한 평원지대로서 이 밑에 어떤 특별한 생물체가 살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윌런스 아이스 스트림 빙하하부 연구시추 (Whilans Ice Stream Subglacial Access Research Drilling)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다섯 개 국가의 15개 대학에서 일하는 거의 2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얼음 밑에 존재하는 호수에 생명체가 살 것이라는 아이디어는 1990년대에 이르러 제기되었다. 당시에 얼음을 뚫고 들어가는 레이더와 지질학적 지도작성 과정에서 빙하 밑에 존재하는 호수의 증거를 얻게 되었다. 지금까지 거의 400여 개의 호수가 발견되었다. 이 호수는 빙상 (ice sheet)의 가장 아래 부분에서 매년 몇 밀리미터 정도 녹아내리는 물이 모여서 형성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의 깊은 안쪽에 존재하는 은은한 열로 인해 녹게 된다. 윌런스 호수는 지구의 표면에 어느 곳과도 유사하지 않다. 얼음의 무게는 이 빙하 밑의 물을 위로 향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호수가 언덕 옆에 비스듬하게 위치하여 있다. 이 호수의 깊이는 겨우 2미터 정도지만 거의 60 평방킬로미터의 넓이를 차지하고 있다. 깊이가 얕은 이유는 빙상이 누르는 압력으로 인해서 물이 언덕을 따라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 남극의 빙상에 시추캠프가 건설된 것은 2013년 1월로 트랙터와 컨테이너가 도착하면서 건설이 시작되었다. 해안지역에서 캠프까지 2주일에 걸친 이동과정을 거쳐서 트랙터들은 500,000킬로드램의 장비와 연료, 이동실험실, 기계작업실, 텐트와 두 대의 225,000와트 발전기를 이동시켰다. 남극의 여름은 미국의 미니아폴리스지역의 따뜻한 겨울과 비슷하며 온도는 영하 5도에서 15도정도이다. 연구진의 시추는 7일 동안 이루어졌다. 그리고 호수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 작업자들과 연구자들은 자외선과 정수기 그리고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장비를 소독했다. 호수 근처에 다다르면서 마지막에 36시간에 걸쳐 시추봉이 호수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마침내 1월 27일 오전 7시 30분에 수신용 라디오를 통해서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통제센터에서는 여섯 개의 얼음시추봉에서 물의 높이가 28미터까지 치솟아 오르는 것이 나타났다. 이 호수의 온도는 영하 0.5도로 시추캠프의 온도보다 더 따뜻했다.

연구자들은 그 다음날 처음 샘플을 얻을 수 있었다. 샘플을 얻자마자 그 내용물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꿀색깔의 물로 예상보다 광물이 풍부했다. 현미경을 통해서 몇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으로 세포를 발견했으며 DNA에 민감하게 염색에 의해서 초록색 점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며칠 뒤에 테스트가 끝나고 이들 세포가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0명의 과학자들과 대학원 연구원들은 30리터의 물과 이 호수의 몇 개의 퇴적물을 수집했다. 이 시추공이 다시 얼어서 닫히게 되기 전에 이 연구팀은 이 호수의 화학성분과 지열이 이 침전물을 통해서 어떻게 흐르는가를 조사했다. 샘플박스는 캠프에 저장되었다.

지난 1년 동안 연구자들은 이 빙상밑의 생명체에 대한 샘플을 연구했다. 이들은 십여가지 미생물종을 배양했다. 그리고 DNA염기서열을 통해서 총 3,931종으로 광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생성하는 미생물과 연결되어 있다. 비록 오염문제가 항상 우려되고 있지만 윌런스호 연구와 연결된 과학자들은 소독과정을 거쳐서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한 가지 신호는 시추된 물의 미생물 밀도가 호수 샘플보다 200배 정도 낮았다고 미국국립연구위원회 (National Research Council)에서 일했던 일리노이 주립대학 시카고의 지구과학자인 피터 도란 (Peter Doran)은 말했다. 도란은 이 호수의 미생물의 다양성의 증거를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윌런스 호수의 생명체는 표면의 생태계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이곳의 생명체들은 태양빛을 받을 수 없으며 그래서 에너지 생성을 위한 광합성에 의존할 수 없으며 호수물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팀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이 호수의 미생물의 일부는 침전물에 존재하는 광물에서 철분과 황산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는 해양생물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DNA 분석을 통해서 이 호수의 가장 풍부한 미생물은 생물학적 기원을 연관되는 암모늄을 산화시킨다. 프리스쿠는 빙하보다는 얕은 물에 덮인 지역에서 수백만년 전에 축적된 죽은 유기물질을 지칭하는 “암모늄은 아마도 오래된 해양축적물의 유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윌런스호수에서 얻어진 샘플에서는 오로지 단세포 박테리아와 고세균만이 발견되었지만 특정 DNA테스트는 다른 종류의 생물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것은 윌런스 호수는 아직까지 좀 더 복잡한 생물체인 원생생물이나 밀리미터가 채되지 않는 담륜충 (rotifer)이나 남극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물곰 (tardigrades)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얼음의 공기방울은 이 호수에 산소를 공급하지만 그것은 제한적인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미생물에 의한 탄소고정 비율이 낮기 때문에 다세포 생물이 살 수 있는 먹이가 너무 적을 것이다.

윌런스 호수는 거의 동물군이 존재하지 않는 영양분이 거의 없는 해양해저처럼 평방미터당 새로운 탄소의 양이 1/10에 불과하다. 비록 가능성은 낮지만 프리스쿠의 연구팀은 이 윌런호수에서 좀 더 나은 DNA시약을 이용한 연구를 수행하면 다른 동물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현재 이 호수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기원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남극의 빙하 밑에 존재하는 생물군이 ‘생존자들’인지 아니면 ‘도래자들’인지의 여부이다. 생존자들은 이 지역이 바다에 의해서 열려 있던 당시에 퇴적층에 살던 미생물들의 후손일 것이며 약 2000만 년 동안 살았을 것이다. 대안적으로 윌런스 호수는 외부에서 도착한 ‘도래자들’로서 얼음에 축적되어 있다가 빙상의 밑부분이 녹아내리면서 50,000년 전에 호수에 도달했을 것이다. 일부 생물체들은 이 호수에 좀 더 최근에 빙붕 밑에 스며든 해수에 의해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윌런스 호수는 지반선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 지반선은 얼음이 얇아지고 두꺼워지면서 변화하게 되며 그래서 이 호수의 물이 서로 상호교환을 일으켰을 것이고 지난 몇 천년 동안 미생물도 유입되었을 것이라고 남극의 이 지역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뉴질랜드의 오타고 대학 듄딘 (University of Otago in Dunedin)의 빙하학자인 크리스티나 헐브 (Christina Hulbe)는 말했다.

이 호수의 샘플에서 발견한 다른 사실은 일부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있다. 이 호수물의 불소의 흔적은 이 지역에서 열수공의 존재가능성을 지칭하고 있다. 열수공 (hydrothermal vent)은 벌레나 열을 선호하는 미생물과 같은 특이한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하는 화학적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텍사스 주립대학 오스틴의 빙하학자인 도덜드 블랭큰쉽 (Donald Blankenship)은 “그곳에는 아마도 열수시스템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호수는 지구의 크러스트가 얇아지는 곳인 광범위한 열곡에 위치해 있으며 블랭큰쉽의 레이더 탐사결과 이곳에서 얼음 밑에서 화산으로 추정되는 것이 발견되었다 (Blankenship, D. D. et al. Nature 361, 526?529 (1993); Schroeder, D. M., Blankenship, D. D., Young, D. A. & Quartini, E. Proc. Natl Acad. Sci. USA 111, 9070?9072 (2014).

윌런스 호수에서 드러난 결과는 또한 어떻게 남극이 근처 해양에 영향을 주고 심지어 전세계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만일 얼음 밑에 미생물이 퇴적층의 광물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이들 생물체들은 이곳 호수물에 철분을 공급하여 궁극적으로 대양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철분이 부족한 남극해 생태계에 영양분 공급원일 것이라고 영국 브리스톨 대학 (University of Bristol)의 해양생지질화학자인 마틴 트랜터 (Martyn Tranter)는 말했다. 또한 윌런스 호수에서 발견된 약간양의 포름산염 (formate)이라고 불리는 화학물은 잠재적인 온실가스인 메탄이 이 호수의 깊숙한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연구에 의하면 남극 빙상 밑에 존재하는 퇴적층은 수십억 톤의 메탄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북극의 동토층에 저장된 양과 비슷하다) 잠재적으로 이 메탄이 대기로 방출되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Wadham, J. L. et al. Nature 488, 633?637 (2012).

윌런스 호수는 얼음 밑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지협적인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으며 몇 개의 연구팀들은 다른 빙하밑의 호수를 탐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연구팀은 동남극지역의 3.7킬로미터의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깊숙한 지질구조상의 계곡에 위치한 호수인 보스토크 (Vostok)호수의 샘플을 분석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들 샘플에 대한 분석은 어려운 일이며 그 이유는 표면으로 끌어올리기 전에 시추공의 밑부분에서 1년 동안 얼어 있는 상태로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얼음을 위로 끌어올리면서 석유시추액에 노출되었다. 윌런스 호수 가까이에서 피어스의 연구팀은 지난 2013년에 엘스워스 호수를 시추했다. 이 호수는 얼음 밑 3.4킬로미터 빙하 피오르드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이 연구팀은 시추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시추시도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얼음층이 얇아서 윌런스 호수는 엘스워스나 보스토크호수보다 쉬운 탐사표적이었으며 쉽게 그 비밀을 노출시켰다. 최초의 샘플을 얻은 며칠 후에 시추공에 카메라를 넣어서 호수 근처의 모습을 촬영했다. 각도에 따라 색깔이 변화하는 눈꽃들이 표면에 떠 있었으며 이것은 시추공이 빠르게 다시 얼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과학자들의 장비는 곧 좁은 구멍을 따라 이동했으며 시추공을 더 넓히기 위해서 뜨거운 물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줄다리기는 완전히 시추공을 포기하기 전까지 4일 동안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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