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인공근육을 형성할 탄소나노튜브섬유 개발
“자신보다 10만 배 무거운 물체도 거뜬”
탄소나노튜브 인공근육의 단면
로봇의 근육을 형성할 수 있는 탄소나노튜브섬유가 국제공동연구팀에 의해 개발되었다. 자신보다 10만 배나 무거운 무게도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는 이 기술이 로봇에 적용된다면 로봇은 사람보다 85배나 뛰어난 힘을 갖게 될 전망이다. 이 연구에는 한국인 오지영 박사도 함께 참여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도 발표되어 연구의 신뢰성을 더했다.
오지영 박사, 다섯 번째 사이언스 논문 발표
로봇의 인공근육은 물론, 의료용 삽입관인 카테테르(Catheter), 소형 모터, 그리고 기능성 직물 제조 등에 응용 가능한 탄소나노튜브섬유에 대한 연구결과가 한국인 오지영 박사가 포함된 국제공동연구팀에 의해 발표됐다. 전기, 열, 화학 또는 빛 에너지를 이용해 역학적 운동이 가능한 이번 고강도 탄소나노튜브섬유의 개발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지영 박사 등 미국 텍사스 주립대(UTD, The University of Texas at Dallas) 알렌 맥달마이드 나노텍 연구소(Alan G. MacDiarmid NanoTech Institute)의 과학자들은 이 논문을 통해 새로운 인공근육 형태인 파라핀 왁스가 첨가된 탄소나노튜브섬유가 자신의 무게보다 10만 배나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고, 같은 무게를 가지는 인간의 근육보다 85배나 효율적인 힘을 구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놀라운 연구 결과는 한국, 호주, 중국, 캐나다, 그리고 브라질의 국제공동연구팀이 이루어낸 결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오지영 박사는 부산대에서 박사과정까지 모두 마친 순수 국내파로, 지난 2006년부터 알렌 맥달마이드 나노텍 연구소에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오지영 박사는 2006년 부산대 박사과정 재학 중 연료 전지의 원리를 슈퍼 캐패시터 특성을 보이는 탄소나노튜브섬유와 결합시켜, 에너지 저장체이면서 동시에 인공근육의 특성을 보이는 다기능성 인공근육 관련 연구를 수행해 처음으로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했으며, 이번 연구는 오 박사의 다섯 번째 사이언스 논문이다.
왁스가 첨가된 탄소나노튜브섬유로 부피변화 실현
연구에 사용된 인공근육은 연필의 흑연 층을 구성하는 그라파이트가 속이 빈 원통구조로 말려져 있는 탄소나노튜브섬유로 제작됐다.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1만 배나 가는 지름을 가지는 탄소나노튜브 한 가닥은 단위 무게로 비교할 경우 강철보다 100배나 더 강한 물질이다.
로버트 A 웰치스의 화학과 교수이자, 알렌 맥달마이드 나노텍 연구소 소장인 팀의 리더 레이 바우만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인공근육은 사람의 실제 근육보다 200배나 더 강하고 빠른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실용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응용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우리가 개발한 인공근육을 인간의 몸에 직접 삽입하여 인공근육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기까지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로운 형태의 인공근육은 꼬임 구조를 가지는 탄소나노튜브 섬유의 부피 변화를 증가시키는 첨가제로 촛불의 파라핀 왁스를 이용했다. 왁스가 첨가된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전기에너지, 또는 카메라 플래시의 빛 에너지를 이용해 가열할 경우 왁스의 부피 팽창에 따라 탄소나노튜브 섬유 전체의 부피 증가가 일어나게 되어 길이 방향의 수축이 일어나게 된다.
코일링 구조를 통해 실현한 뛰어난 수축성
탄소나노튜브 섬유의 길이 수축과 동시에 부피 증가라는 놀라운 결과는 나선형 구조로 꼬여 있는 탄소나노튜브 섬유의 특성에 따른 결과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원통 구조의 끝에 손가락을 끼워 노는 손가락 커프 장난감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때 손가락은 두 손가락을 함께 밀어 넣어 원통의 길이를 수축시킴으로써 원통의 부피와 지름을 증가시켜야만 끼워진 손가락을 뺄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레이 바우만 교수는 “본 연구에서 사용된 인공근육은 단순한 제작 조건과 뛰어난 인공근육 성능으로 인해 로봇부터 신체 손상을 최소화 시키는 수술용 카테테르, 마이크로 로봇, 유체 회로 믹서, 광학 시스템 조절기, 마이크로 벨르, 포지셔너, 그리고 단순한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그 응용이 무한하다”며 활용가능성을 설명했다.
왁스 첨가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인공근육은 초당 2,500회의 수축 동작을 반복할 정도로 빠른 성능을 보여준다. 이러한 수축/이완 운동은 한 주기 동안 4.2kW/kg의 높은 수축성 출력파워밀도가 측정됐으며, 이러한 결과는 일반 내부 연소 엔진의 무게당 출력파워와 비교해도 4배나 높은 값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뛰어난 인공근육의 특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왁스가 첨가된 탄소나노튜브 섬유가 코일링 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꼬아주었다.
“왁스 첨가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자유로운 회전이 가능하게 두면 전기나 빛 에너지에 의해 가열될 경우 꼬임이 풀어지게 되고, 열의 공급을 멈추게 되면 원래의 꼬임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회전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서 탄소나노튜브 섬유에 패들을 부착한 결과, 분당 11,500번의 회전 동작이 관찰됐으며 이러한 회전 운동은 2만 번 이상 안정적으로 측정됐다. 이 때 발생하는 단위 무게당 회전력은 일반적인 대용량 전기 모터보다도 높은 값을 보였다”고 레이 바우만 교수는 설명했다.
▲ 꼬임 구조로 수축을 실현한 탄소나노튜브 인공근육
다양한 적용가능성에 주목하라
섬유의 형태로 존재하는 인공근육은 다른 물질과 함께 복합물로 제작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듭을 짓고, 바느질을 하고, 직물을 제조할 수 있는 등 일반 섬유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다양한 형태로의 제작도 가능하다. 또한 첨가제의 부피 변화에 의해 인공근육의 변위 변화가 결정되므로 주변 환경의 온도 변화나 화학 약품의 존재 여부를 감지할 수도 있다. 이는 환경을 감지한 후 자동으로 필요한 동작을 결정하는 셀프 지능형 물질로도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섬유나 직물의 다공성을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이러한 특성은 일반 의복을 사람이 느끼는 편안한 온도로 유지시킬 수도 있으며, 화학약품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특수 장비 제작,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을 통해 유량을 조절하는 밸브, 주변 온도에 따라 창문의 블라인드 개폐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치 등으로의 응용도 가능하다.
또한 연구팀은 열이 가해짐에 따라 수축이 일어나는 탄소나노튜브 섬유가 첨가제 없이 코일링 구조만으로도 일반 나노튜브 섬유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열팽창 계수를 가짐을 확인했다. 실온에서 섭씨 2,500도까지 가열된 코일링 구조를 가지는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7%의 길이 수축을 보였으며, 다른 엑츄에이터 물질들이 버틸 수 없는 강철의 녹는점인 섭씨 1,000도 이상에서도 변함없이 뛰어난 액츄에이터 특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레이 바우만 교수는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본 연구소에서 이미 ㎞ 단위로 제작이 가능해, ㎝사이즈의 인공근육으로 구동되는 소형 액츄에이터 제작의 조기 상업화도 가능하다”며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하나의 인공근육을 100개 혹은 1,000개 이상의 병렬 구조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대용량 엑츄에이터 제작도 가능할 것”이라고 다양한 응용가능성을 설명했다.
<필자>
알렌 맥달마이드 연구팀
마르시오 리마 박사 (Marcio Lima , 연구원)
모니카 정 안드래드 박사 (Monica Jung de Andrade, 연구원)
샤오리 팽 박사 (Shaoli Fang, 연구교수)
오지영 박사 (Jiyoung Oh, 연구원)
마이크 박사 (Mikhail Kozlov, 연구 과학자)
카터 (Carter Haines, 대학원생)
서동석 박사 (Dongseko Suh, 연구원)
테일러 월 (Taylor Ware, 대학원생)
왈터 보잇 박사 (Walter Voit,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