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의 걸음마가 시작되었다”
똑똑한 로봇의 필수 조건 인공지능 기술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최근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확산에 힘입어 기계학습과 에이전트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기계학습을 통해 인공지능은 스스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수 있고, 에이전트는 분산 인공지능의 수족이 되어 정보 수집 및 행동을 담당하게 된다. 또 이를 활용하여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자연어 처리와 음성, 문자 등 다양한 외부 정보의 특징을 분석하는 패턴인식 분야의 성장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과 로봇의 진정한 감성소통의 시대를 위한 거름이다. 이에 현대의 인공지능 기술, 그 동향을 살펴본다.
Ⅰ. 인공지능 기술이란
강한 인공지능과 약한 인공지능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단어가 맨 처음 등장한 것은 1956년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Conference)에서였다. 매카시(John McCarthy), 민스키(Marvin Minsky,) 뉴웰(Allen Newell) 등 수학, 심리학, 컴퓨터 공학에 종사하는 여러 학자들이 모여 ‘생각하는 기계’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인공지능이란 단어가 처음 쓰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학문 별로 또는 학자 개인별로 인공지능을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인공지능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내놓지는 못했다. 50년이 넘은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지능적 사고 및 행동을 모방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개략적인 설명이 가능하지만 실제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관점은 조금씩 차이가 나곤 한다.
이렇듯 인공지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인공지능은 인간과 똑같은 사고 체계를 가지고 문제를 분석해 행동할 수 있는, 즉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과, 특정 목적을 띈 인간의 여러 지능적 행동들(수학 이론을 증명하고, 글자를 읽고 쓰면서 사람과 대화하거나, 장애물을 피해 길을 걸으며, 시를 쓰거나 음악을 연주하는 것 등)을 수행하는 것도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하는 쪽으로 나뉜다.
철학자인 존 설(John Searle)의 주장에 따르면 전자는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이고 후자는 약한 인공지능(Weak AI)이라고 할 수 있다. 강한 인공지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어떤 지능도 없으면서 외견상 지능적인 수행을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약한 인공지능을 비판하고, 약한 인공지능 측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철학이나 심리학의 자의식, 마음과 같은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한다고 강한 인공지능을 비판하는 상황이다. 인공지능 여부를 검증하는 대표적 실험인 ‘튜링 테스트(Turing Test)’와 이와 관련된 ‘중국어 방(Chinese room)’ 논쟁을 통해 이러한 일면을 살펴볼 수 있다.
강한 인공지능과 약한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는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는 한 늘 따라다닐 문제이다. 어떠한 인공지능을 추구하느냐에 따라서 연구 방법이나 목표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물론 ‘A.I.’, ‘아이로봇’과 같은 영화 속 인공지능에 익숙한 사람들은 강한 인공지능을 더 어렵고 고차원적인 것으로 높게 보고 약한 인공지능을 낮게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약한 인공지능은 단순한 자동화 시스템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닥쳤을 때 인간의 지시가 아닌 시스템 스스로 최적의 답을 찾기 때문에 ‘지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지능형 시스템은 약한 인공지능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 강한 인공지능 보다 약한 인공지능의 성과가 더 많았고 덕분에 우리 삶이 윤택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앞에서 열거한 약한 인공지능의 지능적 행동들은 모두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낸 분야이기도 하다.
로봇의 인공지능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인공지능이 정신이고 로봇은 신체라고 할 정도로 둘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외부에 이를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연구자들 중에도 이성적 사고 처리를 위해 논리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사람도 많지만, 인간의 지능적 행동들을 따라 하는 로봇 개발에 열심인 사람도 있다. 로봇에게 인간의 행동을 따라하게 하고 잘못된 부분을 학습시킴으로써 인간과 유사한 동작 원리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마루와 휴보(HUBO), 일본의 아시모(ASIMO) 같은 인간과 형태가 유사한 휴머노이드(Humanoid)뿐 아니라 최근 결혼 혼수로도 쓰이는 청소로봇 등의 지능형 로봇이 모두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노력이 깃든 작품들이다.
인공지능의 주요 기술
인공지능이 컴퓨터 공학은 물론 수학, 철학, 심리학, 언어학, 생물학, 로봇 등 다방면에 걸쳐 있는 만큼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되어 사용되어 왔다. 그 중 대표적인 세 분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발견적 방법(Heuristic method)
정형화되거나 명확한 절차가 없는 문제를 풀 때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가? 어림잡아(Rule of Thumb) 다수의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이다. 정확한 논리와 알고리즘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완벽한 해를 구하기 보다는 탐색 기준을 세워 일정 시간 내에 찾을 수 있는 최적의 해를 구하는 것이 보통의 방법이다.
>>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
사람들이 논리를 세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그 문제를 잘 아는 전문가에게 가서 답을 구하는 것이다. 이와 똑같이 인공지능에서도 알고리즘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인간 전문가의 지식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다양한 추론 엔진이나 데이터 마이닝 기술을 통해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 알고리즘을 짜거나 수많은 정보들을 컴퓨터에 저장할 수도 있지만,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사람의 뇌를 그대로 모방해 만드는 것이다. 인간 두뇌는 1,000억 개의 뉴런(Neuron)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뉴런은 외부 자극을 받아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고 이를 다른 세포에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뉴런의 작동 방식을 모방해 하나의 디지털 신경세포를 만들고 이것들을 네트워크로 묶어 인공지능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공 신경망은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만큼 뇌의 구조와 지능 활동에 대한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아직 우주만큼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인간의 두뇌를 그대로 복사한 완전한 인공지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비록 걸음마 단계이지만 인공 신경망은 음성, 화상인식 같이 불규칙하고 다양한 패턴인식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어 활용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
Ⅱ. 인공지능의 최근 관심분야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공상과학 속 모습이 바로 실현되어 인간의 모든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똑똑한 기계들이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믿음, 신념, 사랑, 직관과 같이 기계가 쉽게 인간을 따라 하기 힘든 영역은 아직도 많다.
또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지닌 로봇이나 프로그램이 바로 수년 내로 등장해 인간의 자리를 금방 위협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나 아이로봇의 ‘비키’처럼 자의식을 지니고 우리보다 더 똑똑한 기계들이 창조주인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직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실제로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매우 낙관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조차도 2020년은 되어야 인간의 추론 능력에 근접한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기술 예측 기관인 Techcast에서도 2025년이 되어야 인간의 반복적인 정신 노동의 약 30%정도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연구자들도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단기간에 뛰어 넘기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아직은 먼 미래라고, 미리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단정짓지는 말아야 한다. 현재 시험 중인 구글의 무인자동차가 대중화된다고 한번 상상해보자. 출퇴근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책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탑승자의 삶은 한결 여유로워질 터이고 교통사고 및 체증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한편 운전기사들은 설 자리가 줄어들면서 직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비록 각 기술 별로 상용화 시기가 다르고 아직 인간지능 수준에 도달하려면 멀었지만,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뿐 아니라 기업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최근 기계학습, 에이전트 분야의 발전으로 인공지능의 사고 능력뿐 아니라 정보를 수집 및 행동하는 능력까지 빠르게 향상되면서, 자연어 처리와 패턴 인식을 탑재한 똑똑한 기계들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계에게 모든 경우의 수나 규칙을 일일이 입력하기 어렵다면 스스로 학습하고 개선해나가도록 하는 것이 인공지능 개발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최근 기계가 알아서 지식을 축적, 수정 및 보완하는 기계학습 연구가 활발한 이유이다.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준지도학습(Semi-supervised Learning),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등을 사용해 기계에게 문제를 내주고 그것에 대한 해답 또는 보상 결과물(디지털 신호)을 주어 기계가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계학습은 전문가 시스템, 자연어 처리, 패턴인식 등 인공지능 전반에 모두 연관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전문가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자. 전문가의 지식을 컴퓨터에 입력해 DB화하는 작업은 매우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게다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선 계속 수정 및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계학습을 이용하면 전문가 시스템이 새로운 지식에 마주하게 될 때 기존 DB를 수정 및 보완함으로써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답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에이전트(Agent)
특정 목적을 위해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 프로세스인 에이전트의 발전도 인공지능 확산의 큰 축이다. 에이전트는 프로그램에 따른 사용자별 환경 설정, 사이트 자동 검색 및 인증, 사물 인식과 같은 일종의 작은 자동화 프로세스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 시스템으로서 외부 정부를 수집하고 그 변화에 자율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약한 인공지능에 포함된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에서 여러 지능적 행동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이상적인 형태의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에이전트들이 협력(Cooperation), 조정(Coordination), 타협(Negotiation)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네트워크로 묶이고 보다 큰 작업을 수행하는 일종의 분산 인공지능(DAI, Distributed Artificial Intelligence)을 구축할 수 있다.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답할 수 있는 자연어 처리가 기계학습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C, Java 같이 컴퓨터의 언어는 사람의 언어와 다르기 때문에 기계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의미 중심의 시멘틱 검색 같은 추론 기술과 대량의 말뭉치인 코퍼스(Corpus)를 이용한 방법의 연구가 활발하다. 사람이 언어를 습득할 때 최대한 많이 읽고 써야하듯이, 인공지능도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말과 글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학습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따라서 대량의 비정형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추출, 가공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술의 등장은 자연어처리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패턴인식(Pattern Recognition)
사람의 음성이나, 문자, 얼굴 등 다양한 정보를 기존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패턴인식 연구도 활발하다. 스팸을 차단하기 위해 사람임을 확인하는 CAPTCHA라는 인증시스템에서 보듯 단순히 글자를 읽는 일도 기계에겐 버거운 작업이다. 실제로 다른 사람을 인식할 때 병렬 시스템인 인간의 두뇌는 눈이나 코의 모양, 목소리 억양 및 톤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판단하나, 폰 노이만식의 순차적 연산을 하는 기계는 외부 데이터에서 특징을 뽑아내 유형화 한 다음 기존 데이터와 통계적으로 또는 구조적으로 비교해 인식하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복잡하다. 이외에 학습이 가능한 인공 신경망을 이용하는 등 패턴인식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그런데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계학습은 패턴인식의 정확도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무인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끝없이 들어오는 도로 상황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동차 밖의 물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량인지 보행자인지 또는 가로수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보다 정확한 인식을 위해서는 많은 자료를 통한 학습 과정이 필요한데,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20만 마일 이상의 테스트 기간 동안 쌓은 많은 도로 주행 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학습하면서 외부 사물에 대한 인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
센서 기술의 발달과 빅데이터에 힘입어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해 지고 있는 패턴인식은 이제 기존의 음성, 문자, 안면, 동작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 www.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