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기술’의 총체 휴머노이드 로봇, 그 존재가 지니는 가치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고찰 정대상 기자 2012-07-10 00:00:00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고찰
‘로봇기술’의 총체 휴머노이드 로봇, 그 존재가 지니는 가치

 

로봇인이 아닌 대중에게 ‘로봇’을 물어본다면 대다수의 대중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유인 즉 소설, 애니메이션, 영화를 넘나들며 장르를 초월해 문화콘텐츠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로봇이 바로 휴머노이드 타입이기 때문이다. 60억 지구인들 중 절대다수의 관념 속에 자리매김한 휴머노이드 로봇. 그렇다면 정작 로봇산업계가 바라보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어떤지 그 역할과 시장성을 살펴보자.

 


대중과 로봇계가 지닌 휴머노이드 로봇 역할에 대한 인식의 괴리
·대중은 왜 휴머노이드 로봇을 ‘친구’로 인식하는가
대다수의 인류와 일부 로봇인들이 바라보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점에는 분명한 괴리가 존재하고, 이 괴리는 곧 대중이 요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개발자가 요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할에 대한 괴리로 이어진다.
인류의 상상력은 유용한 지식전달체계인 문자의 발명과, 이로 말미암은 지식의 축적으로 인해 상당 부분 실현되고 있고, 현재의 인류는 이미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 ‘중간지점’에 위치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상상력이 탄생시킨 로봇은 이제 축적된 지식을 자양분 삼아 현실로 구현되어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로봇뿐만이 아니라 중간지점에 위치한 모든 테크놀로지에는 대중과 개발자 간의 괴리가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상상력을 구현하기 쉬운 소설, 영화, 만화 등의 문화 콘텐츠에는 ‘흥행성’을 더하기 위해 ‘비약과 과장’이라는 테크닉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비약과 과장이 만들어낸 매체 속 테크놀로지들은 대중의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된다. 대중이 원하는 미장센 속에서 완벽하게 제 역할을 하는 이미지로 구현됐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이렇게 대중과 먼저 접촉했고, 아직도 이 접촉은 진행 중이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앤스로포몰피즘(Anthropomorphism), 즉 의인화의 과정이 중요하다. 문자 그대로 인간(Human)을 닮아야만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형태적으로 인간과 상당한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조용 현장의 다관절, 직교좌표, 패러럴 로봇 등에 비해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여겨진다. ‘친숙하니까 곧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친구’라는 오해, 괴리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처럼 대중들은 문화적 측면에서 ‘로봇=휴머노이드’라는 공식을, 감성적 측면에서 ‘휴머노이드=인간의 친구’라는 공식을 의식 저변에 가지게 된다. 여기까지는 상상력과 기술력의 당연한 괴리이다.
하지만 대중의 감성에 의해 이 괴리는 역할의 괴리로 번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SF는 ‘공상과학영화’, 즉 ‘당연히 허무맹랑하다’라는 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SF에 나오는 휴머노이드 타입 전투 로봇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멜로, 드라마 등에 나오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다르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바이센테니얼 맨’은 ‘현존하는 상황에 있을 법한 상황을 더함’으로써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고, 나아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친구’라는 역할을 부여한다. 여기에서 대중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할을 개인 홈서비스로봇 분야로 단정 짓는다.

 

·휴머노이드…“너란 로봇, 아직은 벅차!”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이들의 생각은 대중과 조금 다르다. 세계 각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타 형태의 로봇과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탄생 목적을 개별적으로 지니고 있다.
프랑스의 나오(NAO)는 개발 초기부터 목적은 상업화, 타깃 시장은 고령화 시대의 돌입으로 인해 파생되는 실버로봇 분야, 자폐아 치료, 연구용 플랫폼이라는 분명한 개발 동기가 있다.
한국의 휴보 역시 처음부터 연구용 플랫폼으로 개발됐고, 앞으로도 쭉 연구 플랫폼 시장을 타깃으로 삼을 계획이다.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던 로봇이 ‘우리네 가정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최초로 심어준 일본의 아시모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시모를 개발한 혼다 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장차 로봇이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인간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인간과 같은 형태의 크기와 이동 장치를 가지는 것이 가장 유리할 것이다”였다. 하지만 당시 도요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뒤진다는 평가를 받던 혼다가 아시모로 인해 유형의 가치가 아닌 기술 중심의 기업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했다는 것, 이 부분이야 말로 곧 아시모의 개발 목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아시모가 개발된 후 도요타 역시 재빠르게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한편 미국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에서 2012년 개최하는 로봇 챌린지의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로봇이 차량에 탑승해 목적지까지 차량을 운전하고(면허의 유무를 떠나 여기에는 로봇이 핸들과 기어, 액셀까지 조작해야 된다는 조건이 포함된다) 각종 장애물을 돌파, 문을 열고 들어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후 공구를 이용해 콘크리트 판넬 및 벽을 부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가스 등이 새고 있는 파이프를 찾아 봉하고 펌프의 위치를 찾아 부품을 교체하기까지 해야 한다. 이 로봇 역시 인간의 친구라는 역할보다 특수한 임무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용 로봇이다.

 

·‘준인간(準人間)’을 요구하는 사회, 휴머노이드는 시뮬라크르로만 만족할 것인가
DARPA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과연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줄 만큼 고난이도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을 요구로 한다. 하지만 대중이 생각하는 로봇은 이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초고도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이다. 운전을 못하고 공구를 다루지 못하더라도 인간과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즉 ‘준인간(準人間)’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정에 들어왔을 때, 이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기술력의 부재 때문이다. 그렇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히 시뮬라크르에서 그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중의 인식과는 별개로 로봇산업에 있어 휴머노이드 로봇은 고유의 가치를 지닌 채 꾸준히 연구되고 있으며,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들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조금 투박하고, 조금 실수를 하더라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응용될 수 있는 분야를 타깃으로 시장이 발전해나가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징적, 실제적 가치와 역할
그렇다면 대중과의 간극 속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닌 상징적 가치와 실질적 가치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절대다수의 대중이 로봇과 휴머노이드를 결부시켜 생각하는 만큼 이 로봇은 해당 국가가 지닌 대중의 무의식적 정신 내용을 포함한 로봇기술의 표상(Representation)으로 비춰진다. 만약 일본에 아시모가 없었더라면, 한국에 휴보가 없었더라면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접하기 힘든 대중들에게 ‘로봇강국’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기표(Signifiant)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또 하나,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 자체로서 모든 로봇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PC가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플랫폼으로 출발했듯이, 로봇에게 있어 휴머노이드는 바로 이러한 PC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인식의 간극, 결국은 ‘시간이 문제’
대다수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자들은 향후 오랫동안 바이센테니얼 맨은 나타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로봇의 인공지능은 발전하고 있다. 이는 곧 수십 년을 지나, 수백 년이 흐른다면 가능할 수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비록 당대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결국 대중과 개발자가 생각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역할 괴리가 메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지금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 결국 증기로 된 탈 것, 하늘을 나는 기구, 지구 반대편과의 대화가 가능해졌듯이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언젠가는 대중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오늘 또 한 걸음, 착실하게 계단을 오르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 동향
KIST는 상황을 추론할 수 있는 지능을 통해 사람과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이 가능한 네트워크 기반 2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ETRI는 URC와 네트워크 기반 로봇을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네트워크를 통해 전이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지능형 서비스 로봇을 위한 핵심 컴포넌트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현재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국 대비 평균 80% 이상 수준에 이르고 있으나, 구동부인 부품·소재 분야의 경우 70% 정도로 다소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아톰, 도라에몽 등의 로봇을 영웅 혹은 파트너로 여기는 의식이 강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인식이 오래 전부터 고조되어 왔다. 일본 로봇 업계의 경우 하드웨어와 음성인식 등 각종 센서·제어 기술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들이 융합체인 관계로 엮여 기업간 제휴를 통한 기술 집약 및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해외기업과의 제휴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혼다, 도요타 등의 기업들은 상품화보다 자사 기술 선전을 목적으로 독자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다.
특히 2006년 기준 로봇 분야의 일본 내 특허 출원은 혼다가 매우 높은데, 이는 아시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당시 461개의 특허로 일본 내에서 3위를 기록했으며, 신형 아시모의 등장으로 현재는 보다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혼다의 경우 2족보행 시 안정성 향상에 관한 특허 출원의 비중이 높고, 도요타는 사람 사이즈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한 특허 출원이 두드러졌다.
한편 유럽은 DLR에서 양팔로봇 개발 및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EU차원의 프레임워크 프로그램과 각 국가별 연구프로그램을 통해 인지시스템, HRI 등 로봇 S/W 기술에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DARPA를 통해 실전 배치 가능한 국방로봇 부분을 집중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미션으로 삼고 있다.

 


로봇기술의 총체 휴머노이드 로봇
·사용빈도가 높은 만큼 개발이 필요한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기술
대략 휴머노이드 로봇의 팔에는 25개 이상의 구성품이 적용되며, 제조용 로봇보다 4배 이상의 모터를 사용하는 만큼 핵심기술의 사용도가 높다.
하지만 감속기, 모터, 센서 등의 핵심기술 분야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있어 난제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도 물론 이러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할 때에는 제조용 로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많은 모터가 적용되고, 또한 여러 가지 형태의 감속기와 메커니즘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실정상 이 분야를 직접 개발해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까마득히 오래 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기술력을 축적해온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단시간에 좁히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 유수의 휴머노이드 로봇들 역시 이러한 이유로 검증된 모터, 감속기 등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이나 한국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높은 모터를 이용해 로봇을 구동하는 방식이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반면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유압 액추에이터를 활용해 펫맨이라는 로봇을 선보였다. 펫맨의 경우 손가락, 인공지능의 구현 등 디테일한 부분보다는 유압의 파워를 활용해 다이내믹한 모션을 구현했다는 특징이 있다.
한편 버지니아텍의 데니스홍 교수팀이 개발한 찰리 시리즈는 국내 로봇기업인 로보티즈의 제품 다이나믹셀을 액추에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 DARwin-OP와 다이나믹 셀

 

·모든 로봇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모인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된 로봇기술의 단위 모듈은 타 로봇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폭넓고, 많은 양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란 로봇기술에 대한 연구가 아닌 이를 활용한 로봇 시스템 연구라 표현하는 쪽이 어울린다. 그래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특정 로봇기술의 발현’이라기보다 ‘모든 로봇기술의 집약’으로 표현하는 것이 타당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 작은 사이즈 속에 2족직립보행, 로봇 핸드, 로봇 암 & 레그, 오감을 표현하는 센서, 인공근육, 인공지능 등의 최첨단 기술을 집약시켜야 하는 만큼 기술의 집적도가 높다.
그래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순히 단위 모듈의 합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인간의 형태에 유사해야만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있어, 사용되는 단위 모듈들은 그 자체로 적용하기에 부피가 너무 크기 때문에 보다 콤팩트하게 커스터마이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울러 힘센서, 관성센서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개발자가 추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특징으로 구현해내는 작업도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자족보행을 위해 배터리 방식을 주로 채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에너지 세이빙을 위한 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 제조용 로봇과 같은 높은 정밀도나 속도가 필요하지 않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 부분의 기능을 상대적으로 하향시키는 대신 효율적인 에너지소비량을 구현해야 한다.
이렇게 광범위한 단위 모듈을 조화롭게 시스템으로 구성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려면 단순한 기술력이 아닌 경험적 요소가 필요하다. 이 경험적 요소는 자연스럽게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 기간에 비례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력을 100이라는 수치로 환산했을 때, 1~95까지의 기술력을 개발하는 것보다 95에서 96, 97, 98…까지 끌어올리는 부분이 더욱 난해하고 힘들기 때문에 꾸준한 연구는 물론 이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적인 분야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장 “당신은 어떤 시장을 보고 계십니까?”
·Big Market ‘Public User’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휴머노이드 로봇은 시스템 통합의 결정체라 할 수 있을 만큼 집적도가 높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통합이 구현해낸 성과물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절대적인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일반 유저를 타깃으로는 사실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분야이다.
가장 우선할 수 있는 문제점은 복잡하고 집적도가 높은 만큼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는 물론 고성능 소프트웨어까지 적용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유통이 된다 해도 메인터넌스 측면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안게 된다. 공급하는 업체는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크 기술이 적용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유지·보수를 위해 소프트웨어, 인터넷 분야까지 능숙한 기술자를 지원해야 한다.
또 하나 대표적인 문제점은 가격이다. 로봇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지상과제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상당히 고성능의 구성품들을 필요로 한다. 높은 수준의 소프트웨어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개인이 활용하기에는 상당한 금전적 부담이 있다.
한편으로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 역시 대중을 고객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설한 바와 같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친구로 인식하고 있는 절대 다수의 대중이 요구하는 바를 현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산적해 있는 문제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에 있어 Public User는 가장 큰 수요층임에도 불구하고 당대에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시장이라 할 수 있다.

 

·Middle Market ‘Require User’
지난 해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방사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위협 앞에서 몸을 떨어야 했다. 원전 복구에 지원하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금액의 보상이 주어졌지만 세간의 시선은 ‘카미카제’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2011년 3월, 일본 자위대는 비상전원을 가지고 냉각기 수동 전원공급을 위해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됐다. 뉴스 앵커의 인간 접근 가능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전문가는 멈칫거리며 모호한 대답을 했다. 뉴스를 보던 사람들은 체르노빌 사태 때 목숨과 바꿔 영웅이 된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체르노빌 이후 또 이렇게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인류의 재앙을 막기 위해 피폭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투입되었던 세계의 각종 재난 로봇들은 혹평, 혹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상당수 대중들의 뇌리 속에서 가장 아쉬움으로 자리매김 한 로봇이 있었으니 바로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아시모’였다. 그간 아시모가 보여준 섬세하면서도 유려한 모션을 생각한다면 ‘원전 속에서도 인간처럼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일본 로봇기술의 위상을 드높였던 아시모는 원전 복구 작업에 있어서 오히려 그들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고 말았으며, 일본은 ‘일본의 로봇은 효용성이 없다’는 수군거림을 듣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혼다 측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보다 진화된 신형 아시모를 선보이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원전 내부에 투입할 생각을 지니고 있음을 밝혔다. 아시모는 아마 대중의 가정보다 후쿠시마 원전에 먼저 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난, 재해, 극한지역 등 전문서비스 분야는 대중과 다르게 필요에 의해 로봇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서비스 로봇들은 제조업용 로봇으로 시작해 1인1로봇의 로봇 대중화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분야라 할 수 있고,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국내 역시 정부 사업의 상당수가 전문서비스 로봇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담론의 움직임은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피해갈 수 없다. 1인1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이전에 이 전문서비스 로봇 분야를 거쳐야만 한다. 이유인 즉, 이 시장은 수요자가 ‘요구’하는,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와 단체가 주 수요층이기에 로봇을 구매하기 위한 비용 조달 측면에서도 개인보다 메리트가 있다. 그래서인지 로봇 개발자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중화는 관념적으로만 생각하더라도, 군사, 재난, 의료, 실버 등 전문서비스 분야에서의 활약은 구체적으로 청사진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본질적인 것은 로봇의 존재 의의에서 찾을 수 있다. 로봇이란 궁극적으로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메커니즘이며, 전문서비스 분야에는 인간이 수행하기 어렵거나, 위험하거나, 불가능한 미션들이 상당히 많다. 이를 인간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로봇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특히 전문서비스 분야 중 인간의 생존이 걸린 일부 극한 작업 분야의 경우 고정밀, 고속 작업보다 조금은 투박하고, 조금은 느리더라도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결국 필요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된 로봇들은 눈과 귀의 역할은 할 수 있지만 걷어내고, 치우고, 조이고, 보수하는 작업은 결국 모바일, 로봇암, 로봇핸드 기술이 어우러진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만약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DARPA 로봇 챌린지의 우승자가 확정된 상태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로봇의 내구성 및 극한 상황에서의 적응력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보다 많은 인간을 방사능의 위험으로부터 지킬 수 있지는 않았을까.
 
·Now Market ‘Derivation / Platform / Module’
Derivation 현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창출하고 있는 시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인해 창출되는 시장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창출하는 시장으로 나눠볼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인해 창출되는 파생 시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부품, 소프트웨어 등의 분야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우선 국내 로봇기업의 아이템 중에서는 찰리 시리즈와 DARwin-OP에 적용되는 로보티즈의 다이나믹셀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인해 시장을 창출한 대표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자들이 다이나믹셀을 활용해 플로토타입 휴머노이드 로봇의 제작 시간을 줄이고, 보다 상위에 있는 소프트웨어 및 어플리케이션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맥슨모터의 제품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소형 로봇을 겨냥해 콤팩트한 사이즈로 제작된 맥슨모터의 모터 제품군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에 있어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또한 산업, 형태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로봇이 채용하고 있는 고정밀 감속기 하모닉 드라이브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부동의 감속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SBB테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정밀 감속기를 개발해 필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드웨어 컴포넌트와 같은 유형의 시장이 있다면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무형의 시장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자들은 자체적으로 플랫폼에 가장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인간과 감성의 교류를 위한 인공지능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 버지니아 텍의 새피어는 맥슨모터의 제품을 통해 놀라운 균형감각을 구현했다.

 

Platform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재 창출하고 있는 시장을 두 가지로 나눠보자면 플랫폼 전체를 활용한 시장과 각각의 모듈을 활용한 시장으로 나눠볼 수 있다.
최첨단 하이테크놀로지라는 특성으로 인해 오히려 상용화 혹은 시장 형성이 어려웠던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 특성에 맞춰 연구자들을 타깃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내에서는 휴보, DARwin-OP 등이 있으며, 프랑스의 나오(NAO)도 연구용 플랫폼으로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특히 휴보는 미국, 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에 현재 400만 달러가량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태이며, 현재 진행 중인 추가 수주만도 5건, 그중 계약이 진행된 사례가 3건으로 연구용 플랫폼으로서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니는 수익성을 증명했다.
DARwin-OP 역시 출시된 이래 꾸준히 선전하며 현재 400여 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나오(NAO)는 아시모, 휴보, 찰리 등과 비교했을 때 철저히 사업화가 되어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알데바란은 나오의 양산 체계를 갖추고 있어 언제라도 주문 시 즉시 배송이 가능해 빠른 납기를 구현했다. 
한편 일본의 아시모는 폐쇄형 플랫폼으로서, 임대를 할 경우에도 혼다 측에서 100%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높은 비용, 연구 불가능 등의 리스크가 있다.
연구용 플랫폼 외에 공연, 엔터테인먼트 등의 요소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활약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엔지니어드 아츠의 로보데스피안이다.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빅독(Big Dog) 개발진과 협력해 모바일 기능을 개발할 예정이서 아직까지는 걷거나 뛸 수 없지만 국내에서도 이산솔루션을 통해 각종 행사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공연에 특화된 로봇이다.
한편 소형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교육용 시장을 타깃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한때 미국에서 각광을 받았던 휴머노이드 로봇 제품들은 한국과 일본의 제품이 주류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과잉공급 상황으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태이며, 로보티즈의 교육용 휴머노이드 로봇킷 ‘Biolid’가 시장 내 로봇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으며 일본 제품과 경쟁하고 있으며, 2009년 11월 LA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후발주자인 로보빌더는 2008년까지 미국 시장 내 대표적인 로봇 제품 전문 유통업체인 Trossen Robotics를 통해 판매했다.

 

Module 휴머노이드 로봇은 플랫폼이 아닌 모듈의 형태로도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모듈 단위로 갈라졌을 때, 그 형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 부를 수 없게 되겠지만 그것은 엄연한 인식의 차이일 뿐,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에서 파생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연구용 플랫폼으로서 가시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휴보의 개발자인 오준호 박사는 이미 휴보의 팔, 혹은 핸드와 같은 부분을 시장이 요구하고 있음을 밝혔다. 실제로 오 박사는 휴보의 로봇암 양산을 위해 플라스틱 재질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휴보는 연구자들을 위해 플랫폼은 물론 모듈 단위로까지 공급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기술대로, 사업은 사업대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과 사업화에는 대중과 개발자의 관점과 마찬가지로 시점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 시점의 차이는 역시 로봇산업 시장 개척의 고질적 문제점인 개발자와 사업가의 관점 충돌에서 비롯된다.
가장 작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연구용 플랫폼 시장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폭발적인 시장의 확장을 위해서는 이 분야는 물론 특수목적용 휴머노이드, 먼 미래에는 개인서비스용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국내외 유수의 개발자들이 꾸준히 이 분야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현재 사업화가 가능한 분야로서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도 진행되어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사업화에 있어 가장 큰 난점은 너무 높은 시스템의 복잡함과 통합성, 집적도이다. 시장 유통 측면에서 가격 경쟁력은 물론 이후 메인터넌스 부분까지 생각했을 때,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부하가 걸린다.
그래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사업화가 가능하려면 이 저해 요소인 시스템의 복잡함, 통합성, 집적도를 목적에 따라 융통성 있게 취사선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야스카와의 양팔로봇이나 NT리서치의 마네킹 로봇, 최근에 개발된 2족보행이 가능한 테이블 로봇 등은 통념적으로 정의했던 형태상의 휴머노이드 로봇 정의와는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고 사지 멀쩡해야만 꼭 인간이겠는가. 특수 목적을 위해 특정 기능을 취사선택한 휴머노이드 역시 조금만 인식을 전환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장으로 인정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즉,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성은 인간과 상호 교류가 가능한 미래의 로봇 시대를 목표로 나아가되, 시장성은 서비스가 가능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해체를 가져올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이상적인 형태의 수준을 질적으로 약화시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이 없으면 미래를 위한 연구 역시 더뎌지고, 정체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볼륨을 보다 두껍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성과 시장성의 적절한 타협, 혹은 독립적 성장을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