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되는 글로벌 물류대란, 원자재 수급 부족 현상 등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현지 제조업에 대한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졌던 봉쇄정책으로 노동력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제조사가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호주 업계에서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로봇인 코봇(Cobot)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호주 제조산업 분야에서 코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8월 연방정부 산하의 호주 연구소 Australian Research Council의 펀딩을 받아 호주 코보틱스센터를 설립했다. 이와 함께 호주 정부는 코봇 활용도를 지속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대학과 함께 산업이 주축이 된 관련 리서치 프로그램도 지원할 계획이다.
(사진. Robotics Australia Group)
1. 기존 로봇 vs 최신 코봇
코봇(Cobot)은 1995년 General Motors Foundation의 연구에서 나온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코봇은 산업용 로봇과 달리 사람과 팀을 이뤄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많은 생산 공장에서 코봇이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로봇과 최신 코봇의 차이점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1) 안전성
작업하는 근로자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 로봇과 달리 코봇은 첨단 시각 기술을 통해 사람을 감지해 활동을 멈추거나 바꿀 수 있는 정교한 센서가 탑재돼 있다. 이에 따라 코봇은 안전장치가 따로 필요하지 않으며 작업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협업이 가능하다.
2) 협동성
일반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특정 작업을 수행하지만 코봇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스마트하게 움직인다. 또한 완전히 자동화될 수 없는 복잡한 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돕고 반복적인 일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3) 유연성 및 학습성
로봇과 코봇의 차이점은 프로그래밍에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부분이다. 프로그램을 설정할 수 있는 태블릿만 있으면 조작이 가능해 유연하게 작업을 수행한다. 이어 일부 코봇 모델은 프로그래밍 없이 요구 사항을 독립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기술자가 로봇 팔을 사용해 업무를 수행하고 코봇이 패턴을 쉽게 모방해 움직인다.
4) 휴대성 및 경제성
정교한 센서와 영상 기술이 도입된 코봇은 어디서든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거운 산업용 로봇에 비해 가볍고 이동하기 편리해 생산 현장 이외의 장소에서도 작업 수행이 가능하다. 또한, 많은 프로젝트에 다양하게 쓸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아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효과도 창출할 수 있다.
UR3e 코봇(사진. 유니버설 로봇)
2. 위드 코로나 시대, 지속 성장하는 코봇 시장
리서치 전문 기업 Interactive Analysis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글로벌 코봇 시장은 6억 6,990만 달러 규모였으며 이는 전년 대비 15.6%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 확산으로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전 세계 공장과 물류창고가 문을 닫으면서 수요가 하락했으나 위드 코로나 시대가 지속되는 2021년에는 17.2%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용 로봇 시장은 연평균 4~5%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코봇 시장은 15~20%의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 오는 2028년에는 19억 4,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의 15.7%에 해당하는 수치다.
호주에서는 주로 식음료 제조산업 및 서비스업에 코봇을 사용하고 있으며 향후 비식품, 제약 등 모든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호주의 경우 높은 생산비용으로 인해 제조업이 발달돼 있지 않아 아시아, 북미, 유럽 등에 비해 코봇 시장 규모가 작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지 중소기업에서 코봇을 이용하기 시작하고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증명된다면 경쟁업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식음료 서비스 분야 스타트업 Ezitech사의 대표는 KOTRA 멜버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식품 제조사 및 유통사, 요식업체 등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코로나 전에 비해 급여가 크게 상승했고, 한국 또는 해외에서 식음료 제조 및 서비스에 활용되는 코봇을 수입하기를 희망하는 회사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봇의 최대 적용분야는 자재 취급(Material Handling), 조립(Assembly), 운반(Pick & Place) 업무이며 최근에는 사람이 직접 수행하기 위험한 작업으로 꼽히는 기계 관리에 코봇 사용이 크게 증가했다.
UR3e 코봇(사진. 유니버설 로봇)
3. 현지 유통사와 파트너십으로 호주에 진출한 해외 코봇 기업
최근 호주 현지에서 코봇에 대한 수요가 상승함에 따라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해 유통하는 회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1) 한국 ‘두산 로보틱스(Doosan Robotics)’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호주 산업용 측량 장비 및 자동화 솔루션 공급사 Diverseco를 통해 호주 시장에 유통하고 있다. 호주는 현재 두산로보틱스사의 코봇만 취급하고 있으며 용접, 팔렛 작업, 운반, 부품 조립, 기계 관리 등이 필요한 모든 산업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안전하고 신속 정확하게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현지 유통사에서 제품 상담과 사후 지원을 제공한다. 한편,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코봇 시장 점유율 1위로,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코봇 연간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한 바 있다.
2) 덴마크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
유니버설 로봇은 2005년에 설립된 제조사로 2008년 덴마크와 독일 시장에 코봇을 선보인 후 꾸준히 새로운 모델을 출시해, 전 세계에 1,100개 사 이상의 파크너를 보유한 세계 최대 코봇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니버설 로봇은 호주의 The Robot People, Quantum Robotics 등과 같은 산업용 로봇 전문 유통사를 통해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3) 대만 ‘테크맨 로봇(Techman Robot)’
테크맨 로봇은 2015년 대만에서 시작한 코봇 및 자동화 솔루션 개발사로 호주를 비롯한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에 진출한 기업이다. 테크맨은 호주에 2018년에 진출했으며 시드니에 위치한 Australis Engineering에서 호주 공식 유통사로 현지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6가지 모델이 있으며 탑재용량은 4~14㎏를 아우른다. 또한 Smart, Simple, Safe이 모토인 테크맨 로봇사의 제품은 연결된 비전 시스템을 통해 바코드, QR코드, 텍스트, 색상 등을 식별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4) 중국 ‘자카 로보틱스(JAKA Robotics)’
자카 로보틱스는 2014년에 설립된 중국의 로봇 개발사로 호주 멜버른 소재 자동화 솔루션 공급업체인 Cobot Pty Ltd사를 통해 현지 시장에 유통한다. 자카 로보틱스는 높은 품질의 코봇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Zu3 모델은 12㎏ 중량에 적재용량은 3㎏로 가격대는 3만 1,889호주달러부터 시작한다. 가장 고가의 코봇은 Zu 18로 무게는 35㎏, 적재용량은 18㎏이며 4만 3,780호주달러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TM로봇 시리즈(사진. 테크맨 로봇)
4. 시사점 및 전망
국제로봇연맹에서 발표한 2021 World Robot Report에 의하면 전 세계 공장 내 산업용 로봇보급은 300만 대를 돌파했으며, 제조업계 종사 직원 1만 명 당 로봇 대수는 평균 126대로 5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한국은 발달된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을 기반으로 직원 1만 명당 932대를 기록해 글로벌 평균의 7배를 초과했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호주의 로봇 밀도는 75대에 불과해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호주의 로봇산업을 대표하는 비영리 단체 Robotics Australia Group에서는 지난해 11월 Robotics Roadmap for Australia 2022를 발표했으며 다양한 산업용 로봇과 더불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서 활용도가 높은 코봇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처럼 향후에도 다양한 기업에서 코봇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호주 현지 진출에 관심을 가지고 파트너사를 발굴해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현지 시장에 맞는 진출 전략을 세워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