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로 록다운 시행과 함께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기후 중립을 향한 독일 및 EU 차원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플라스틱 폐기물은 증가 추세이다.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탈 플라스틱이라는 시대적 도전과제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분리수거 외에도 제품 포장 디자인이나 재활용 프로세스 최적화 등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통해 미래에는 포장재 플라스틱 소재의 75%가 재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탈 플라스틱’은 시대적 도전과제
독일에서는 현재 폐기물 수거를 위해 플라스틱 봉투 유상제, 일회용 음료수병 및 음료수 캔에 대한 회수 의무(Pfandpflicht), 두께 15∼50마이크로미터(μm) 두께의 일회용 플라스틱봉투 사용 금지 등 다양한 재활용 및 탈플라스틱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유럽 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및 재활용 규모(단위 : t)
자료 : Handelsblatt/ PlasticsEurope, Consultic, Stoffstrombild Kunststoffe in Deutschland
또한, 독일은 폐유(75/439/EWG), 유해물질(91/689/EWG), 포장재(94/62/EG), 노후 차량(2000/53/EG), 전기·전자기기(2002/96/EG), 폐배터리(2006/66/EG) 등 다양한 품목군에 대해 재활용 회수 비중을 상향 조정하고 적용 품목군을 지속 확대해 나가는 등 재활용을 위한 규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독일은 EU 기후보호 정책을 선도하는 모범국가로 이러한 탈플라스틱 정책은 독일의 기후보호 목표 하의 실행적 조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재활용에 대한 인식 변화 촉진
EU 차원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중장기적으로 플라스틱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실행 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에 있으나 코로나19 사태 확산과 함께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음식,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증가하며, 전반적으로 플라스틱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가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재활용에 대한 인식 변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사진.유니레버)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노력은 정부나 EU 차원에서의 목표 상향 조정 등의 노력뿐만 아니라 코카콜라나 스타벅스 등 글로벌 유명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 이르는 개별 기업의 자발적으로 노력으로 구체화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들어 크게 확산되는 추세이다. 또한 그 방법이나 방식에서도 다양한 리사이클링의 의미를 담아 전개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EU, 2030년까지 플라스틱병 생산 시 재활용 소재의 비율 30% 목표
독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가 전문가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0년 유럽 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총 2,950만 톤에 달하고 이 중 재활용량은 1,020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한편, 현재 집계 기준 최신 수치인 2019년 유럽 플라스틱 가공에서의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194만 5,000톤으로 10% 증가했으나 신규 플라스틱 사용량에 비하면 여전히 매우 낮다.
기업의 플라스틱 재활용 사용 비중 확산 행보 잇달아
독일 세제 브랜드 프로쉬(Frosch)의 제조기업인 베르너와 메르츠(Werner & Mertz)는 일반인이 원유로 만든 기존의 포장과 구별할 수 없는 100% 재활용 소재로 포장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동사는 포장에 폐플라스틱을 사용한 선구자로 이 기업은 이미 100% 재활용 재료로 만든 5억 5,000만 개 이상의 페트병을 유통에 투입했고, 이미 2015년부터 병 제조 시 재활용 플라스틱만 사용하고 있다.
고품질의 재활용 플라스틱이 부족하기 때문에 동 사는 폐기물 처리기업과 협력을 통해 포장에 노란색 자루를 통해 수거된 플라스틱 사용량을 점점 더 늘리면서 전년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의 절반을 이를 통해 얻고 있다. 이는 그 어느 제조사도 보여주지 못한 성과이다. 이 재활용 플라스틱은 매우 순수하고 무공해소재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식품과 접촉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한다.
(사진. 유니레버)
이 회사의 대표 슈나이더(Reinhard Schneider)는 다만 문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독일에서 통용되는 플라스틱 포장재 수거용 노란색 자루(Gelber Sack)으로 수거된 재활용 플라스틱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소각되기 때문에 단일 종류의 폐 플라스틱은 희소하다고 한다. 이를 변경하기 이해서는 분류방식이 개선돼야 하고 처리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슈나이더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100% 사용하는 것이 표준이 된다면, 단가도 기존 포장 가격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라고 전한다.
이러한 일부 모범 사례를 차치하면, 독일 주요 소비재 브랜드 제품의 재활용 소재 사용 비중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2020년 말 세제 브랜드 페르질(Persil)의 제조사이자 독일의 대표적 소비재 기업 헹켈(Henkel)은 사용된 플라스틱의 15%를, 유니레버는 개별 부문에서 최다 20%를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며, 로레알은 현재 수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 니베아(Nivea) 브랜드로 유명한 독일 소비재 기업 바이어스도르프(Beyersdorf)의 경우에도 현재 기준 최신 집계된 2020년 말 이 회사 포장의 재활용품 비율은 4%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소비재 대기업도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추세이다. 헹켈(Henkel)의 경우 2025년까지 포장재에 30% 이상의 재활용품을 사용하고자 하며, 유니레버(Unilever)는 25%를 목표로 하고 있고 바이어스도르프는 2025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크림, 샴푸, 데오드란트 용품 포장의 최소 30%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생산하고자 한다. 화장품 제조사인 로레알(L’Oréal)은 50%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2022년에도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큰 야망을 갖고 포장에 사용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비중을 대폭 증가시켜 수만 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절감하고자 한다.
공통 표준 개발 및 제품 포장 디자인은 궁극적 도전 과제
또 다른 어려움은 제조업체와 딜러가 오랫동안 글로벌 차원에서 생산 또는 유통에 임하고 있으나 폐기물 처리에 대한 범국가적 표준이 없다는 것이다. 유럽 내에서도 국가마다 분류 시스템이 다르며, 전 세계적으로는 더욱 그런 상황이다. 로레알의 지속 가능성 이사인 바인더(Irene Binder)는 “프랑스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반드시 독일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특히 글로벌 기업에는 어려운데, 각국마다 자체 재료로 포장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인더가 말하듯이 가능한 한 많은 국가에서 포장재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가장 낮은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소비재 그룹도 공동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바이어스도르프, 베르너와 메르츠, 프라운호퍼(Fraunhofe) 연구소의 전문가 간의 협력이 진행 중인데 재활용품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명확히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EU 규정에 따르면, 제조업체는 안전한 제품만 유통할 수 있다. 그러나 재활용품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정확히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이에 글로벌 제조기업인 미국 프락터 앤 갬블(Procter & Gamble)과 유럽 최대 소매업체인 슈바르츠 그룹(Schwarz Group)은 최근 혁신적인 포장재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제휴를 맺었다. 슈바르츠 그룹은 자회사인 프레제로(Prezero)에서 자체 폐기물 처리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가치 사슬을 따라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Prezero의 키리아키스(Thomas Kyriakis) CEO는 “포장 관리의 핵심은 처음부터 제품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나중에 쉽게 분리, 분류, 재활용해 생산 사이클에 다시 넣을 수 있도록 포장을 디자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게 되면,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적절하게 분리하지 않아 처리가 안 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는 “최고의 포장재를 사용하면 소비자가 나중에 아무것도 분리할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한다.
전망 및 시사점
리사이클링 전문가 말레츠(Maletz)는 미래에 포장 플라스틱의 75% 이상이 재활용될 수 있다고 전한다. 최소한 제조업체가 포장을 적절하게 디자인하고 소비자가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리하고 재활용 회사가 프로세스를 최적화한다는 조건 하에서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이를 이유로 독일 소비재 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통해 이러한 프로세스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원유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현재와 같이 비용 상의 이유로 원유에서 더 많은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고 재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가공 기계 활용도가 떨어지고 재활용품 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을 방지하자는 취지이다. 이러한 노력 속에 제품 포장 디자인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이르기까지의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은 EU 및 독일의 플라스틱 규제와 더불어 플라스틱 소재, 제품 생산 및 유통(특히 식품) 분야에 새로운 변화를 유발하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화장품 기업을 중심으로 포장재에 사용되는 신규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실현을 위해 화장품 업계가 공동 추진하는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에 동참하는 추세이다.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과 용기 경량화 및 용기 디자인 변경, 판매한 용기의 자체 회수 등을 통한 다양한 시도 속에 탈 플라스틱 행보에 발맞춰 친환경을 실천하는 착한 기업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노력은 기업의 자발적인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독일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제조기업은 제품의 품질 외에도 포장재 구성이나 방식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EU에서는 제조업체에 대한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 비용 분담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국내의 대 EU 수출기업은 사전에 이와 관련해 거래 공급업체와의 협의 및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2022년 1월1일부터 모든 음료수 캔 및 페트병에 25ct의 보증금이 부과되므로 회수 의무화 확대조치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독일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소비재 제조기업은 전반적으로 향후 과다한 포장이나 플라스틱 포장을 지양하고 보다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패키징에도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지속 가능한 소재 제품이나 포장 디자인 개발도 좋지만 가능한 경우라면 단일 소재 플라스틱을 적용해 ‘Simple is the Best’(단순한 게 최고)라는 말을 적극 실천에 옮겨볼만 하다. 이미 독일과 유럽 소비는 환경을 위해 아름다운 포장보다는 심플하고 재활용 가능한 포장을 선호하는 스마트한 소비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플라스틱 소재의 재활용률을 지속적으로 개선시키고 재활용 플라스틱의 품질을 개선하는 노력은 플라스틱 가치사슬 속에서 우리 모두가 실행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그린경제로의 전환과 성장은 정부, 기업, 소비자 모두가 협업할 때 한층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 속에 향후 저탄소·친환경 기술 관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도출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