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티로보틱스,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로 산업의 다음 단계 연다 제조 자동화 플랫폼으로 사업 확대 임승환 기자 2026-07-22 13:04:03

생성형 AI와 휴머노이드가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제조 현장에서도 AI 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공장에서는 화려한 기술보다 안정성과 생산성이 우선된다. (주)티로보틱스는 반도체 공정용 로봇으로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모바일 로봇과 피지컬 AI 플랫폼을 개발하며 제조 자동화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주)티로보틱스 개발제2본부 심영보 본부장 / 사진. 로봇기술

 

반도체 공정 로봇에서 모바일 로봇까지
2004년 설립된 (주)티로보틱스(이하 티로보틱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용 산업용 로봇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웨이퍼 이송 로봇과 LCD 패널 이송 로봇을 공급하며 정밀 이송 기술을 축적했고, 이를 기반으로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회사는 물류자동화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으며 최근에는 제조 현장에서 활용되는 모바일 로봇을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단순히 자재를 운반하는 AGV 수준을 넘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제조용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티로보틱스의 모바일 로봇은 이미 실제 생산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회사는 2023년 미국 공장에 약 500대의 모바일 로봇을 공급했으며, 이후 북미와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600대 이상의 모바일 로봇을 공급하며 제조 물류 자동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에서 축적한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미세한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환경인 만큼 높은 정밀도와 신뢰성이 요구된다. 티로보틱스는 이러한 기술을 모바일 로봇에도 적용해 제조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티로보틱스 심영보 개발제2본부장은 “공정용 로봇에서 확보한 정밀 제어 기술과 신뢰성이 현재 모바일 로봇 사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라며 “향후에도 제조 현장을 중심으로 적용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산업 현장의 활용성
최근 로봇 업계에서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티로보틱스는 현재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사람처럼 걷는 기능보다 실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로봇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회사가 선택한 방향은 모바일 플랫폼 위에 양팔을 결합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다. 기존 모바일 로봇의 이동성과 로봇팔의 작업 능력을 결합해 사람이 수행하던 작업을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심영보 본부장은 제조 자동화가 물류 이송 자동화에서 시작해 로딩·언로딩 자동화를 거쳐 사람 수준의 작업 수행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에서는 이족보행보다 안정적으로 이동하고 작업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이 동사의 판단이다.


이족보행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도 분명하다.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 효율이다. 현재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는 약 8시간 연속 작업이 가능하지만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는 2시간도 운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력을 소비해야 하는 만큼 장시간 작업이 필요한 제조 현장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안정성도 중요한 요소다. 산업 현장에서는 작은 오류도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족보행 로봇은 제어 오류가 발생하면 넘어질 위험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장비 손상이나 유지보수 비용 증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성 역시 고려 대상이다. 현재 제조 현장에서는 동일한 작업을 모바일 매니퓰레이터가 더욱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만큼 이족보행이 제공하는 추가적인 가치가 아직 크지 않다는 것이 티로보틱스의 판단이다.


심영보 본부장은 “산업 현장은 화려한 동작보다 얼마나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라며 “현재 제조 환경에서는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휴머노이드가 가장 현실적인 형태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 로봇기술

 

피지컬 AI 플랫폼 구축에 집중
티로보틱스는 AI 시대에서 자사의 역할을 AI를 개발하는 기업이 아니라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심영보 본부장은 AI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의 중요성도 함께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주목받는 VLA(Vision-Language-Action) 기술이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작업마다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위치를 설정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로봇이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작업을 이해하며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심영보 본부장은 AI 기술만으로 제조 혁신이 완성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판단 능력을 갖추더라도 이를 실제 공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안정적인 플랫폼이 없다면 생산 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AI는 두뇌이고 티로보틱스는 그 두뇌가 움직일 수 있는 몸체를 만드는 역할”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피지컬 AI 시대에는 AI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실제 산업 환경에서 장시간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플랫폼 경쟁력이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철학은 유지보수 분야에도 적용된다. 현재 공장 자동화 시스템은 구축 이후에도 장비 셋업과 유지보수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며, 숙련 엔지니어 부족 문제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티로보틱스는 앞으로 AI가 장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이상을 감지하며 문제 발생 시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한 명의 관리자가 여러 공장의 자동화 설비를 동시에 관리하는 운영 체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영보 본부장은 “AI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AI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티로보틱스는 제조 현장에서 검증된 모바일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AI를 구현하는 기업
티로보틱스는 제조업 자동화를 거스를 수 없는 산업의 흐름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장 규모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제조 현장의 인력 부족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숙련 인력 부족이 지속되고 있어 자동화 수요는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 로봇기술


AI 에이전트 역시 범용 시스템보다 산업에 특화된 형태가 먼저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지보수 에이전트는 장비 상태를 진단하고 이상을 감지하며, 설비 모니터링 에이전트는 생산 설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물류 운영 에이전트는 자재 이동과 물류 흐름을 최적화하는 등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가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공장 전체를 관리하는 상위 시스템은 당분간 규칙 기반(Rule-Based) 제어 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 현장은 무엇보다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 만큼 완전한 자율 운영보다는 검증된 제어 체계를 기반으로 AI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심영보 본부장은 티로보틱스가 참가한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서도 이러한 산업 흐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AI 기술 자체에 관심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AI를 실제 공장에 어떻게 적용하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산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로봇과 피지컬 AI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라며 “이제는 AI를 실제 제조 현장에 구현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티로보틱스는 모바일 로봇과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를 중심으로 제조 현장에서 검증된 피지컬 AI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산업 현장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자동화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