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딥테크(Deep Technology) 산업 동향 딥테크 스타트업의 성장과 확장을 위한 정부 지원 돌입 윤소원 기자 2022-06-09 16:21:54

인공지능, 머신 러닝, 빅데이터, 언어 처리, 비전, 음성 알고리즘, 로봇공학 등을 아우르는 테크 산업 및 첨단 기술에 활용되고 있는 딥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는 현지 스타트업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네덜란드의 딥테크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유망 기술 혁신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딥테크와 연관해 네덜란드가 해결하려는 사회 문제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현지 시장 진출에 나서볼만할 것으로 보인다.

 

1. 유럽의 딥테크 산업
딥테크(Deep Technology)는 다루고 있는 기술 수준만큼이나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대게 첨단 과학 혹은 공학에 기반을 둔 기술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딥테크는 오랜 연구 기간,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며 상업화하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공지능, 머신 러닝, 빅데이터, 언어 처리, 비전 및 음성 알고리즘, 로봇공학, 블록체인, 첨단소재 과학, 광전자공학, 생명공학, 양자 컴퓨터 등 매우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를 포괄한다.


유럽연합(EU)은 이러한 딥테크 산업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으며, 유럽에 설립된 딥테크 기업의 가치를 합치면 2020년 기준 약 7,000억 유로로 매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 2000년 이전에 설립된 기업들의 가치는 5,080억 유로로 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에 설립된 기업들의 가치는 1,880억 유로로 추산되고 있다.


유럽의 딥테크 기업들은 고등 교육 기관을 기반으로 정부 보조금을 통해 초기 자본금을 지원 받는다. 딥테크 산업의 수준과 잠재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유망하고 능력 있는 딥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들의 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Xbox’ 게임 패스 얼티밋(사진. KPN)


2015~2020년 사이 유럽의 딥테크 투자는 영국, 독일, 프랑스의 VC가 주도했으며, 네덜란드는 총 12억 유로를 딥테크 분야에 투자해 6위를 차지했다. 또한 같은 기간 전체 투자금액 대비 비율을 살펴보면, 노르웨이, 핀란드, 벨기에의 VC가 투자금액의 30% 이상을 딥테크 분야에 투자하며 제일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네덜란드는 19%를 기록했다.

 

2. 네덜란드 딥테크 산업
2020년 테크 스타트업 산업에 18억 유로의 투자액을 유치한 네덜란드는 스타트업 산업을 국가 성장의 한 동력으로 보고 있다. 산업의 특성상 높은 리스크와 긴 연구개발 기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첨단 기술의 매력, 혁신성, 잠재력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2020년 기준 네덜란드는 총 2억 6,700만 유로의 15%만 딥테크 산업에 투자했으며 이는 약 21%인 유럽 평균 비중에 비해 다소 적은 편이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딥테크 스타트업 산업의 성장과 확장을 위해서는 재정 지원이 중요하지만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위해 정부 지원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네덜란드의 공익 비영리 단체 테크립(Techleap)은 2021년 6월 조직 컨설팅 기관인 버치(Birch)를 통해 네덜란드 딥테크 산업의 잠재력 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3. 네덜란드 딥테크의 잠재력
버치의 조사에 의하면 네덜란드에서 딥테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은 화학, 건축, 에너지, 식품, 물류, 첨단기술, ICT, 제약의료, 금융 등의 9개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딥테크 연구를 통해 개발한 첨단 기술은 향후 10년간 유망한 기술 혁신 분야 산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딥테크 산업의 성장을 촉진함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 기술 수출 등을 추진하며 국가 경제와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사 기관은 네덜란드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활동을 현재 경쟁력이 있는 분야, 잠재성이 큰 분야, 초기 분야, 아직은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로 나눠 분석했다.


먼저, 인공지능, 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분야가 현재 산업 적용 사례가 다양하고 경쟁력이 가장 큰 분야로 꼽혔다. 신소재, 나노기술, 포토닉스 기술은 잠재성이 큰 분야에 속하며, 증강 및 가상현실, 양자 기술, 블록체인 기술 등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아직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크지는 않은 분야로 분류되고 있다.


다른 한편,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스타트 업의 수와 경제적 잠재력을 두고 평가를 해 보면, 단연 ICT와 헬스케어 분야가 딥테크 산업에서 유망 분야로 꼽혔다. 네덜란드는 이에 따라 이러한 산업이 올바른 응용 분야를 발굴하고 규모를 확대해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삼을 예정이다.


ICT와 헬스케어 분야를 제외하면 하이테크와 에너지 산업에서의 기업 활동이 활발한데, 보다 많은 기업의 참가를 위해 시장 규모를 확장하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식품, 건설, 물류, 화학, 금융 서비스 분야는 딥테크에서 아직은 기업 활동이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네덜란드는 장기적으로 이러한 비인기 산업에서도 딥테크가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산업 개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 방향을 설정할 것이다.

 

ASML 연구소 클린룸(사진. ASML)


딥테크 분야의 또 다른 특성은 산업 간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다양하게 연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인데, 조사에 의하면 산업 간 융합 측면에서는 건강과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들이라면 타 산업으로의 확장성이 가장 크다고 한다. 이러한 산업 간 교류를 통해 네덜란드 혁신 산업에 매우 큰 가치를 창출 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덜란드는 4대 딥테크 연구 성과에서 세계 10위 안에 들며, 인구의 수는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연구 산출량의 2.1%를 차지하는 국가이다.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된 1%의 논문 중 네덜란드 학자의 논문이 5.6%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네덜란드는 특히 첨단 소재, 로봇 공학, 증강 및 가상현실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가 포토닉스 기술과 나노 기술 생산 측면에서 상위 국가는 아니지만 생산품질(FWCI)에서는 10위 내에 드는데, 이는 세계 평균 3배를 웃도는 기업 간 협업율에 있다. 이 분야에서는 필립스 헬스케어와 ASML 등이 산업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분야에서는 선두 국가들에 비해 네덜란드 산업의 규모가 작지만, 생산 품질은 세계 평균의 약 1.5배를 자랑하고 있다.


세계적인 하이테크 산업의 선두 기업들 중에서도 네덜란드 기업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대규모 R&D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이런 첨단 기술을 시장에 선보인다. 다른 연구 기관과 제휴해 분사를 만들고 아낌없는 투자를 하기도 한다.

 

ASML과 필립스는 매년 10억 유로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얀센과 KPN은 각각 4억 1,300만 유로와 4억 4,700만 유로의 R&D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 식품, ICT, 화학 산업은 큰 규모에 비례해 R&D에도 활발히 투자하고 있어 향후 경제적 잠재력도 높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델프트, 와게닝헨, 암스테르담, 그벤테 등 다양한 딥테크 클러스터에서 많은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 중이다.


딥테크 산업 내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나노기술, 첨단소재, 로봇공학, 포토닉스 등 대규모 하드웨어 투자가 필요한 딥테크 산업의 스타트업들은 소프트웨어(AI) 관련 스타트업들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 수가 2015년에서 2020년 동안 연평균 8% 증가한 반면, 소프트웨어 기반 스타트업의 경우 15% 증가했다.

 

스마트 영상의학 솔루션(사진. 필립스)

 

4. 산업 전망
유럽 최고의 딥테크 기업들 중 많은 수가 학교에서 출발을 했고 정부 보조금을 통해 초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고 한다. 네덜란드 하이테크 협회 마크 헨드릭세(Marc Hendrikse)회장은 최근 수년간 스타트업 산업이 빠르게 발전했는데, 공공 비영리 단체인 테크립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스타트 업이 자금 문제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아는 네덜란드 정부도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딥테크 펀드를 조성했다. 마크 헨드릭세 회장은 시장에서 효과를 볼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부 투자기관(Invest NL)을 통해 지원 받을 수 있는 예산이 연간 3억 5,000만 유로이고, 펀드, 연기금의 지원까지 있어 딥테크 산업에 더 많은 활력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를 밝혔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기후, 화학, 건설, 물류, 생명공학 관련 기술 산업이 경제적 잠재력과 사회적 영향이 큰 산업이지만 시장 참여자가 많지 않은 분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딥테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모든 분야의 기술이 시장에서 활용될 만한 수준은 아닌 만큼, 네덜란드가 해결하려는 사회 문제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이라면 시장 진출 성공 가능성도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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