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반도체 경쟁력 확보 위한 친기업 정책 확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지속가능성 유지 목적 김용준 기자 2022-01-07 14:23:01

산업 특성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CHIPS(Creating helpful Incentives to Produce Semiconductors) for America Act’와 ‘American Foundries Act’가 대표적이다. CHIPS for America Act에는 새로운 미국내 반도체 제조시설을 장려하는 연방 보조금 프로그램(100억 달러)을 포함한 다양한 연방 투자를 포함한다. 즉, 반도체 연구개발에 대한 연방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을 입지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도입하며,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취지이다.


American Foundries Act에는 새로운 미국 반도체 제조 및 R&D 시설을 장려하는 150억 달러의 연방 프로그램을 포함, 국방부, 국립과학재단, 에너지부, 국립표준기술원 등의 반도체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5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연방 투자도 승인하고 있다.


2021년 12월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중국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에 대한 추가 규제를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3일 바이든 대통령은 SMIC와 화웨이 등을 포함한 중국 기업 59곳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최신 기술 동향
반도체 장비는 생산을 위해 준비하는 웨이퍼 가공을 포함해, 칩 생산, 조립·검사에 활용되는 모든 장비를 총칭한다. 반도체 장비는 원재료인 웨이퍼를 개별 칩으로 분리하기 전 단계까지 웨이퍼를 가공하는 전공정, 최종 칩 형상을 만드는 조립 공정과 불량을 검출·보완하는 검사공정을 포함하는 후공정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장비의 비중은 전공정 70%, 후공정 30%로 구성되는데 상대적으로 전공정 분야는 미세화 기술 등 반도체 칩의 품질을 좌우하는 단계로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며, 기술진입 장벽이 높다. 나노기술시대로 진입하면서 반도체 제조기술의 개발 속도가 장비개발 속도를 추월하게 돼 제조 공정 및 검사 기술과 더불어 장비 기술 개발이 따라줘야 반도체 제조가 가능한 시대로 기술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산업은 수명주기가 짧은 지식 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시장진입 시점 결정이 매우 중요하고, 한 세대 장비기술이 완전히 성숙되기 전에 다음 세대의 장비기술로 전환되는 속도가 빠른 특징을 갖고 있다. 반도체 공정·장비·소재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 기반기술이며 반도체 산업의 미세화 기술 경쟁력과 제조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인으로서, 최근 반도체 소자의 고집적화와 미세화를 위해 반도체 장비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EUV(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란 노광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는 리소그래피 기술 또는 이를 활용한 제조공정을 뜻한다. EUV 광원은 기존 공정에 적용하고 있는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이 훨씬 짧기 때문에(10분의 1 미만) 제한된 웨이퍼 공간 내 극도로 집적되고 미세한 회로를 새겨넣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다. EUV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EUV 원천기술과 장비를 독식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ASML은 해당 기술을 삼성전자, TSMC 등 첨단 반도체 제조사에 단독 공급하며 수혜를 입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7월 2분기 실적에서 ASML은 2021년 매출이 동기대비 35% 증가한 24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으며, 이는 2025년 목표 범위의 하한을 넘긴 수치라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자율주행차 및 클라우드 적용의 확장으로 인해 더 정교하고 미세한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인바 EUV 장비의 역할은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노광 단계 전, 웨이퍼에 포토레지스트액을 바르는 것이 아니라, 증착공정을 이용해 포토레지스트 박막을 만드는 ‘드라이 레지스트’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해당 기술을 이용할 경우 제조 비용이 감소할 뿐 아니라, 노광 공정의 해상력이 대폭 증가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주요 이슈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세계는 전례없는 반도체 칩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단기간 급증한 수요뿐만 아니라 대만과 일본의 글로벌 대형 칩 제조업체가 각각 가뭄과 지진으로 인해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텍사스 지역의 이상기온과 정전으로 인해 반도체 공장 가동 중지 등의 여파가 칩 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러한 반도체 칩 수급 대란으로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리자 세계 각국에서는 ‘반도체 자립론’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반도체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 각종 인센티브 등을 약속하며 자국 내 반도체 공급 시설 확충,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2021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혁신 및 급증하는 전자제품 수요에 힘입어 2022년 프런트 엔드 팹 부문에 대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지출액은 당초 예상액인 900억 달러를 넘어 거의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SEMI의 분석에 의하면 2021년 지출액은 2020년 대비 44%나 증가하며 큰 폭으로 상승했고, 2022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팹(생산라인) 장비 지출액

자료원 : SEMI

 

특히 SEMI에 의하면 2022년 파운드리 부문 지출은 440억 달러 이상으로 팹 장비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메모리 부문 지출은 380억 달러 이상으로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분석됐다. SEMI는 DRAM과 NAND도 2022년에 각각 170억 달러와 210억 달러로 지출액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마이크로/MPU 지출은 2022년에 약 90억 달러, 디스크리트/전력 부문 지출은 30억 달러, 아날로그 부문 지출은 20억 달러, 기타 장치 부문 지출은 약 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역적으로는 2022년에 한국이 300억 달러로 팹 장비 지출을 주도할 것이며 대만이 260억 달러, 중국이 거의 170억 달러로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사점 
반도체 가치사슬 측면에서의 반도체 장비 산업은 반도체 제조사의 생산설비 투자 축소와 지연이 발생하면 반도체 장비 업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산업 특성상 장비 발주가 반도체 호황기에 집중되고 하향 국면에는 급감하는 특성이 있다. IBIS World의 보고서에 의하면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대한 압력이 설비 투자로 이어진다고 분석하고, 미국에서는 자율주행차량, 사물인터넷(IoT)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반도체 장비 업체의 매출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 투자는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한국의 반도체 생산 장비 관련 기업들은 객관적 분석으로 반도체 경기를 주시하고 설비 투자를 진행해야 하며, 반도체 생산 장비는 물론, 반도체 원재료, 부품 공급망을 수시로 점검해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대체 공급자와 그에 따른 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글로벌 반도체 선도 기업들이 포진해있는 미국의 반도체 제조 시장은 반도체 장비 업계 입장에서는 안정적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시장이다. 매년 한국의 반도체 장비 대미 수출규모의 증감요인을 분석하고 관련 기업들의 적극적 수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전방산업 분야에서 적용된 장비나 공정의 노하우를 살려 새로운 반도체 장비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으며,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소비시장에서의 우위와 견고하게 구축된 신뢰관계의 이점을 살려 미국 반도체 장비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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