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정현의 파쇄공, 포스코센터에 전시 조각가 정현의 파쇄공, 포스코센터에 전시 이예지 기자 2015-02-05 08: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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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파편·파인 자국 등 그대로 살려… “산업현장의 열정 상징물”


포스코가 포스코센터 동관 차량 진입로 인근에 조각가 정현 씨의 작품 <Untitled 2014>를 설치했다.

 

정현 씨의 작품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하찮은 것에 경의를 표하다’로 표현할 수 있다. 그는 주로 버려진 아스팔트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스콘, 오랜 세월 기차 철로의 버팀목으로 사용되었다가 폐기된 침목, 별다른 쓸모가 없는 막돌 등 볼품없이 세상에 버려진 하찮은 것, 가공되지 않은 날것들을 미적 재료로 선택하여 ‘존재의 숭고’, 더 나아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말한다. 비록 용도는 폐기되었지만 그들의 본래적 생명은 여전하다며 하찮은 것에 경의를 표하는 작가가 최근 새롭게 만난 것이 바로 ‘스틸볼(steel ball)’이다.

 

일명 ‘파쇄공’이라 불리는 큰 바위 같은 쇳덩어리는 제철소에서 사용되는 물건이다.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대형 지금을 재활용하기 위해 작은 사이즈로 깨부수는 일이 바로 파쇄공 본연의 용도다. 파쇄공은 애초 15톤 내외 중량의 각이 선 사각 모양으로 제작된다. 초강력 자석이 달린 기중기에 매달려 25m 높이에서 지상으로 수직낙하를 반복하며 철 부산물 덩어리를 깨고 부수는 작업을 실행한다. 하지만 대형 지금의 분절 방식이 가스를 이용한 절단 방식으로 바뀌면서 점차 산업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런 파쇄공을 작가가 처음 마주한 순간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한 기회에 포항제철소 내 고철 야적장을 방문한 그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구(球) 형태의 쇳덩어리가 눈에 띄었다. 동반했던 포스코 직원들에게 그 정체를 묻고 확인하면서 다시 마주친 파쇄공의 낙하 장면. 그는 엄청난 굉음과 뼛속으로 스며드는 강한 진동을 ‘거친 붓 터치보다도 더 숭고하며 응집된 시련의 흔적, 축적된 힘’으로 기억한다. 감동적인 첫 만남 후 그는 작가의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채 현장에서 처음 마주했던 모습 그대로를 작품으로 내놓았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레디 메이드(Ready made·일상적 오브제가 작가의 선택에 의해 작품화되는 개념)처럼 표면에 찍히고 파인 흔적들, 철 파편이 박힌 자국 등을 그대로 담은 채 전시장에 나섰다. 그에게 있어 파쇄공은 산업현장 직원들의 땀과 열정, 인고의 시간이 농축된 상징물과 같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쇳덩어리에는 산업 현장의 온갖 시련이 고스란히 응축돼 있어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이 자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2월 2일부터 16일까지 포스코센터 지하 1층 포스코미술관에서 포스코 소장 미술품전을 개최한다. 1995년 포스코갤러리 개관 후 1998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정식 미술관으로 등록된 포스코미술관은 국내외 600여 작가의 작품 1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미국의 팝아티스트 제임스 로젠퀴스트,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작가 이상범, 한국 현대미술의 물방울 작가 김창렬 등의 작품 41점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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