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재제조산업의 동향과 과제
*자료 : 산업연구원
1. 서론 2. 재제조산업의 의의 및 형태 3. 주요국의 재제조 관련 제도 및 산업 동향 4. 국내 현황 5. 시사점 및 과제 |
1. 서론
최근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관련하여 ‘재제조(Remanufacturing)’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재사용 및 재활용에 비해 재제조는 폐기물을 제조단계에서 역으로 투입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재제조를 통해 원자재 및 에너지 절약, 국내 고용 증대, 생산기술 훈련 기회 증대, 저가제품의 공급확대 등의 다양한 국민경제적 효과가 달성될 수 있다.
재제조는 국내외적으로 주로 자동차부품, 토너 카트리지, 전기·전자기기, 각종 기계류, 사무용 가구 및 화학촉매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자동차부품에 초점을 맞추어 재제조산업의 의의와 중요성을 살펴보고 선진국의 현황과 국내 동향, 국내 재제조산업의 발전에 대한 시사점과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2. 재제조산업의 의의 및 형태
재제조는 자원의 순환 차원에서 재사용 및 재활용과 구별되는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재사용이 가장 바람직할 수 있겠지만 재제조는 폐기물을 제조단계에서 다시 환류시켜 신품 수준의 성능을 보장하는 제품으로 다시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매우 크다.
재제조는 중고품에 대한 외관 세척에서부터 분해, 검사, 수리, 재조립 및 도장까지의 일련의 재제조 과정을 수행하게 되며 체계화된 공정, 기능 복원을 통한 신제품 수준의 보증과 최신 기술로 업그레이드까지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자동차부품의 재제조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분야에서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앞유리와 뒷유리는 약 30~50㎏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갖고 있으며, 앞문과 뒷문의 경우 70~100㎏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가지고 있다. 자동차 몸체는 약 390㎏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섀시 영역에서는 자동변속기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폭이 커서 약 180kg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약 500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엔진 분야에서는 엔진 자체가 약 260kg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 이러한 자동차부품 재제조에 따른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는 승용차 한 대 중량과 맞먹는 약 1.4톤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재제조는 유형에 따라 독립재제조(Independent Remanufacturing), 위탁재제조(OEM Remanufacturing) 및 통합재제조(Integrated Remanufacturing) 등으로 구분된다. 독립재제조는 원제조업체와 협력없이 독자적으로 재제조품을 생산하여 독자브랜드로 시장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한편 위탁재제조는 원제조업체와 협력을 통해 재제조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원제조업체로부터 제품정보 및 부품을 제공받게 되는데, 이는 품질 경쟁력제고, 신품수준의 품질보증 및 코어 재제조용 부품 조달 용이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원제조사의 의존도가 높고, 판로가 제한되는 단점도 있다.
통합재제조는 원제조업체에서 직접 재제조품을 생산하여 신품과 동일한 물류체계를 통해 유통시키는 방식으로써 품질 경쟁력 제고, 신품수준의 품질보증 및 코어 재제조용 부품의 조달 용이 등의 장점이 있으나 자사브랜드만 취급하게 되어 사업영역이 제한되는 한계도 있다.
자원의 순환 : 재사용, 재활용 및 재제조 (자료 : Thierry et al)
3. 주요국의 재제조 관련 제도 및 산업 동향
EU와 일본에서는 폐자동차 재활용과 관련하여 일찍부터 관련법을 제정해 시행 중이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역시 2010년부터 자원순환 관점에서 관련 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
EU에서는 폐자동차 처리지침을 통해 자동차 생산자와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자동차 내 사대 중금속의 제거, 무상회수체계 구축·운영 및 환경친화적 처리·재활용 목표 비율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폐자동차 재활용법과 유효자원 이용 촉진법에 근거하여 제조사, 소비자 및 해체업자뿐만 아니라 재활용업자까지 포괄하여 환경친화적 처리시설 구축 및 운영, 프레온가스, 에어백, ASR 회수·재활용, 재활용 예탁금 납부 및 재활용 정보의 제공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또한 자동차 생산자, 해체업체 및 재활용업체를 대상으로 유해물질 사용제한, 재활용 목표치 설정, 재료 구성, 구조설계 등 재활용 정보제공, 폐자동차 회수처리 의무 및 대상업체 지정 등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재제조산업 활동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세계 재제조산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전체 생산규모는 유럽의 두 배에 달하는 연간 약 430억 달러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를 이어 유럽이 200억 달러, 일본이 14억 달러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약 7,500만 달러 규모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부품 재제조 분야에 국한한다면 유럽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전체 연간 재제조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약 11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유럽이 전 세계적으로 환경의식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서 글로벌 환경규제를 선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폐차관련 규제도 가장 엄격한 것을 반영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 뒤를 이어 미국은 약 62억 달러에 달하는 국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넓은 의미에서 자동차 관련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장비 등의 시장 역시 약 78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일본은 약 1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약 6억 달러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은 1920년대부터 자동차분야를 시작으로 항공기, 선박, 기관차, 건설 중장비, 전자·전기기기, 의료기기, 사무용 가구 및 토너 카트리지 등의 분야에서 재제조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부품과 관련하여 미국은 총 시장규모 면에서 연간 77억~83억 달러, 생산 면에서는 62억~70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 자동차부품 재제조의 국내 생산 및 내수는 다소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및 수출의 급증이 교차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자의 경우 오히려 대폭 증가하여 연간 약 1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생산 및 내수의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고용규모는 약 3만 명 수준에서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직접투자의 국내 유치의 경우 비록 전체 시장대비 상대적 규모는 작으나 2009년 약 2억 달러를 기록한 바 있으며 현재는 연간 1,500만 달러 규모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과 수입은 주로 북미자유무역협정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2011년을 기준으로 수출의 경우는 캐나다에 대한 수출비중이 약 6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멕시코의 비중은 4.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인접 자유무역협정 대상국 간의 수출 비중 차이는 주로 자동차 소비문화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캐나다의 경우 소득수준도 비슷하고 자동차 소비문화가 미국과 유사하지만 멕시코는 소득수준도 상대적으로 낮을 뿐만 아니라 소형차의 비중이 높은 점 등 자동차 소비구조가 다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차이는 수입 상황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즉 미국은 멕시코로부터 자동차 재제조 부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으며, 2011년 기준 약 4억 2,000만 달러를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캐나다는 수출시장, 멕시코는 수입시장의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순환자원 유통 (자료 : 현대글로비스)
4. 국내현황
현재 국내에서는 ‘환경 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자동차부품과 관련해 교류발전기 등 10개의 품목이 재제조 대상 제품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 재제조 대상 품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산자부와 환경부의 협의를 거쳐 공동 고시하고 있으며, 대상 제품별 재제조 공정 등의 사항은 산자부 고시로 규정하고 있는데 동 고시에는 품질보증기간, 수리·교환·환급 등 보상 방법 등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환경부가 제정한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폐자동차의 재활용 비율이 규정되어 있으며, 금년 말까지는 재활용 및 에너지 회수의 합이 85% 이상이 적용되지만 내년 이후부터는 95%로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폐자동차 관련 사업자의 준수사항도 동 법에 의거 규정되어 있다. 즉 제조·수입업자는 사전오염방지 및 자기선언 의무, 폐차업자는 분리회수 의무, 냉매의 적정 처리, 인계의무, 파쇄재활용 업자를 대상으로는 금속회수 의무와 ASR 분리배출 의무가, 파쇄 잔재물 재활용업자에게는 ASR 물질재활용 및 에너지 회수 의무, 그리고 마지막으로 폐가스류 처리업자에게는 냉매 재사용 및 고온 분해처리 의무가 각각 부과되고 있다.
미국의 통계는 미 상무부의 2012년 자료에 나와 있는 2011년 통계가 최신 자료이지만 국내 관련 통계는 더욱 열악하여 공식 집계 기관이 없이 개별 연구자의 연구 결과인 2010년이 가장 최신 자료인 실정이다.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자동차 재제조 시장 규모는 약 6,100억 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재제조 시장 추정의 대리변수라 할 수 있는 전체 A/S시장 대비 약 12.2%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체 A/S시장이 다소 정체된 양상을 보이고 있어 향후 2020년까지 약 3.0%의 연평균 증가세가 전망되는 데 반해, 자동차 재제조 시장은 연평균 약 16.0% 성장하여 향후 2020년에는 2조 7,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체 A/S시장 대비 비중도 2020년에는 거의 절반 수준인 40.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전망 수치를 기초로 관련 고용의 순증 효과를 추산해 보면 향후 2020년까지 약 1만 2,000명의 순고용 증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5. 시사점 및 과제
국내외적으로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우 가장 활발하게 재제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시장성장은 정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현재 총 시장규모는 77억 달러, 내수 규모는 71억 달러 정도로 매우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6억 달러 정도의 시장규모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는 모태산업(Mother Industry)인 자동차산업의 생산 및 수출 규모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이다.
이에 따라 부존자원 여건이 극히 열악한 우리나라는 소재 이용의 효율성 극대화 차원에서 자동차부품 재제조산업이 보다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열악한 관련 통계의 정비가 우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의 주관하에 폐차 통계 정도에 그치고 있는 관련 통계의 집계범위를 산업의 차원에서 생산, 수출, 수입 및 고용 등 전반적으로 조사하여 정기적으로 집계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부품의 재제조는 물론 신제품과의 경쟁을 전제로 하므로 신제품 생산의 위축을 당연히 초래할 수밖에 없으나 앞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소재 이용 효율성 제고와 고용창출 차원에서 적극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는 자동화 등이 급진전되는 자동차 부품산업의 고용창출 잠재력 감소를 보완하는 효과도 동시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부품 재제조산업의 구조 고도화가 추진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부품 산업은 1차 벤더 업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메이저 기업을 지향하여 성장하고 있는 반면 자동차부품 재제조산업은 매우 열악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 및 1차 벤더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비중 확대, 전기차의 도입 확대 및 향후 연료전지 자동차의 상용화뿐만 아니라 각종 부품의 모듈화 추세와 맞물려 자동차부품 재제조 여건은 더 열악해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해 오히려 관련 시장의 외연 확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완성차 및 1차 벤더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고용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재교육 및 자동화방안 등도 강구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원 및 소재효율 제고 관련 국제기구(ISO)의 관련 분과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