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소재는 넓은 활용범위를 가진 미래 소재로 각광받고 있으며, 특히 그래핀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인 완전히 새로운 소재로서,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어 체계적인 발전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핀은 앞으로 복합소재, 반도체, 배터리, 센서, 전도성 잉크, 코팅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수년 내 복합소재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연구개발동향
광범위한 활용범위 가진 탄소기반 소재
신소재산업은 개발 및 회수기간의 장기화 등 위험요인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산업에 베이스캠프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핵심 경쟁력 확보 시 오랜 기간 동안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산업이다. 따라서 미래산업의 핵심 경쟁력 및 지속적 성장잠재력 확보를 위해 신소재산업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특히 탄소소재는 물리·기계·화학적 성질이 매우 우수할 뿐 아니라, 가볍고 원재료가 풍부하며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여 오래전부터 새로운 미래 소재로 꾸준히 이슈가 되고 있다.
그래핀은 탄소소재 중에서도 특성이 우수하고, 응용제품 개발이 용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탄소나노튜브에 이어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소재이다.
그래핀, 활발한 연구개발 진행 중
2010년 영국 맨체스터대 가임(Geim) 교수와 노보셀로프(Novoselov) 교수는 그래핀 분리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래핀은 탄소가 육각형 형태로 배열되어 있는 원자 1개 두께의 매우 얇은 막 형태의 구조로, 원통형 구조인 탄소나노튜브를 펼쳐 놓은 것과 같은 모양이다. 이는 투명하며 전도성이 높고 2차원 평면구조를 가져 기존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기존 탄소소재와 달리 나노미터 단위 수준의 제어를 통하여 제조되는 소재로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그래핀은 그래핀 분리, 물성 측정 등 기초연구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으나, 최근 연구개발 활동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고성능 투명전극, 메모리소자, 스핀소자, 고주파소자 등에 대한 응용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2004년 최초의 그래핀 분리 성공 이후, 주요 선진국의 그래핀 기술개발 및 상용화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 상업화 초기 단계 수준이나 최근 실제 소자 제작이 가능한 저비용 및 양산 가능 그래핀 생산 기술개발도 추진 중이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Carbon Electronics for RF Application’ 프로젝트에 총 3,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그래핀 활용 고속 RF 소자 개발을 추진했고, 국가과학재단(NSF)은 2011년까지 5년간 그래핀 연구에 2,800만 달러를 지원했다.
EU는 유럽 17개 국가, 60개 기관이 참여하는 ‘EU Graphene Flagship’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2013년부터 향후 10년간 총 1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며, 영국은 2011년 그래핀 상업화를 위한 R&D 사업에 5,000만 파운드(약 900억원) 투자 계획을 수립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 중심으로 그래핀 기초연구 및 응용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2010년 약 140억원의 정부 R&D 자금을 투자하여 플라즈마를 이용한 저온 그래핀 합성기술 연구를 지원했다.
우리나라는 그래핀 분야의 기술선도 및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2011년에 그래핀 분야에 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래핀 분야 조기 상용화를 위해 2013년 ‘그래핀 소재부품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여 총 6년간 정부출연금 약 47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급속한 시장확대가 예상되는 디스플레이와 복합소재용 그래핀 소재를 우선 개발하기로 하고, 2013년 그래핀 소재 개발을 위한 6개 컨소시엄, 41개 산학연 기관을 신규 사업자로 선정했다.
시장동향
한국, 향후 그래핀 시장 선점에 높은 기대
우리나라의 그래핀 기술수준은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래핀의 주요 응용분야로 예상되는 주력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자동차 등에서 충분한 수요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래핀 시장의 선점 기회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래핀은 최근 상용화 초기 단계인 CNT 이상의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는 연구용 그래핀 및 일부 고강도 복합재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RFID, 스마트 패키징, 슈퍼 커패시터, 센서,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그래핀 시장은 2012년 900만 달러에서 연평균 40% 성장하여, 2020년 1억 2,600만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시사점
그래핀, 일부 기업에서 상용화 시도
그래핀은 아직 상용화 이전 단계이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그래핀 기초연구(대학) 및 응용연구(기업)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래핀 연구에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전 세계적으로 선도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대량 합성기술 및 응용 중심 연구가 수행 중이다.
그래핀의 선제적 대응 전략 요구
그래핀은 다른 소재 기술과 마찬가지로 산업파급효과가 크지만, 투자규모, 개발-회수기간, 요구기술 수준, 진입장벽이 클 뿐 아니라, 신소재보다는 기존 재료에 고착(Lock-in)하려는 업계의 행태 등으로 인하여 사업화 여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또한 국내 수요기업의 경우, 극도의 위험 회피 경향(소재업계의 보수적 성향 + 중소기업 기피 성향)으로 국내 중소기업에서 개발된 결과를 처음 도입하기를 꺼려하는 점도 사업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위와 같은 위험 요인에도 불구,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차원에서 선진국 및 선진 일류기업 등은 장기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보하여 운영 중이다.
한편 미국, EU 등 선진국은 집중적 R&D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 및 사업화 촉진을 위한 기술이전, 지식재산 관리 등에 대한 지원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주로 선진국을 모방하는 추격전략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였으나, 그래핀 분야는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모방을 통한 시장진입이 불가하다. 따라서 ‘그래핀’이라는 신기술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의 가치사슬 구조 형성이 필요하므로, 이를 고려한 전략적 투자, 공공-민간 협력연구, 관련 중소기업 육성, 효율적인 지식재산권 관리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재료와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가진 새로운 소재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그래핀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며, 특히 재료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이며 소재의 규격 및 특성 표준화, 공급-수요 기업 간 가치사슬 형성, 업계 이해관계자 간 조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은 그래핀 조기시장 창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러한 지원이 형식으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세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내 그래핀 관련 연구개발 및 사업화 정책의 경우, 유사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등의 사례가 여러 면에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체계적이고 일관된 전략을 요하는 소재개발 및 사업화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규모 지원이 미래의 다양한 잠재적 시장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울 우려가 있는바,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도될 수 있는 소규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정책 포트폴리오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 www.kiet.re.kr
필자. 산업연구원 김상훈 심우중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