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로봇학회를 대표하는
한국로봇공학회, 젊은 피로 역동적인 움직임 보일 터 올 1월초. 한국로봇공학회의 홈페이지에 신임회장의 새해 인사가 올라왔다. 지난 2003년 설립된 후 처음으로 회장직이 교체된 것이기에 로봇업계에서는 이 변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국내 유일의 로봇 전문학회로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활동을 해왔던 한국로봇공학회가 새로운 임직원들로 인해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힘차게 나아가는 젊은 한국로봇공학회’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신임회장인 KAIST 정명진 교수를 만나 한국로봇공학회의 향후 변화와 사업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취재 정요희 기자(press1@yeogie.com)
▶▶ 국내 유일의 로봇학회인 한국로봇공학회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RT(Robot Technology)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미국의 과학자들은 21세기 첫 10년간 인류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10대 기술 중 하나로 로봇기술을 선정했고, 우리와 가까운 일본도 21세기에는 로봇산업이 PC 산업을 능할 것이며, 각 가정은 2~3대의 로봇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의 전문가들은 향후 로봇이 청소, 쇼핑, 가사 일을 척척 해나가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로봇 선진국들의 예측과 시대적 추세로 볼 때, 로봇기술이 향후 10년을 고비로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2003년 9월에 출범한 것이 바로 ‘한국로봇공학회(KRC; Korea Robotics Society, 이하 로봇공학회)’입니다. 즉, 로봇시대를 준비하고 우리나라의 실정에 걸 맞는 로봇기술과 문화적 토양을 준비하기 위하여 국내의 저명한 로봇전문가들을 주축으로 로봇공학회가 출범한 것입니다.
로봇공학회는 국내외 로봇공학에 관련된 학술과 기술의 정보교환, 학술활동을 도모하고, 산학협동을 촉진함으로써 국내 로봇산업기술발전에 기여하며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로봇관련 연구발표회, 학회지 및 논문지 발간, 학술조사, 국제교류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초대회장이신 변증남 교수님이 로봇공학회의 하드웨어를 만드셨다면 이제 제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학회는 인프라 구성은 끝났고, 내실을 키울
차례인 것입니다. 저는 전자, 기계, 제어, 전산, 디자인 등 로봇에 대한 전반적
인 이해를 위해 다른 학회에서 활동 중인 분들과 함께 모두가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자 합니다."
▶▶ 특이하게 서울 ‘체신청’의 사단법인 설립인가를 받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떤 인연인지요.
로봇과 체신청의 어울림이 낯설 뿐이지 전혀 특이한 점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체신청’은 현재 URC 로봇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부 산하의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각 부처마다 조금씩 관련 규칙의 차이는 있겠지만, 영리가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법인의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법인으로 할 수 있는데, 로봇공학회의 경우는 체신청으로 되어 있을 뿐입니다. 기존의 여러 학회들도 전공분야와 그 당시의 해당 행정기관에 따라 주무 기관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습니다.
우리 학회가 2003년에 설립되었는데, 마침 당시 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이 지능형로봇을 키우기 위해 로봇사업을 고민하고 진행했는데, 국내의 로봇관계자들도 학회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시기적으로 잘 맞아 좀 더 빠르게 준비될 수 있었습니다. 로봇공학회는 이제 설립 4년차를 맞고 있는 젊은 학회이지만 미국, 일본과 같이 로봇학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학회의 창립 이후 처음으로 회장이 바뀌었습니다. 어떠한 변화를 위함이며, 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요.
먼저 우리 학회의 회장직은 임기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 2003년 9월 9일 학회가 인준을 받고 실질적인 활동을 시작한 로봇공학회는 이제 설립 4년차를 맞는 그야말로 젊은 학회입니다. 회원들 또한 젊습니다.
이러한 학회의 초대회장으로 지난해까지 로봇계의 원로인 KAIST 변증남 교수님께서 회장직을 맡아주셨습니다. 원래 새로운 학회가 생기면 불필요한 외부문제들이 발생되는데, 우리 학회의 경우 변증남 교수님께서 회장으로서 잘 맡아주시고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자리에 대해 고사하셨지만 국내 로보틱스 연구자들을 위해 맡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변증남 교수님께서 은퇴를 앞두고 정리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젊은 분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자 하는 뜻을 보이셨습니다. 따라서 지난해 수석부회장직을 맡고 있던 제가(KAIST 정명진 교수) 회칙에 따라 신임회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학회의 회칙상 수석부회장이 차기회장을 맡는다고 말씀드렸지만 이전에는 수석부회장이라는 직책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차기회장을 선출하려면 부회장들이나 외부인사 중에서 한 분을 모시는 방법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학회는 이제 막 시작한 젊은 학회이고 학회 회장으로서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수석부회장 제도를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임시총회에서 ‘수석부회장’ 부분에 대한 내용으로 학회의 인준을 받아 시행하게 되었고, 정기총회에서 제가 추천되어서 인준을 받아 활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 아무래도 이전 변증남 회장님과는 다른 방법의 학회운영이 기대되는데, 신임회장으로서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계십니까.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선거당선 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하드웨어를 만들었다면 저는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라고요. 마찬가지로 초대회장이신 변증남 교수님이 로봇공학회의 하드웨어를 만드셨다면 이제 제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학회는 인프라 구성은 끝났고, 내실을 키울 차례인 것입니다.
우선 그 첫 번째 방법으로 회원배가(會員倍加) 운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우리 학회는 정회원과 학생회원 등을 포함해서 약 500명의 로봇관계자가 활동하고 있어 신생 학회로는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이미 10년 전에 1,000명을 기록한 일본의 로봇학회에 비하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멉니다. 또한 회원들의 연구 및 교류를 도와 로봇기술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회원들의 회비와 국내외 학술대회 등으로 학회운영비를 조달하는 학회에게도 예산확보 부분은 필수적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국제 학술대회 개최와 영문 논문지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로봇공학회의 설립 당시부터 준비되었던 것인데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어 올해에는 꼭 선보이고 싶습니다. 특히,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논문색인) 등재를 목표로 국내외 논문들을 모아 선보임으로써 학회의 역동적인 활동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독일의 스프링거-버라그 출판사와 손을 잡고 하나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Journal of Intelligence Service Robot’이라는 이름으로 준비하는 이 사업은 우수한 논문을 모으는 일과 편집위원 강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앞서 회원배가에 대한 필요성을 말씀하셨는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구체적인 전략이 있으신지.
현재 우리 학회의 회원은 정회원과 학생회원, 그리고 학교도서관, 로봇기업 등이 참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계속해서 우리 학회가 젊다는 점을 강조하게 되는데, 이 같은 이미지에 부합되는 젊은 학생들과의 접촉을 늘릴 계획입니다. 즉, 최근 로봇 붐과 함께 국내 각 대학에는 로봇마니아들이 상당수 증가했는데, 이들에게 로봇공학회를 소개하며 워크숍 및 학술대회 등의 학회 행사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학회의 활동을 이해하고 질 높은 로봇기술을 접할 수 있는 통로로서 가입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학술지 발행만으로는 대학도서관을 회원으로 둘 수 없었지만, 최근 국문 논문지를 발행하면서 이 자격을 획득하여 회원배가의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 봄과 가을에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매회 그 장소가 달라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 듯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비단 우리 학회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학회는 종종 ‘학술대회의 성공은 장소에 따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즉, 성공적인 학술대회를 위한 좋은 레시피(Recipe)는 좋은 장소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입니다.
한 예로 로봇 분야에서 중요학술대회로 생각되는 ICRA의 경우, 매년 아시아, 미국, 유럽 등을 옮겨 다니며 학술대회를 진행합니다. 이런 행사는 보통 2~3년 전에 이야기되어 장소를 결정하고, 결정된 지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 행사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갑니다. 한국 역시 이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런 사업들이 한번 진행되면 그 지역은 물론 관련 커뮤니티가 성장하기 때문에 유치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록 국내에서 진행되는 학술대회지만 각 지역으로 개최장소를 분산시켜 이 같은 장점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덧붙여 로봇공학자들이 전국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학회가 이들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말씀하신대로 로봇공학회의 학술대회 장소를 매회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만큼 더 관심을 갖게 되어 좋고, 또 그 전에 저희 로봇공학회 사무국 직원들이 행사소식을 알리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 매년 10월말이면 로봇위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들이 있었으며, 올해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로봇공학회가 진행하는 ‘로봇위크(Robot Week)’는 로봇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흡사 우산과 같은 형태를 생각하며 준비된 것입니다.
2004년 12월말에 처음 시작한 이 행사는 회원을 중심으로 URC 정통부 컨퍼런스와 산업계 포럼, 로봇디자인 등의 다양한 주제들과 함께 하여 큰 호응을 얻어왔고, 지난 2006년에는 ‘로보월드(Robot World)’ 기간에 미국, 일본, 유럽의 회원들을 모시고 성대하게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또 다시 우리 학회 단독으로 11월 초 포항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포항지능로봇연구소의 준공식이 10월 말쯤으로 예정되어 있어 이와 함께 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국내 로봇계의 큰 행사 한 곳에서 열리는 만큼 보다 큰 관심을 얻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로봇공학회는 학술적인 로봇전문가 모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해외학회와의 교류 정도 및 이들의 반응은 어떠합니까.
지난해 10월 세계적 로봇관련 컨퍼런스로 인정받고 있는 ‘IROS 2006 컨퍼런스’에 다녀왔는데, 여기서 중국, 일본을 대표하는 로봇학회 분들과 만났습니다. 우리 학회에서는 변증남 교수(전 로봇공학회 회장)님과 제가 참석했고, 일본에서는 일본로봇학회의 회장과 부회장, 그리고 중국에서 역시 두 분이 참석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학회수를 국가에서 컨트롤하기 때문에 로봇과 관련한 분과는 현재 다른 학회에 속해있는데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고, 일본은 이 같은 아시아지역의 로봇학회 모임을 이끌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이런 지역모임을 가지며 지역의 로봇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어 아시아지역 역시 좀 늦었지만, 매년 `IROS 컨퍼런스’의 마지막 날에 만나기로 하여 해외학회와의 교류발판을 마련했다고 봅니다. 일본 로봇학회와 우리학회는 작년 이미 MOU를 교환하였습니다.
▶▶ 새로운 로봇공학회의 회장으로서 이후에 어떠한 평가를 받고 싶으신지요.
우리나라는 세계 로봇시장 4위 내에 속하여 있고 국내 로봇연구자들의 주요 로봇학술대회에서의 논문발표도 4번째 정도에 들기 때문에 로봇과 관련한 어느 모임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 중국이 해외에 나가있는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우리 역시 로봇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정부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어 그 역량은 높다고 봅니다.
따라서 로봇공학회는 여기에 힘을 실어주고자 합니다. 전자, 기계, 제어, 전산, 디자인 등 로봇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다른 학회에서 활동 중인 분들도 함께해야 하기에 저는 모두가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힘쓸 것입니다.
이후에 우리 학회가 옳은 방향으로 갔었는지를 돌아봤을 때 국내외적으로 로봇공학회와 로봇분야를 잘 이끈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저희 한국로봇공학회에 많은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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