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Trend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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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해 대책 로봇 개발 동향
로봇, 연구개발을 벗어나 실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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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재해·재난 상황에서 로봇의 역할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인간의 어려운 일을 대체해주는 로봇의 역할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적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대지진 이후 발전된 로봇기술을 활용해 재해·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시스템을 구축해왔으며 최근에는 완성단계에 접어들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재해 대응 무인화 시스템 프로젝트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발생 당시만 해도 일본 재해 대책 로봇은 실용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일본은 2년간 신에너지 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이하 NEDO)를 통해 ‘재해 대응 무인화 시스템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시켜왔으며, 그 결과 최근에는 완성된 프로젝트를 토대로 한 일본의 재해 대책 로봇기술이 일제히 공개되었다.
NEDO는 지난 2월 20일, 지바 공업대학에서 ‘재해 대응 무인화 시스템 연구 개발 프로젝트’ 성과 보고회를 개최해 지금까지 개발한 로봇 관련 기술을 보도진에 일제히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로봇들은 도쿄전력·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원자로 건물 내에서의 활용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머지않아 현장 투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로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현재 사고현장은 발생 직후와 같은 긴박한 상태는 아니지만, 아직도 폐로(廢爐) 작업에는 안전성을 위협하는 갖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이 로봇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인간이 들어오거나 접근하기 위험한 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해 활동해 주는 것이었다.
기존의 로봇이 아직 기술이나 운용 체제 측면에서 실용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봤을 때 일본이 실행했던 프로젝트는 재해 대책 로봇의 개발에 있어 기존과 같은 ‘연구개발’이 아닌 ‘실용’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일본은 2011년도 제3차 보정 예산으로 약 10억 엔(약 120억 원)을 할당하면서 2012년 2월 23일,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현재까지 개발 기간은 불과 1년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기술체제를 바탕으로 작업 로봇, 계측기, 통신기 등과 관련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상좌)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건물 내를 상정한 실물 모형 시설
(상우) 재해 대응 무인화 시스템 연구 개발 프로젝트는 대기업, 벤처, 대학이 폭넓게 참가하여 각각의 기술을 시스템으로 정리했다.
(중좌) 좁은 공간 선행 조사형 이동 로봇 ‘Sakura’
(중우) 중량물 계측기 탑재형 이동 로봇 ‘Tsubaki’
(하좌) 안쪽에 전원 연결기를 내장한 충전 스테이션
(하우) 로봇이 스스로 제염조에 들어가도록 하는 원격 제염시스템
현장에 대응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라!
이 프로젝트의 최대 특징은 각사가 각각의 사양으로 로봇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통합된 시스템으로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현장 투입 시 로봇마다 다른 유저인터페이스(이하 UI)로 인한 조종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배려이다. 또한 로봇끼리의 제휴로 4톤에 이르는 미쓰비시중공업의 고소(高所)작업 로봇을 도시바의 하양 로봇 위에 싣고 옮기거나 히타치 제작소의 감마카메라를 이동 로봇 연구소의 로버(Rover)에 싣고 이동하는 일 등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종합적인 대처로 현장에서는 무인 로봇에 의한 선행 조사부터 대형 로봇에 의한 기자재 반입이나 복구 활동, 로봇 슈트를 장착한 인간에 의한 작업까지를 폭넓게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상좌) 무선 LAN의 액세스 포인트
(상우) 무선 LAN의 액세스 포인트를 설치파는 로봇
(중좌) 도시바가 개발한 원격 조작 휴먼 인터페이스
(중우) 작은 고가 사다리차와 같은 외관의 MHI-Super Giraffe(MARS-C)
(하좌) 밸브의 개폐를 위한 첨단 공구
지바 공업대학의 이동 로봇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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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바 공업대학 벤처기업인 이동 로봇 연구소는 협소한 공간의 선행 조사형 이동 로봇 ‘Sakura’와 중량계측기 탑재형 이동 로봇 ‘Tsubaki’라는 2대의 로버를 개발했다. 모두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 투입된 바 있는 ‘Quince’와 마찬가지로 전면 크롤러(Crawler)의 본체와 4개의 서브 크롤러를 조합한 스타일의 로봇이다. 이들 로봇은 계단의 승강이 가능한 주파 성능의 높이는 그대로 이어가면서 Sakura는 소형화, Tsubaki는 고파워화를 실현하고 있다.
Quince의 경우 건물의 상층에 가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지하의 계단에서는 앞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Sakura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길이 50㎝로 제작해 지하 계단의 좁은 층계에서도 선회를 실시할 수 있게 했다. 또한 Sakura는 저중심 설계로 급경사에서도 문제없이 승강이 가능하다.
한편 Tsubaki는 중량물 탑재를 위해 강력한 모터를 채용한 로봇이다. 원자로 건물 내의 제염(除染)·차폐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80㎏에 이르는 감마카메라에 의한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지바 공업대학은 자동으로 로봇을 충전하고 제염하는 시스템도 함께 선보였다. Quince의 경우 로봇이 돌아오자마자 재출동할 수 있도록 배터리 교환 방식을 채용하고 있었지만 원자력 발전 사고에 있어서는 배터리 교환 시 작업원이 피폭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원격 자동 충전 시스템은 로봇이 진입하는 것만으로 충전 스테이션을 통해 충전이 가능하다. 충전 스테이션을 원자로 건물 내에 설치해 두면 로봇은 거점까지 돌아오지 않고 자동으로 충전해 다시 출동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원격 제염 시스템 역시 자동화 기술이 적용되었다. 방사능에 의한 로봇의 오염은 제대로 되 제염작업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작업원의 피폭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바 공업대학에서는 이를 위해 로봇이 자주 제염조에 들어가 롤러를 움직임으로써 크롤러를 스스로 세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히타치 제작소의 통신 시스템
Quince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 투입되었을 때 가장 주목했던 점은 원격 조작에 이용하는 통신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에서 둘러싸인 원자로 건물에서는 무선의 전파가 매우 닿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Quince는 유선 방식을 채용했지만 귀환 도중에 케이블이 단선되어 로봇을 잃어버린 사고도 일으키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히타치 제작소는 이러한 환경에서도 무선 통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통신 시스템에 대한 개발을 이어왔다. 먼저 원자로 건물 내에 무선 LAN의 액세스 포인트(AP)를 다수 배치하는 것으로 넓은 범위를 무선으로 커버하게 되며, AP 간에는 케이블로 접속되어 통신과 전력을 공급한다.
무선 통신에는 5.2GHz대의 IEEE 802.11a, 4.9 GHz대의 IEEE 802.11j를 채용하여 두 계통에 의한 가외성을 확보하는 한편, 문제가 일어나도 다른 한쪽으로 백업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만일, AP 간 케이블이 단선했을 경우에도 각 AP는 배터리로 8시간동안 운용되며 AP 간 통신도 유선 LAN으로부터 무선 LAN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어 있어 통신 환경을 유지하게 된다.
재해 대응을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움직임
(상좌) 감마 카메라의 조작 화면
(상우) 수륙 양용 이동 장치
(하) 수중에서의 이동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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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조작 방법이나 콘솔 화면의 UI 등을 통일시켜 조종자의 혼란을 방지하고 조작 훈련을 단축시키기 위해 도시바에서는 ‘원격 조작 휴먼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다. 도시바는 로봇의 조종에 게임용 컨트롤러를 적용시켰으며 종류가 다른 로봇이라도 같은 조작으로 전진·후퇴나 선회 등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최대 8m의 높은 곳에서도 작업이 가능한 ‘MHI-Super Giraffe(MARS-C)’를 개발했다. 전체 길이 2.35m, 무게 4톤에 달하는 이 대형의 작업 로봇은 고가 사다리차와 같이 신축하는 기구를 상부에 탑재해 밸브의 개폐, 누설의 검출, 배관의 절단 등 다양한 작업에 폭넓게 활용된다. 특히 차체를 지탱하는 부분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어 연속 5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가동이 가능하고, 5단 신축식 사다리에는 7개 자유도의 로봇 암이 있어 인간의 팔과 같이 범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원자로 건물 내에 직접 사람이 들어가 활동해야 하는 작업을 위해서는 제염이나 차폐 등에 의해 방사선량을 내리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핫 스폿(국소적으로 방사선량이 많은 장소)의 특정을 빠뜨릴 수 없다. 히타치 제작소는 이러한 고선량 하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감마카메라를 개발해 계측에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과 같은 고선량 하에서는 전체 방향에서 강한 방사선을 받게 되어 있으므로, 센서의 시야 방향만을 제외하고 카메라의 전체를 납으로 차폐하지 않으면 올바른 계측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이를 위한 감마카메라를 개발할 당시 주변에서는 차폐로 인한 중량 증가로 카메라의 무게가 약 200㎏정도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히타치 제작소는 이를 80㎏ 정도로 줄여 Tsubaki에 탑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개발된 감마카메라는 고선량 하에서도 충분히 제 성능을 발휘하는 성능을 보여줬다. 또한 레이저 센서로 대상물과의 거리도 계측할 수 있어 거리에 의한 감쇠를 보정한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으며, 계측한 방사선의 분포 정보는 광학 카메라의 영상에 중첩 표시되어 오염 상황을 확인하기 쉽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바 공업대학에서 개발된 ‘오염 상황 재해 대책용 작업 매핑 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서모그래피나 감마카메라에 의한 계측 데이터를 현장의 3차원 데이터 상에 표시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컴퓨터에서 시점을 자유롭게 바꾸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염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각각의 로봇기술을 재난 상황에 접목하라!
지바 공업대학은 최근 재해 대응 로봇 조종 훈련 시뮬레이터의 개발을 알리기도 했다. 실제 기기를 활용했던 기존의 훈련과는 달리 이 시스템은 대대적인 설비나 준비가 불필요해 보다 많은 사람과 장시간 훈련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수중 이동이 가능한 수륙 양용 이동 장치를 개발한 도시바의 기술력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원자로 건물 지하에 오염수가 고여 있어 통상의 로봇으로는 내부 조사를 실시할 수 없지만 이 로봇은 수륙 양용으로 개발되어 지상에서 출발해 그대로 수중에 잠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향후 누수 개소의 조사 등에도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CYBERDYNE는 복지·간병용으로 개발된 로봇 슈트 ‘HAL’을 재해 대책 전용으로 응용해 재해 대책용 로봇 슈트 HAL을 선보였다. 사람이 방사선 방호를 위해 중량이 있는 텅스텐 제품의 장비를 몸에 걸치더라도 HAL이 그 중량을 지지해주기 때문에 작업원의 부담을 경감시킨 것이다. 또한 이 로봇은 냉각 시스템도 내장하고 있어 열악한 고온 환경에서도 열사병도 막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재해 극복을 위한 NEDO의 로봇 개발은 계속될 것
NEDO는 본래 재해 대책이라는 큰 틀에서의 로봇 개발에 뜻을 두고 있는 기구로, 원자력 발전소용으로서 특정지어 로봇을 개발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프로젝트의 대상 역시도 어디까지나 자연재해나 CBRNE 재해(화학, 생물, 방사성 물질, 핵, 폭발물)라는 재해 전반에 관련된 사항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대부분의 재해 대책 로봇은 원자력 발전 사고에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그 중심은 물론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였다. NEDO는 과거 수십 년간 로봇 개발에 관련된 노하우를 갖추고 있으며, 항상 원자력 발전 사고 방지를 위해 조직으로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공헌하고 싶다는 자세는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 유감인 것은 이번 프로젝트가 1년이며 여기서 개발한 기술이 향후 어떻게 활용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폐로(廢爐)에는 향후 수십에 걸친 긴 세월이 필요하며, 필요한 기술은 날마다 바뀌고 있어 현장과 밀접하게 제휴하여 로봇 개발도 계속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프로젝트에서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프로젝트 계획이 아직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NEDO 기술개발 추진부장은 회견을 통해 “우리의 목적은 개발에 한정하지 않고 한시라도 빨리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고 활약하는 것이다. 여기서 연구가 마지막이 아니고 향후 필요시 보충해 나가고 싶다.”는 뜻을 전하며 로봇 개발을 이어나갈 뜻을 전했다.
NEDO 이사장 역시 “거대 지진이나 교통 인프라의 노후화에 의해 재해 대책 로봇의 활약 장소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재해 대비에 대한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는 NEDO가 에너지나 환경과 관련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NEDO라고 하면 로봇이 떠오를 수 있는 기구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며 로봇과 관련된 사업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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