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로봇산업의 구조변화와 시사점 세계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서종훈 기자 2013-02-22 19:25:38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전 세계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제조용과 개인 서비스용을 중심으로 튼튼한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는 로봇산업은 이제 국내뿐 아니라 세계라는 큰 무대를 향한 도전을 이어나가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에 본 지에서는 산업연구원의 발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구조변화를 살펴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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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의 구조변화와 기업규모별 분포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2%(생산액 기준)에 불과한 산업이지만 최근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1년에는 세계 제조업용 로봇의 매출대수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큰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아직은 국내경제에서 높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고성장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로봇의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작업환경 개선, 기피 공정의 인력대체 효과 등 질적 측면의 성장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로봇산업 전 부문의 총생산액은 2조 1,464억 원으로, 2003년 이래 연평균 37.5%씩 성장했다. 부문별로는 제조업용 로봇이 1조 6,480억 원으로 가장 높으며(76.8%), 이어 개인서비스용 로봇(11.2%), 로봇부품 및 부분품(8.9%), 전문서비스용 로봇(3.2%)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전 자료와 비교해보면 2003년 이래 제조업용 로봇의 생산이 규모면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로봇부품과 부분품의 생산은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발전 초기에는 완제품을 수입하고 기타 필요 부품을 생산하는 구조였으나 완제품 생산능력이 향상되면서 국내에서는 부품보다 완제품 중심으로 생산하는 구조로 변화한 것이다. 그 결과 수입구조면에서도 완제품 수입은 감소하고 로봇부품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국내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산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자동차 차체 및 부품,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용 로봇의 출하와 매출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특히 생산과 매출은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도 규모가 감소하지 않아 국내 로봇의 탄탄한 기반 수요와 생산여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지속적인 생산력 유지에 필요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지출의 경우, 2008년에 일시적으로 각각 -64.1%, -28.2%씩 감소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2009년에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단기적으로는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이 감소했는데, 이는 경기침체 장기화와 매출감소를 예측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였다가 실제 매출성과를 본 뒤에는 다시 투자를 재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설비투자는 2008년을 전후로 생산설비 중심에서 연구개발 중심으로 전환되었으며, 2011년 들어 생산설비와 연구개발의 투자비율이 비슷해졌다. 이는 금융위기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을 통한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중시한 투자 전략의 결과로 분석된다. 따라서 2011년의 생산 설비투자 증가는 이전과 달리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력 확보 후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 로봇산업이 본격적인 성장에 돌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로봇산업이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생산액 2조원 규모까지 성장한 원동력은 기업의 자체 능력보다는 정부와 컨소시엄 중심의 공동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2007~2011년 동안 자체 연구개발비 지출이 연평균 -4.2%씩 감소하고, 매출액 대비 비율도 6.4%에서 2.0%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반면, 동 기간 중 공동연구개발 투자비는 점차 증가하여 2010년부터는 자체연구개발비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에는 로봇산업 연구개발비 중 정부지원 연구개발비가 67.5% 수준으로 정부 투자 규모가 높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2000년대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정부 투자를 바탕으로 R&D지원을 통한 기술향상과 생산능력 확대를 이루어왔으며, 지속적으로 신규 기업이 진입하고 중소기업의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로 성장했다.

제조업용 로봇의 수요는 주로 자동차, 전기·전자장비, 화학, 철강, 식품 산업에서 이루어지는데 자동차산업에서는 차체와 부품제작에 로봇이 많이 이용되며 전기·전자 장비의 경우에는 IT산업 성장에 따라 반도체 프로세서부터 정밀장비 부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로봇으로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산업 강국답게 전기·전자 장비와 자동차 분야에 로봇인도수가 2011년 전체 수요의 70.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화학, 철강, 식품 및 기타 제조업은 약 4% 미만으로 나타나, 특정 수요산업에 대한 로봇의 편중이 높게 나타난다. 자동차와 전기전자산업의 경우 주요 로봇 생산국에서도 약 60%의 편중을 보이고 있으나, 각 국가별로 철강(중국, 독일, 미국), 화학(일본) 산업에서도 로봇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만큼 격차가 크지 않은 편이다. 특히 생산성과 위생, 품질안정성 측면에서 로봇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식품산업의 경우, 우리나라는 전체 로봇인도 수 중 0.4%를 차지하고 있어 전 세계 수준(2.8%)에 비해 낮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표1> 주요 제조업용 로봇 수요산업 구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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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로봇산업의 수출입 구조
1978년 최초로 용접로봇이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는 제조업용 로봇과 부품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수입이 확대되고 있다.「로봇산업실태조사」에 의하면, 2005~2011년 동안 국내 로봇 수입은 연평균 28.3%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1년 들어 로봇 부품 및 부분품 분야를 제외하고 제조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 모두 수입이 감소했는데, 이는 완제품의 경우 국내 수요산업에서 로봇의 사용연한이 증가하거나 국내에 수입대체가 가능한 상품이 생산되었기 때문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한편, 부품 수입은 경기침체기인 2009년을 제외하고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국내 로봇의 핵심부품을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내수는 물론 수출용 로봇의 증가가 로봇부품의 수입 확대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출 측면에서는 2005년 이래 국내 로봇 총 수출액이 수입액의 2배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으며 연평균 25.8%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2011년에는 청소로봇을 포함한 개인서비스용 로봇이 901억 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하면서 전년대비 374.2%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이어 제조업용 로봇도 19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문서비스용 로봇과 로봇부품 및 부분품의 경우 전년대비 각각 -96.6%, -34.7% 수출이 하락했으며, 부품의 경우 2005년 이래 연평균 -21.7%씩 하락하는 추세이다. 전문서비스용 로봇의 수출 감소는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이며, 2010년 삼성테크윈에서 중동으로 수출한 감시로봇시스템이 당해 수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최근의 서비스용 로봇시장은 세계적으로 국방·의료·위험작업(원전)·가사 및 교육 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국에서도 제품의 실용화를 위한 정책들이 뒤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의 지능형 로봇사업을 통해 서비스용 로봇 시장에서 수출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교육용 로봇시장에서는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어 향후 해당 부분의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2> 세계 주요 로봇생산업체와 한국기업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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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및 시사점
본문는 지난 10년간 신성장동력 추진 정책의 탄력을 받아 본격적으로 성장해온 로봇산업의 구조 변화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정부의 산업진흥 투자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능력을 향상시켰고 이를 통해 생산능력이 증대되었다. 대기업과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제조업용 로봇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신규 참여자가 꾸준히 유입되는 등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구성해 온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내수용 완제품을 중심으로 로봇제조업을 산업으로 성장시켰던 반면, 앞으로는 본격적인 판매를 위해 대내외 마케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실제 수출 시에는 대기업에서도 제품인지도 부족과 수출대상국 유통망 진입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가 활용 중인 로봇전문기업제도와 함께 ‘로봇 수출 전문기업’ 육성을 병행하여 시너지효과를 모색하는 방안이 구축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로봇수요 측면에서는 제조업용 로봇의 주요 수요처가 자동차와 디스플레이·반도체에 편중되어 있어, 다양한 로봇수요에 대하여 선제적 대응을 추진해야 한다. 향후 우리나라 제조용 로봇의 추가 수요산업으로는 로봇의 안전성과 노동 대체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식품산업과 뿌리산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기술을 활용하는 기초 공정 산업을 말하는데, 작업 위험도와 강도가 높은 3D 업종으로 인식되어 숙련자의 고령화와 신규인력 유입 둔화로 향후 노동대체용 로봇 수요가 큰 산업이다. 일본의 경우, 2010년 이전부터 주로 중소기업이 종사하는 식품가공, 폐기물처리, 제지제조업과 금형·표면처리 산업에서 로봇수요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도입을 지원하여 로봇 수요산업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로봇 도입과정에서는 사용자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산업별 공정 맞춤형 로봇을 제조해야 하며, 더불어 중소기업 구매자를 위한 렌탈 서비스 등 로봇 도입자금 지원책 마련도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트렌드에 앞선 지능형 로봇의 개발 및 상업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고, 서비스용 로봇의 수출이 급증하는 성과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로봇부품과 부분품은 오히려 수출이 감소하고 있고 수입이 증가하고 있어 핵심부품인 서보모터와 정밀감속기, 액추에이터의 제조기술 확보와 국산화가 절실한 시점에 와있다. 로봇산업은 아직까지 시장 형성단계이기 때문에 누구도 선점하지 못한 서비스용 로봇시장에서 선점자의 이익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도 국산화율 제고는 시급한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 로봇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수출기업화와 함께, 대기업의 로봇산업 진입을 유인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세계시장의 주요 로봇기업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 미국, 유럽의 경우, 선도그룹 대부분이 대기업이며 로봇매출액의 비중도 평균 30% 가량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로봇매출액 상위 10개사 중 4개사가 대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타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전자, LG전자의 경우 로봇매출액 비중이 각각 1%, 0.1% 규모로 매우 낮은 실정이다.

업체의 생산형태도 제조업용 로봇은 관계사의 자동차, 반도체 제조용 로봇을 우선 충당하고 있으며, 서비스용 로봇의 경우는 청소로봇 정도만 판매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또한 국내 로봇생산업체 가운데 매출액 기준 1위인 삼성테크윈의 경우, 2011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볼 때 일본 KAWASAKI의 1/10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다행히 현재 국내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 있으므로, 앞으로 대기업의 진입이 활발해질 경우 내수확대와 수출증대를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는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제품화와 운용사례 실적과 같은 수출 선제 조건을 달성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본 내용은 지면상의 이유로 재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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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조은정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