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산업에 있어 가장 넓은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제조용 로봇은 기업들의 한해 설비투자에 따라 그 등락을 함께 한다. 그래서 제조용 로봇메이커를 비롯해 로봇SI(System Intergration) 기업들까지 주력하는 산업 분야의 설비투자지수를 민감하게 주시한다. 특히 대내외적으로 불안하게 흐르는 경제기류로 인한 불안정한 설비투자 동향을 사전에 파악해 전략을 짜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발표한 ‘2013년 설비투자 전망’을 통해 올해 설비투자 동향을 살펴봤다.
'12년 설비투자 “얼마나 위축됐나”
2012년 국내에서 이루어진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는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그리고 지난 '11년도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상반기 조사에서 '12년 설비투자계획 규모는 135.1조 원으로 '11년(131.8조 원)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하반기 조사결과 '12년 설비투자 잠정 실적은 129.7조 원에 그치고 말았다.
세부적으로, 대기업은 '11년대비 '12년도에 2.1%가량 설비투자가 증가했지만, 중소기업은 12.0%, 그리고 중견기업은 18.7%나 줄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몇몇 기업들이 일부 투자계획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현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12년 기업들이 기대했던 대내외 경기 회복 속도가 늦어지면서 수요측면에서의 투자유인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12년 하반기 이후 유럽 재정위기 심화, 미국 재정절벽 우려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출증가율 하락 등으로 국내 경제의 활력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전망 불확실성 및 주요 제조업들이 국내 못지않게 해외직접투자(ODI)를 늘리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11년 우리기업들의 ODI는 외국인직접투자(FDI)의 3.3배에 달하는 444.7억 달러(신고액 기준)이고, 국내외 투자(설비투자+ODI)에서 ODI가 차지하는 비중이 28.8%로 높아졌다. 특히 주요 제조업의 ODI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설비투자의 확대를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설비투자 한파 지속
올해 설비투자계획은 127.9조 원으로 '12년대비 1.4%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설비투자는 '11년 131.8조 원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 등으로 인해 2년 연속 소폭 감소 내지 횡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12년 잠정 1.6% 감소에 이어 올해마저 1.4% 감소한다면, 대체적으로 경제적 충격에 의해 설비투자가 감소했다가 이듬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정상적 기간에는 연평균 7%대의 증가율을 나타냈던 지금까지 설비투자증가율 변동과는 다른 유형으로 기록될 수 있다.
'13년 설비투자는 '12년 잠정 실적 감소와는 달리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비제조업에서 3.6%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제조업은 '12년에 이어 올해에도 5.2% 감소할 전망이다. 그리고 기업규모별로 중소기업(16.3%)과 대기업(1.0%)에서 설비투자가가 감소되는 반면 중견기업은 3.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3년 업종별 설비투자계획을 보면, 제조업이 5.2% 감소하는 반면 비제조업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가운데 2년 연속 설비투자를 축소하는 업종은 자동차(엔진 제외), 의약품, 컴퓨터 및 주변장치는 물론 전통 제조업인 식료품, 담배, 섬유제품, 의복/모피/가구 그리고 비금속광물 및 1차비철금속 등이고, 2년 연속 확대 업종으로는 철도·항공기 및 기타 운송장비, 일반목적용 기계, 전동기·발전기 및 전기변환 등, 영상 및 음향기기·광학매체, 금속가공, 고무 및 합성고무, 음료 등이다.
한편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크게 ‘향후 경기전망(63.2%)’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자를 늘리려는 기업(61.2%)보다 줄이려는 기업(64.9%)들이 ‘향후 경기전망’ 요인을 더 높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설비투자 부진요인에서도 ‘불확실한 경기전망’이 투자를 줄이려는 기업(37.3%)에서 늘리려는 기업(30.5%)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또 다른 주요 이유로 ‘수요부진’을 들 수 있는데, 투자를 줄이려는 기업이 늘리려는 기업에 비해 ‘국내 및 수출 수요부진’ 때문에 투자를 줄이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를 줄이려는 기업은 늘리려는 기업보다 ‘수출수요 부진’을 응답한 비중이 4.8%p 높았고, 또한 ‘국내수요 부진’의 응답 비중은 1.2%p 높았다.
금번 수출비율별 설비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설비투자 증가를 주도했던 수출기업 설비투자가 '12년부터 한풀 꺾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2년 하반기로 갈수록 심화된 유럽을 위시한 미국 및 중국 등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여파로 우리 수출여건이 악화되면서 급기야 수출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2.3% 감소했고 올해에는 5.4%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수출을 전혀 하지 않는 내수기업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감소했지만 올해에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수출여건 악화로 기업들이 국내시장 활로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설비투자도 하락세 면치 못해…
'13년 제조업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5.2% 감소한 69.7조 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2년 제조업 설비투자는 73.6조 원으로 전년대비 0.7% 감소했는데, 하반기 이후 두드러진 투자여건 악화 및 제조업 설비투자조정압력 하락 등으로 인해 올해 투자도 더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12년 제조업 업종별 설비투자 증가율은 ▲기계장비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 ▲1차금속 ▲식료품에서 플러스였고 나머지 업종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특히 전통제조업에서의 설비투자 축소가 두드러졌다.
한편 '13년 제조업 업종별 설비투자는 ▲기타운송장비 ▲식음료 ▲금속가공 ▲의료정밀광학 ▲석유정제 및 화학제품만 플러스로 나타났고 나머지 업종은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조업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 업종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반도체 중심으로 확대됐으나 하반기 이후 공급과잉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올해에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화 투자 감소, 유지보수 위한 설비투자 증가 기대
제조업의 투자동기별 설비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12년에는 ▲연구개발 ▲자동화 및 생력화 ▲에너지 및 환경 그리고 ▲신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는 늘렸으나, '13년에는 ▲자동화 및 생력화(19.3%) ▲신제품생산(6.3%) 관련 설비투자는 줄이고 대신에 ▲유지보수를 위한 설비투자를 5.3% 늘릴 계획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올해 하반기 이후 투자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일부 기업에서 신규 시설을 위한 투자 계획을 전면 축소하고 기본적인 유지보수를 위한 투자만 집행하려고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중견기업에서는 ‘설비확장’ 및 ‘신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이 그나마 고무적인 현상이다.
2013년 자산형태별 설비투자계획을 보면, 기계장비를 제외한 운수장비 등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전망이 설비투자 결정요인에 큰 영향 끼쳐
최근 기업들의 설비투자 결정요인은 향후 경기전망(60.9%), 금리 및 투자자금 조달(16.3%), 경쟁기업의 투자전략(10.9%)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는 설비투자 결정시 향후 경기전망을 고려한다는 응답비중이 중소기업에서 61.8%로 가장 높았고 중견기업이 59.4%로 가장 낮았다.
또한 금리 및 투자자금 조달에 대한 응답비중은 대기업에서 17.6%로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중소기업이 16.4%로 높았다.
한편 제조업 중에서는 투자를 늘리려는 기업(61.2%)보다 줄이려는 기업(64.9%)에서 ‘향후 경기전망’을 더 높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투자를 줄이려는 기업일수록 향후 경기전망과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등락을 크게 고려한 것으로 보이며, 반대로 투자를 늘리려는 기업은 금리 및 투자자금 조달, 경쟁기업의 투자전략 등을 더 많이 고려했다.
경기 악순환 막기 위한 정부정책 마련 시급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들의 투자 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국내 기업의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데, 이는 올해에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기업의 설비투자가 올해에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지고 이것 또한 투자심리를 제약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에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거나 약세를 보이고 있는 등 여러 불안요소들로 인해 수요부진이 지속되면서 제조업, 대기업의 설비투자 위축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계류 내수 출하 등 대부분의 투자선행지표도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데다 제조업의 경우 평균가동률이 적정수준으로 여겨지는 80%에 미치지 못하면서 향후 지속적인 투자 부진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중소제조업체들은 수출부진에다 내수부진의 지속 등으로 설비투자 계획을 수년째 축소하고 있는데, 특히 R&D 관련 시설투자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에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등 경기활성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및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 금융정책을 추진하고, 국내경제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정부는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에 안정적인 수출시장 확보를 위한 지원과 함께 환율리스크 등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제공 등의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정책금융공사 www.kof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