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gerecter.egloos.com/
1.
남편과 아내, 그리고 부부의 다섯살 짜리 아들이 한 펜션으로 놀러 왔다.
아내가 펜션에서 짐을 정리하는 동안 남편과 아들, 두 사람은 펜션에서 좀 떨어진
호수까지 산책하며 구경하고 있었다.
호수에 도착하자, 아들은 호수가에 뛰어들어 첨벙첨벙 물장구를 쳤다. 그런데,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그만 아들은 물 속에서 허우적 거리게 되었다. 남편은 수영을 할 줄 몰랐다.
남편은 당황하여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남편은 아들에게 조금만 참으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미친듯이 펜션으로 뛰어갔다.
그 길이 그 때는 얼마나 멀게 느껴지는 것인지.
남편이 아내를 부르자, 아내는 혼비백산하여 호수로 달려갔다. 아내는 발에서
피가나고 신발이 벗겨지도록 달리느라 심장이 터질 것 처럼 뛰는 것도 모른채 호수를
향해 뛰었다. 아내는 곧바로 물속에 뛰어들었다.
아내가 움직이지 않는 아들을 잡아채고 몸을 돌리기 위해서 물을 휘저으려고 다리를
내렸을 때, 남편은 갑자기 소름끼치는 공포에 사로잡힌 눈으로- 똑같은 공포가 아내의
눈동자에도 나타나 있었다 - 그 모습을 보았다. 너무 늦어 죽어버린 조그마한 시체를 팔에
안은 아내는 깊이가 겨우 허벅지께에서 찰랑거리는 물 속에 서 있었던 것이다.
2.
어느 중고품 가게 한 켠에는 낡은 바이올린이 하나 있었다. 하루는, 가게에 중학생 정도
되는 남학생이 와서는 그 바이올린을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바이올린은 싸구려처럼 보였고,
볼품없어 보이기는 했으나, 소리가 썩 좋았다.
학생은 주인에게 "이 바이올린은 얼마입니까?" 라고 물어 보았다.
주인이 가격을 말했다.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학생은 "... 많이 부족하구만."
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실망한 모습이 되었다. 이내 학생은 고개를 들어 주인을 보고 웃음
지으면서, "돈을 가지고 꼭 다시 오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돌아갔다.
며칠 후.
주인은 학생이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학생은 자기
체구에는 너무 커 보이는 자전거에 신문을 산더미 처럼 가득 쌓고는 비탈길을 오르고 있었다.
학생은 이른 새벽부터 열심히 뛰어다녔고, 주인은 그런 학생의 모습을 말 없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흐른 후, 여느 때처럼 주인이 가게를 보고 있을 때, 한 부유해 보이는 신사가
가게를 찾아 왔다. 신사는 이런저런 물건을 보다가, 바이올린을 발견했다. 신사가 물었다.
"이것은, 얼마요 주인장?" 하지만, 주인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것은 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신사는 고급 바이올린의 가격에 해당할 만한 많은 돈을 꺼내어 주인 앞에 내 놓았다.
"어떻소.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소만, 나에게 넘기면 안되겠소?" 그러자, 주인은
돈을 가만히 바라 보다가 다시 말했다. "그래도 안되겠습니다. 손님, 죄송합니다." 그러자,
결국 신사도 돌아갔다.
몇 달이 지난 어느날 아침. 상기된 표정의 학생이 가게 문을 열고 뛰어들어 왔다.
"그 바이올린 아직 있습니까?"
학생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가게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렸다. 학생의 눈에 바이올린이
들어왔다. 학생은 얼굴이 환해 졌다.
"이 바이올린 말이냐?"
주인은 바이올린을 집어 들고 학생 앞으로 가져 왔다.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러더니, 주인은 갑자기 바이올린을 바닥에 집어던지더니, 밟아 버렸다. 바이올린은 산산조각이 났다.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학생을 보면서, 주인은 소리내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나의 즐거움."
3.
고달프고 가난한 삶을 짜증과 고민 속에서 살아오던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의 누추한
집에, 어느날 검은 옷을 입은 신사가 나타나 문을 두드렸다. 신사는 단추가 달린 조그마한
상자와,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내밀었다.
"이 상자의 단추를 누르시면, 이 돈은 모두 당신 것입니다. 대신, 당신이 평생 한 번도
본적도 없고, 별 상관도 없는 한 사람이 죽어버립니다. 내일 상자를 다시 찾으러 오겠습니다."
신사는 그리고 다른 어떤 말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부부는 고약한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신사의 태도가 장난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로 많은 돈다발은 모두 진짜였고, 신사의 목소리도
시종일관 진지했다.
부부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이상한 심리 테스트 설문조사 같은
것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돈을 준다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사람의 목숨은? 하지만 자신과 상관 없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항상 질병이나, 사고,
전쟁으로 죽어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항상 일어나는 죽음들을 생각해 보면, 별로 문제가
없는 듯 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되는가? 고민은 끝이 없었다.
밤새 부부는 고민했다. 3억원. 하지만 어쨌거나 죽음과 연결된다는 것은 찝찝하지
않은가. 새벽녁이 되어서야,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아내가 단추를 눌렀다.
다음날. 어제 왔던 신사가 다시 찾아왔다. 신사는 단추가 달린 상자를 되가져 갔다.
"단추를 누르셨군요. 돈은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문을 닫고 떠나가는 신사에게, 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궁금해 견딜 수 없는 아내가 물었다.
"잠깐만요,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신사는 아내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단추 상자를 전해줄 다음 차례로 가는 길입니다. 즉, 당신을 평생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당신과 별 상관도 없는 다른 어떤 사람에게 가고 있습니다."
신사는 기분나쁘게 웃으며 덧붙였다.
"기대하
세상을 떠도는 어둡고 이상한 이야기들 (속편)
세상을 떠도는 어둡고 이상한 이야기들 (속편)
박기태 기자
2007-12-17 13: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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