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업계가 인정한 설계기술력, 그들의 새로운 도전 / 사이보그-랩
“2011년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
작지만 강한 로봇기업으로 알려진 사이보그-랩의 움직임이 예년과 달라졌다. 사명에서도 느껴지듯 연구개발 위주로 사업을 펼치던 동사가 올해부터는 양산체제를 준비하며 공격적인 시장진출을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이미 잘 알려진 사이보그-랩의 이 같은 행보에 관련 로봇전문가들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본지에서 그들을 만나 갑작스런 시장진출의 배경과 함께 향후 사업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 취재▶▶정요희 기자(press1@engnews.co.kr)
사이보그-랩 “실험실 정신을 가진 Only One 로봇전문회사가 되자”
만약 로봇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을 골라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사이보그-랩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손꼽히는 기업의 로봇개발에 있어 서포트 역할을 담당하며 인지도를 높여온 동사를 안다는 사실은 그만큼 로봇시장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아는 사람만 아는 기업, 하지만 결코 무시하지 못할 기업으로 성장한 사이보그-랩은 지난 2002년 개인 기업으로 시작해 2005년 법인기업으로 설립되어 10여년의 세월을 지나며 인정받는 로봇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이를 증명하듯 20여명의 직원들 대부분은 설계 엔지니어다. 그런 동사가 올해를 기점으로 양산체제를 구축하며 생산파트를 보강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끈다.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LED, LC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시장이다. 클린로봇에 비중을 두어 시장 확대에 힘쓰겠다는 것이 전인택 대표의 생각이다. 이미 청북에 클린룸 공장을 갖고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사이보그-랩이 기반을 다진 공장자동화에 로봇 통합솔루션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넌지시 이야기하는 전 대표는 “사이보그는 앞서가는 로봇의 대명사라 생각한다”며 제조용 로봇기업에게는 다소 엉뚱할 수 있는 사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2011년 양산시스템 정착하며 시장 확대에 주력할 것
사이보그-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잠깐 언급했던 사명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야 할 듯하다. 사이보그에 관심이 많았던 전인택 대표는 2002년 기업설립 당시에는 사이보그 개발을 위한 의료로봇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이 시장이 열리지 않았던 때이기에 이미 시장이 열린 제조용 로봇을 중심으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초기엔 조선소의 로봇자동화 시스템 공급이 주를 이뤘다. LNG 선에 사용되는 포터블 로봇을 개발해 공급했는데, 로봇이 스파이더맨처럼 내벽에 붙어 이동하며 용접하는 고난위도 기술이었다”는 전 대표는 “이후에도 6축 실린더가 이동시킬 수 있는 캐리지를 만드는 등 산업현장 곳곳에 적합한 특수로봇을 개발 공급하다보니 자연스레 여기까지 오게됐다”고 말했다.그리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과 함께 이 분야의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직접 판매보다는 설계 위주의 공급을 주로 맡아왔다. 덕분에 동사의 고객들은 엔드유저나, 2차 벤더들이 아닌 로봇기업들이 되기 시작했다. 마땅한 연구 인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기술력이 부족한 로봇기업들이 동사에 의뢰해 관련 로봇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로봇전문가들에게 인정받으며 다양한 로봇개발에 힘써온 사이보그-랩이기에 이곳엔 영업담당 직원이 없다.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 찾아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올해부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이보그-랩’의 이름을 붙인 그들만의 로봇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인 것이다. 이미 영업만을 담당할 파트너도 영입했다. 이 소식으로 인해 로봇업계는 연초부터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고객이 꿈꿔온 로봇 모듈 공급 시작… “원하는 로봇디자인, 마음대로 고르세요”
‘골라 쓰는 재미가 있는 로봇’
앞으로 사이보그-랩의 제품에 붙여질 별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바디, 암, 툴 등을 모듈화 시켰다”는 전인택 대표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로봇이지만 고객의 생산현장에 따라, 필요로 하는 성능에 따라 최적의 조합을 가능케 해 성능과 가격 면에서 만족시킬 제품”이라며 자신 있게 소개했다.
3개의 바디와 3개의 암, 그리고 3개의 핸드를 선택할 수 있는 제품으로 총 27가지의 서로 다른 로봇제품을 조합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과 고객의 요구에 더욱 신속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이보그-랩이 출시한 이 모듈화 된 웨이퍼 이송로봇은 같은 결과(동작)를 얻어내는 로봇이라 할지라도 암의 형태에 따라 디자인에 있어서 가격을 좀 더 다운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시켰다. 설계와 디자인을 달리해 부품수를 줄임으로써 가능한 일이었다. 부품수가 줄면 고장도 적다는 장점이 있어 획기적인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제품은 원가를 절감하면서도 성능은 뛰어나다는 특징으로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로봇 내부에 가이던스 제어기를 탑재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좀 더 나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행보도 계속되고 있다.
특허 받은 신개념 LCD 패널 검사로봇 = 사이보그-랩의 효자상품
최근 모듈화 로봇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이보그-랩이지만, 동사를 업계에 알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된 효자상품은 따로 있다. 2009~2010년 엔드유저인 디스플레이 생산기업에 공급했던 LCD 패널 검사로봇이 바로 그것이다. 2011년 역시 관련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이와 관련해 여전히 바쁜 한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생산과정을 자동화로 완성하고 있는 LCD 생산 공정에서 유일하게 육안으로 검사해야 하는 과정에 사용되는 LCD 패널 검사로봇은 작업자가 원하는 대로 패널의 위치와 각도를 조이스틱의 간단한 조작으로 쉽게 움직일 수 있어 호평 받은 이 제품은 지금도 독점 공급되고 있다. 또한 LCD 기판의 대형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형 고(高) 가반하중 및 새로운 개념의 로봇을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개발한 7~8세대용 마크로 검사용 로봇은 국내 특허등록은 물론 중국특허출원을 신청해 등록을 앞두고 있다. 세계 어디서든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LCD 마크로 로봇은 오는 3월 열리는「SEMICON-China」에도 소개되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로봇의 경우 수직다관절 기술과 클린기술, 동기화 기술 등 여러 분야의 로봇기술을 이해하는 회사였기에 개발이 가능했다고 한다. LCD의 크기에 따라 5세대 이하의 경우 싱글암 형태의 링크타입을, 6세대 이상의 경우 크기와 무게를 지탱해줄 듀얼링크 타입을 사용해 안정성을 높였다.
QR코드, 페이스북 등 IT를 더한 새로운 마케팅 선보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는 QR코드. 최근 로봇기업들은 이 QR코드를 도입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양한 정보를 담아 손쉽게 활용하는 또 하나의 정보매체로 각광받는 QR코드는 아직은 낯설 수 있는 ‘사이보그-랩’에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됐다. 이미 동사에서 개발·양산되는 제품들에 부착되기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제품의 생산일자, 규격, 모델명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러한 정보는 CS(Customer Satisfaction)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제품에 대한 정확한 생산이력은 후에 회사의 효율적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전인택 대표는 남들보다 늦은 만큼 남들과는 다른 확실한 차별화로 빠르게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또, 고객과의 더 높은 접근성을 위해 페이스북도 오픈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페이스북은 로봇의 품질향상을 위해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가감 없이 오픈해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알리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이러한 동사의 모습을 인터넷 상에서 확인한 고객들은 사이보그-랩에 대한 신뢰감이 더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QR코드, 페이스북 등 IT 기술이 더해진 사이보그-랩의 로봇은 지금 상상 이상의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레드오션? 시간이 지나면 이 시장도 블루오션으로 변한다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어 이미 레드오션(Red Ocean)이라 불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 앞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은 이제 양산품이 아닌 그들만의 기술력을 더한 특수주문 로봇제품들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남들과 다른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것 자체가 고부가가치 시장을 여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의 흐름에 반(反)하여 움직이는 사이보그-랩의 행보는 참으로 독특하다. 특수주문 로봇제품만을 취급하다가 최근 일반 양산시장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며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고객을 갸우뚱하지만, 전인택 대표만은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레드오션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그는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이 바로 그러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치열한 경쟁을 끝마친 이 시장에서 지금은 살아남을 기업들만 남고 다 떠나고 있기 때문이란다. 오랜 시간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온 동사는 그렇게 정리된 시장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원가절감에 탁월한 기술력… 가격이 중요한 LED 산업에서 높은 관심
그 어떤 기업보다 로봇 설계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이보그-랩은 탁월한 아이디어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으면서도 가격경쟁력까지 탄탄히 갖췄다. 덕분에 가격이 매우 중요한 LED 산업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지켜보기 시작했다. 일부 로봇기업들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가부품으로 교체하는 방법을 택하며 생기는 문제를 동사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동사가 제시한 해법은 역시 ‘설계기술의 차이’에서 나온다. “암 부분의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20~30%의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는 전 대표는 부품수를 줄이고, 제조과정을 줄이는 데서 이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는 저가 부품으로 바꾸면서까지 시장에 공급하는 경쟁사들을 이겨낼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일본기업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남들에게는 끝나버린 레드오션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 생각한다. 이미 시장이 한번 정리됐기 때문에 다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라고 담담히 말하는 전인택 대표. 신중해 보이는 그이기에 이 한마디에 담긴 자신감의 무게는 상당했다.
사이보그-랩, 2011년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다크호스 기대해
국내시장에서도 이렇다 할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던 사이보그-랩이 오는 3월 「SEMICON China」에 참가한다. 파트너 기업을 통해 싱가포르, 일본, 대만 등에 나가는 간접수출을 넘어 직접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기 위함으로, 첫 번째 타깃에 중국을 잡은 것이다. 해외전시라는 한계로 모듈화 로봇제품만 선보이지만 LCD 마크로 검사로봇에 대한 기대도 크다. 또, 워낙 빠른 속도로 쫓아오는 중국으로의 진출이기에 금세 카피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취재진의 우려에도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수직다관절 로봇기술에 클린, 동기화 기술 등을 모두 잘 알고 있어야만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에는 특허등록을 해놓은 상태다. 국내 로봇제품들이 글로벌 기업의 제품들과 경쟁해도 주눅 들지 않을 때 자부심을 느낀다는 전인택 대표. 늘 파트너 기업들을 서포트하던 그가 드디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품질과 기술력 모두를 갖춘 그들이 이제 영업력까지 더하며 고객들을 만나기 시작한 사이보그-랩의 2011년이 로봇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주)사이보그랩 http://cyborg-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