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펌프 전문제조업체 주호산업(www.spurtpump.co.kr)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드러내는 기술을 만든다
안으로는 수많은 국내업체가, 아래로는 중국산 저가제품이 위로는 일본, 유럽산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펌프업계에서 20여년간 꾸준한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을 통해 그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업체가 있다. 바로 주호산업이다. 주로 하폐수처리장 등에서 오폐수 이송에 쓰이는 SPURT펌프를 제조하고 있는 주호산업의 이 남 대표를 본지가 만나고 왔다. 취재 박서경 기자(press2@engnews.co.kr)
A/S하기 곤란한 제품이기에 최고의 품질로
“우리는 펌프 중에서도 A/S 하기가 가장 곤란한 제품 중 하나를 만들고 있다. 수리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너무 심해 A/S 할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1991년 신도림동의 작은 펌프업체에서 시작하여 올해로 설립 스무해를 맞는 주호산업의 이 남 대표는 자사의 주력 제품인 SPURT 펌프를 재치있게 설명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주호산업은 주로 하수·폐수 처리 및 이송 등의 목적으로 쓰이는 SPURT 펌프와 스크류 펌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업체이다. 동사가 생산하고 있는 두 종류의 펌프가 주로 하수처리장, 위생처리장, 정수사업소, 축산폐수처리장, 피혁폐수, 도축장폐수이송 등의 용도로 주로 사용되는 탓에 이 대표는 자사의 주력제품 이렇게 소개한 것이다. 그러나 SPURT 펌프는 본래 고형물 이송용 프로세스 펌프로써, 일반 펌프가 물(액체)만 이송시킨다면 SPURT 펌프는 고체 물질도 함께 이송 시킬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폐수용·광업용·건설용·수산용·농업용·배수용·준설용 등 각종 산업공정에 사용될 수 있는 펌프이기도 하다.
20년의 노하우와 기술로 일궈낸 SPURT 펌프와 스크류 펌프
과거 유압기계 엔지니어였던 이 대표는, 국내에 SPURT 펌프를 처음 도입하려 했던 일본 펌프 회사의 사장과의 인연이 되어 SPURT 펌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제품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판매가 어려웠고, 이에 이 대표는 국산화 시켜 낮은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생각으로 SPURT 펌프 개발에 매진하여 상용화에 성공했다.
무폐쇄·무손상의 효율 높은 펌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동사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여러 관련 특허를 획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이중의 하나가 베어링 보호장치 구조를 갖춘 제품이다.“일반 기계가 회전하다보면 물이 딸려 오지 않는 성질 때문에 트러스트가 발생하게 되고, 이것에 의해 마찰열이 많이 발생된다. 우리가 개발한 임펠러에는 가운데 커팅 날개를 형성시켜 프로펠러 추진력을 내도록 했는데 이를 통해 트러스트로 인한 마찰열을 확연히 줄였고 베어링 마모 또한 방지했다.”고 이 대표는 자사의 기술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베어링 파손에 의한 고장으로 펌프가 정지할 때의 작업손실을 줄였으며,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까지도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개발을 완료한 SPT펌프의 경우에는 분쇄 기능을 강화한 육상용 펌프로써, 농산물 시장에서 버려지는 기준 미달의 농산물이나 도축장에서 나오는 잡뼈, 심지어 각목까지도 커팅하여 이송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제품이다.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임펠러 역시 남다르다. 특허를 획득한 임펠러에 대해 이 대표는 “하수 펌프의 경우 날개가 많으면 이물질이 들어가 걸릴 염려가 많기 때문에 하나의 날개를 전면과 후면에 양쪽으로 달아 일반 물펌프의 날개 6개의 효율을 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건물 고층화에 따라 낮아진 지하까지의 깊이를 감안하여 지상까지 분뇨를 내보낼 수 있도록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제품을 개발 중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대표는 “펌프 이론상 진공펌프는 10m정도 밖에 내보낼 수 없지만 현재 주호산업에서 개발중인 제품은 30m이상 이송 가능토록 만들고 있다”며 꾸준한 제품개발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뿐만 아니라 분뇨 수거시 인력으로 운반해야하는 펌프의 특성을 고려하여 기술 개발을 통해 경량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한 두 사람으로도 운반이 가능케 한 것은 사용자 중심의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동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SPURT PUMP SCREW PUMP
기술개발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아
이러한 기술 개발은 400평 규모의 마석 공장에 갖춰져 있는 시험 시설을 통해 가능했다. 생산시험 연구원에서도 테스트를 의뢰해 올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이 시험 시설은 300마력까지의 펌프 테스트가 가능하다. 한편, 이 곳 한켠에는 기술 개발을 위해 쌓여 있는 재고품 또한 많다. 이 대표는 “다 만들었더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 폐기 시키고 새로 만든다. 이러한 부분에 들어가는 손실이 크다. 하지만 부품 하나 아끼려 하다 보면 A/S 할 일이 발생하고, 인력 소모는 물론 이미지까지 실추된다.”고 말한다. 또한 이곳에는 기술개발을 위해 국내외의 수많은 펌프들의 견본 부품과 완제품, 모범 사례집들이 모아져 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모아진 제품들을 진열해놓고 비교 분석하며 더 나은 기술 개발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되고 중기간 경쟁입찰제도가 도입됨에 따른 기술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입찰제도는 가격에 부응되는 적당한 제품만 만들면 된다는 마인드를 양산시킨다. 싼 제품만 찾게 되면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가 없고,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돈은 못 벌어도 밥은 매일 먹듯이 기술 개발도 그렇게 꾸준히 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소재 하나까지도 신경쓰는 주호산업의 펌프
최고의 품질을 지향하는 주호산업의 노력은 단순히 기술 개발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펌프에 소요되는 모든 부품을 100% 국산 부품만으로 고집하고 있다. 주요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메카니컬 실(Mechanical Seal)까지도 저가 수입산을 쓰고 있는 몇몇 업체들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호수에 빠진 동전 하나를 건져내기 위해 사람을 고용한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며 “인부에게 준일당 수십 만원은 나라 경제를 위해 쓰일 수 있지만, 호수에 있는 동전 하나는 영원히 묻힐지도 모르는 국가 자산이다”라고 말하며 “애국자까지는 아니지만 산업경제에 조금의 보탬이 되고, 품질향상을 위해서라도 꼭 국산만을 고집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명분 때문에 국산 부품만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물질과 협착물들이 포함된 하수를 이송시키는 펌프의 경우 마모와 부식 그리고 이에 따르는 고장이 큰 문제이다. 외산 저가 부품의 경우 기술이 부족하여 소재의 캐스팅 방법부터 국산 제품과 차이가 난다. 그는 “인장력이 떨어지는 저가 외산 제품은 과도하게 조이면 나사가 들고 일어난다. 또한 쇠 기공에 오폐수가 들어가게 되면 부식 또한 빠르게 진행된다.”고 말하며, 자신이 직접 시험을 통해 알아낸 각 소재별 장단점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고집은 곧 품질로 연결되어 동사의 제품은 높은 내구성과 적은 고장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품질로 마케팅한다
마케팅과 영업, 매출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이 대표는 “나는 천상 엔지니어”라고 말하며 “원칙대로 제작하면서도 저가 부품 사용은 피하고, 기술개발에 치중하다보니 영업부분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여년의 시간동안 꾸준한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던 데에는 동사의 제품을 써본 소비자들의 구두 마케팅 덕이 컸다. 그는 자사의 마케팅 전략이라면 결국 ‘품질’
이라고 밝히며, “펌프의 특성상 소비자가 여러 대를 동시에 구입해 비교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품질과 기술만 우위에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이들이 찾아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펌프 시장은 10년 싸움이다. 보통은 한번 납기하게 되면 오랜 시간을 쓰기 때문이다. 이미 납품된 제품이 고장이 나야 기회가 생기지 않겠는가. 제품 한번 잘못 만들어서 신용을 잃으면 다시 그 제품을 납품한다는 것은 힘들다. 고장 없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그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파도가 다가오면 앞으로 나가야 한다
이 대표는 “누구나 카피에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계속 탈피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고 말하며 현 국내 펌프 산업이 정부 정책과 구조적인 문제로 기술개발이 등한시 되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춰야 할 것을 역설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국내 펌프 시장의 여건 속에서의 기술 개발이 ‘하나의 힘든 싸움’이라 표현한다. “헤쳐나가야한다. 파도가 치면 파도를 향해 나가야지 그걸 피하면 아무리 큰 배라도 전복되고 만다. 어려움이 닥치면 파도로 여기고 부딪혀야지 피하면 안된다. 도전해야 한다.”라고 소신을 밝힌 그는, 국내 펌프 산업 전체가 이러한 마인드로 페어플레이의 경쟁구도 안에서 공존하고 함께 발전해 나가길 바랐다. 이러한 그의 바람처럼 주호산업이 국내 펌프업계의 뒷바퀴가 되어 한국 펌프 업계의 기술 수준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나갈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