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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입형 다단원심펌프 우리가 만들어요” (주)세고산업, 기술개발로 ‘품질과 가격’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한때, 「‘Made in China’ 제품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한가」 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TV프로그램이 방영된 바 있다. 이를 산업계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그만큼 국산 제품의 시장 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생활용품뿐 아니다. 펌프업계에도 외산 저가 제품의 바람이 거세다. 이러한 와중에도 꾸준한 기술 개발과 높은 품질로 국산 펌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업체, (주)세고산업을 본지가 찾았다. 취재 박서경 기자(press2@engnews.co.kr)
부스터 펌프 시스템 입형 다단원심펌프
세고산업의 연혁란은 빈 자리가 없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회사 소개를 부탁한 기자의 요청에 “그걸 어떻게 다 말로 합니까”라고 웃으며 대답한 (주)세고산업(이하 세고산업)의 배영석 대표는 긴 말 대신 동사 브로슈어의 연혁란을 펴 보였다. 그곳엔 1998년 회사설립 후 기술 연구와 개발로 국내외에서 인정받아온 세고산업의 이력이 빼곡이 적혀있었는데, 배 대표는 여기에 2009년 이후의 이력을 자필로 몇 줄 더 적어나갔다. 최근의 몇 가지 이력을 덧붙인 것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입형 다단원심펌프에 들어가는 3D 형상의 임펠러 제조기술로 획득한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NEP(New Excellent Product) 인증이다. NEP는 국내 최고의 기술 및 외국제품과 동등 또는 그 이상의 기술이 적용된 제품에 한하여 발급되는 인증서이다. 또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게 수여되는 이노비즈(INNO-BIZ)의 취득 역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궈낸 최근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조달청 제3자 단가계약 성사, 정부조달 우수 제품 선정, 벤처기업인증 등 다 적지 못한 많은 이력들이 배 대표의 자신감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고품질 제품을 저가로 구현하는 세고펌프의 비결
현재의 세고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력 제품은 입형 다단원심펌프라고 할 수 있다. 입형 다단원심펌프는 기존의 횡형 펌프에 비해 설치면적이 1/4 수준이면서도 고유량, 고양정에 적합한 고효율의 제품이다. 배 대표는 “펌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은 효율이다”라고 밝히며 “과거 필라멘트 전구가 에너지 효율이 좋은 LED로 대체되는 것과 같이 펌프 시장도 효율이 향상된 입형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와 달리 현재 입형 다단원심펌프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국내에서는 세고산업이 유일하다. 이는 기술력과 함께 초기 투자비용의 부담감, 그리고 아래로는 중국 저가 제품, 위로는 유럽산 고품질 제품이 자리잡고 있는 시장구조 때문에 선뜻 국내 업체들이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고산업은 여타 기업과는 달리 이러한 위기를 기술로써 극복해냈다. “2002년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중국산 제품은 현격하게 낮은 가격을 무기로 국내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하여 현재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입을 연 배 대표는 “특히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입형 다단원심펌프는 낮은 제조원가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춘 제품 중 하나였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저가의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가격이 아닌 월등한 품질을 선택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공정이 자동화 되어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유럽제품의 품질을 따라가기 위해, 중소기업이 수백억을 들여 같은 수준의 설비를 들여놓을 수는 없었던 것. 그러한 탓에 그는 동일한 수준의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 개발이라는 또 다른 대안을 선택했다.
배 대표는 “품질로 보면 중국산 저가 제품과 현격한 차이가 난다. 가령 소재로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예만 들어도 중국에서 제조한 것은 니켈 함유량이 적다보니 스테인리스라고 말하기 힘들다. 반면 국산제품은 포스코나 현대제철에서 생산된 제품을 쓰다 보니 함량을 속일 수가 없다.”라고 밝히고 “이제는 유럽제품과도 대등한 수준의 품질”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세고만의 기술, “임펠러와 보텍스 방지가이드”
타사에 수출하는 임펠러 내부세트이러한 대안의 결과로써 펌프의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임펠러(유체의 흐름을 균일하게 하여 마찰, 와류 등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 시키는 부품)를 새로운 형태로 개발한 사례를 들 수 있다. 타사 제품들의 임펠러가 2차원 형상의 구조에 쉽게 떨어지게 되는 스폿 용접을 이용한 반면, 동사의 임펠러는 6개의 베인(Vane)이 3차원 형상 구조임과 동시에 자동로봇용접 장비를 이용한 레이저 용접으로 훨씬 높은 효율과 내구성을 구현해냈다. 이러한 접합 구조는 특허로 등록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구현된 높은 효율은 에너지 관리공단에 의해 고효율 인증 획득을 가능케 하였다.
이 밖에도 와류현상의 발생방지를 통한 효율 향상과 소음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보텍스 방지가이드(실용신안등록) 역시 동사 제품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에 앞서 동사는 이미 ISO9001, ISO14001 품질시스템을 획득한 바 있으며, 국내최초로 인버터 순차기동방식을 적용한 부스터펌프 시스템의 운전방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꾸준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고산업은 국내 최초로 입형 다단원심펌프 국산화에 성공했던 것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는 세고산업
타사의 2차원 임펠러
세고산업의 기술력과 품질은 국산제품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한국 시장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최근 세고산업은 유럽연합(EU)의 품질 인증 마크라고 할 수 있는 CE 인증을 취득하였다. 또한 미국(시카고), 중국(상해), 싱가포르(싱가포르),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등 꾸준한 해외 전시에 참가를 통해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미국 수출을 비롯해 독일 시장 진출까지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배 대표는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시 한번 기술 연구와 투자를 강조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도 정체되어있으면 썩듯이 기업이 변화를 두려워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소신을 밝힌 그는 현재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소 설립을 계획 중이라 전했다. 또한 “이 연구소를 기반으로 좀 더 적극적인 해외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더 큰 용량의 모델을 올해 안에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사의 3차원 임펠러
한국을 대표하는 펌프기업으로 성장할 것
세계 금융 위기가 경제를 뒤흔들었던 작년 한해에도 세고산업은 5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선전했다. 이는 유럽제품과 대등한 수준의 품질임에도 환율의 영향으로 중국제품과 비슷한 가격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배 대표는 밝혔다. 아울러 가격과 품질뿐만 아니라 빠른 납기와 외산 제품 대비 신속한 A/S도 작년 동사의 성장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국내 시장은 유통구조와 인식 때문에 가격대 성능비 보다는 최하 가격의 제품이나 최상품만이 팔리는 추세”라고 밝히며 “국내 소비자들의 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가격 대비 성능비를 따지는 합리적 구매 문화가 뒤따라 일본과 같이 내수시장이 정착된다면, 국내 시장에서도 보다 큰 선전이 예상된다”고 이야기했다.
기술개발을 누차 강조하던 배 대표의 사무실 입구에는 ‘인재가 기술이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그는 “돈만으로 기술을 만들 수 없고, 돈으로 사람을 만들 수도 없다”고 말하며 인재관리에 대한 어려움과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렇듯 사람을 중요시 하는 그의 생각이 이어져 펌프업계의 또 다른 획을 긋는 기술이 개발됨과 동시에, 세고산업의 이력이 한국 펌프업계의 이력으로 대변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