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 제품환경체계디자인 연구실 김명석 교수] 로봇의 엔드유저는 인간, 그를 위한 로봇디자인을 연구한다
[한국과학기술원 제품환경체계디자인 연구실 김명석 교수] 로봇의 엔드유저는 인간, 그를 위한 로봇디자인을 연구한다
정요희 기자
2006-06-26 17:08:24
<편집자 주>
지난 20세기는 산업용 로봇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지능형 서비스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이 서비스로봇은 인간과 함께 생활한다는 특성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지만 로봇전문 인력도 부족한 현실에서 로봇디자인전문 인력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로봇디자인 만큼은 초기단계서부터 엔지니어와 로봇과학자와 디자이너가 함께 연구컨셉을 잡을 때부터 함께 해야 한다며 국내 최초로 로봇디자인을 연구하는 곳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로봇디자인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 전무한 상황이기에 그 행보가 기대되는 한국과학기술원 제품환경체계디자인 연구실에 다녀왔다.
취재 정요희 기자(press1@engnews.co.kr)
Q. 교수님이 속하신 로봇디자인 연구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희 연구실은 ‘제품-환경체계디자인연구실’(Product-Environmental System Design Lab.http://pes.kaist.ac.kr)이라 하여 단일 제품으로서의 디자인 개념을 넘어 인간 삶의 풍요로움과 쾌적함을 구성하는 환경시스템을 위한 디자인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연구 분야는 크게 제품 및 환경디자인, 감성디자인 그리고 로봇디자인 분야이며, 최근 로봇산업의 확대에 따라 로봇디자인의 감성적 접근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한 지능형 서비스로봇의 디자인 기준 체계를 정립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환경 속에 존재하는 인간과 사물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인간에게 좀 더 편리하고 아름다운 것을 제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일 것인가, 이런 것들이 어떻게 마켓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환경체계디자인 연구실’이라는 이름과 로봇을 연상하기는 힘들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우리 연구실은 로봇도 하나의 제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로봇도 인간의 생활환경 속에 존재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깊은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또한 아직 로봇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아 로봇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많지는 않지만 로봇디자인 포럼 등을 통해 향후 늘어날 로봇전문 디자이너 수요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산업을 이끌어가는 자동차, 가전분야에서의 디자인의 힘을 생각한다면 로봇전문 디자이너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른 전문 인력의 양성도 매우 절실합니다.
Q. 그렇다면 제품환경체계디자인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중 로봇관련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입니까
A. 최근 우리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전체 연구의 70% 이상이 로봇디자인 관련 연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21세기의 도래와 함께 국가 기간산업의 구조가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대응하는 연구 분야로 로봇디자인 연구를 지목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실제로 2000년대의 국가기술지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으며, 신성장동력산업 분야에서도 어김없이 로봇분야가 대두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의 국가주도형 로봇연구와 로봇관련기업의 디자인 컨설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Q. 로봇산업이 발전하면서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디자인 전문가로서 이러한 분위기에 대한 생각은
A.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디자인 분야는 제품의 디자인 향상을 위한 노력을 경주한 결과 사용자에게 아름답고 쓰기 편한 제품을 제공하여 기업경영의 성공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로봇 역시 사용자는 인간을 위한 것이므로 일반 제품의 성격과 다를 바 없지만 움직임이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 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기능성과 시장성을 갖는 디자인은 몇 가지 요소를 기억해야 합니다. 로봇이 일반제품과 다른 점은 모션이 있다는 것인데, 로봇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에 디자이너가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지,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하는지를 파악하여 그 성격에 따라 디자인을 차별화 함으로써 로봇에게 개성과 성격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 연구실 구성원들은 대부분 이공계 학생들입니다. 국내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KAIST에서 이미 물리, 화학, 수학 등의 기초과학 과목들을 이수했기 때문에 로봇과 같은 첨단기술에 대한 화법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과거 로봇산업은 주로 생산재로서의 산업용 로봇위주로 발전해왔으나 21세기에는 지능형 서비스로봇산업으로 구조가 바뀌고 있으며, 디자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산업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로봇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로봇을 디자인한 경험이 있는지, 또 로봇디자인에서 중요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A. 우리 연구실에서 본격적으로 로봇디자인연구를 시작한 것은 뉴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부터라고 할 수 있으며, 그간 10여건 이상의 로봇디자인 관련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몇 가지 사례는 감성로봇 Ra-i(2001, 과기부), 시각장애자용 안내로봇(2002, 보건복지부), 전시안내용 로봇(산자부+한울로보틱스, 2003), 가정용 지능청소로봇 ‘Ottoro`(2003~2004, 한울로보틱스), 노인생활지원 지능형로봇 플랫폼(2004, 과기부), 학습 및 교사지원 로봇디자인(2004~2007, 산자부), 지능형 서비스로봇 콘텐츠 및 인터페이스디자인 연구(2003~2006, 정통부) 등이 있으며, 올해도 계속해서 URC 네트워크 로봇, Office-care-Robot, 바이오 로봇, 헬스케어 로봇 등에 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로봇도 하나의 제품으로 해석하면 일반 디자인과 큰 차이는 없지만 인간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감성품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로봇의 특성 중 하나가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므로 행동을 포함한 시각, 청각, 촉각디자인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로봇은 매우 복잡 다양한 메카니즘으로 구성되므로 배선이 디자인 해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최근 기술의 진전과 현명한 아이디어로 복잡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신소재의 개발을 통해 최적화하거나 배선자체를 미적가치로 승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며, 실례로 국내의 로이앤블럭(Roy & Block)社에서 개발한 ICA나 das ROYD 같은 메카로봇은 배선자체가 디자인 표현의 일부가 되며 로봇의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산업용, 휴머노이드, 청소로봇 등 참으로 다양한 로봇이 있는데, 이 로봇의 종류마다 특별히 요구되는 디자인들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로봇을 포함한 모든 디자인은 대부분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므로 기본적인 디자인 요구사항은 공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로봇디자인의 경우에는 행동(Behavior) 및 모션, 개성(Personality)과 성격(Character), 시나리오 및 외관(Appearance)에 관한 디자인 요소가 체계적이고 순차적으로 요구됩니다. 또한 각기 다른 목적의 제품을 디자인할 때 디자인 사양을 달리 하듯이 로봇 역시 그 기능이나 요구에 따라 디자인 해결방안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까지 선보인 청소로봇이 거의 다 원형인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개발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모양이 가능했겠지만 청소를 위한 주행에 있어 원형일 때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또, 아직까지는 로봇을 하나의 장식품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기능보다는 디자인에 신경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참여했던 한울로보틱스의 ‘오토로’ 같은 경우는 기능을 중시한 디자인으로 성능이 높은 반면에 높은 가격과 스타일등에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디자인을 발전시킬 예정입니다.
또한 로봇디자인은 사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는 비단 로봇뿐만이 아니라 모든 제품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긴 하지만 로봇에 대한 점검 및 평가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배터리 교환 및 배선 등의 유지보수 용이성, 경제성, 인간과의 상호작용 등을 모두 고려하며 디자인의 가장 큰 덕목중의 하나인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교수님이 생각하는 잘 된 로봇디자인과 잘못된 로봇디자인은 무엇입니까
A. 2000년대 초 일본에서 개발된 PINO의 경우는 기능 구현의 약점을 디자인 컨셉으로 풀어낸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PINO는 저가의 휴머노이드 타입의 로봇개발이 목표였으므로 2족보행이 불완전한 상태였으나 이를 한 살짜리 정도의 어린아이로 컨셉을 맞춤으로써 불안하게 걷는다 해도 설명력이 있었던 것입니다.
국내에서의 예를 든다면 적은 연구개발비로 개발되어 널리 알려진 인간형 2족보행 로봇‘휴보(HUBO)’가 우수한 디자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사항은 로봇개발 초기단계서부터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동시에 스타트했다는 점이며, 디자인 컨셉 단계부터 컨텐츠 및 시나리오 디자인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엔지니어가 개발한 후에 껍데기를 씌우는 로봇은 절대로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없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디자인 제약조건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실에서는 항상 로봇연구 초기단계에서부터 타 분야와 협동연구를 취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 11월 로봇 디자인 포럼이 진행됐는데, 어떠한 분위기로 진행되었고 그 성과는 무엇입니까
A. 지난해 11월에는 2002년도에 이어 두 번째 국제 로봇디자인포럼을 개최했는데, 3년전 보다는 훨씬 진전된 연구발표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 CMU의 Jodi Forlizzi 교수, 일본의 마츠이 타츠야(PINO, Posi등), 오사다 쥬니치(NEC의 Papero), 타카하시 토모타카(Chroini, VisiOn등) 등 외국인 4명과 국내 로봇디자인 연구자 3명이 발표에 참여했습니다. 각국 발표자들은 로봇디자인이 기능 중심에서 감성중심의 디자인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데 공통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며,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을 약속하였습니다. 이 포럼을 통해 로보틱스 전공자들의 로봇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공동연구 제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또한 성과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미국 과학재단에서는 카네기 멜런대학과 공동으로 올 8월 2~5일까지 캘리포니아 카멜에서 6명의 교수와 20명의 대학원생을 선발하여 인간-로봇 인터랙션 디자인에 관한 국제 워크샵을 개최할 예정인데, 이곳에 우리 연구실도 초청되었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국제적인 로봇디자인 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로봇디자인분야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저변확대에 힘쓰고 싶습니다. 이미 국내에서는 한국디자인학회 산하에 로봇디자인연구회를 발족하여 관심 있는 연구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는데, 올해도 11월에 『로봇디자인 포럼 2006』을 개최할 예정으로 있으며 현재 기획중입니다.
Q. 로봇디자인에 대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로봇디자인에 대한 목표와 장/단기적인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A. 아직 역사가 미천한 로봇디자인 연구분야의 발전을 위하여 지속적인 실험정신과 도전을 통해 실천적인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유비쿼터스 기반 네트워크 로봇(URC), 건강관리를 위한 로봇, 바이오로봇, 오피스 로봇 등의 연구에 중점을 둘 예정이며, 로봇관련 연구는 1~2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향후 7~10년간에 거친 장기적 연구에 몰두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은퇴하는 10년 후쯤 ‘나와 함께 춤 출 수 있는 로봇`에 대한 디자인이 완성된다면 더 큰 기쁨이 없겠습니다.
http://pes.kaist.ac.kr
TEL. 042)869-4511
FAX. 042)869-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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