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자원의 유한성에 대한 우려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육지자원은 고갈되어 가고, 해를 거듭할수록 바다의 면적은 넓어져만 간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해양자원의 개발은 당연한 수순이다. 해양로봇은,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세계와의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해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본문에서는 다양한 수중로봇 분야 중 현재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해양작업 로봇의 국내외 현황을 조명한다.
수중에서 활용되는 로봇은 엄연히 대기에서 활용되는 로봇과 차별화되는 분야이다. 똑같은 로봇의 범주에 속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원천기술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해양로봇은 엄연히 독립된 개체로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수중로봇의 형태는 다양하다. 물고기에서부터 문어, 가오리, 해파리 등 바다생물을 본딴 로봇을 비롯해 수중 상황에서 여러 가지 작업에 사용되는 지능형잠수정까지, 뭉뚱그리자면 모두 포함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잠수정 형태의 수중로봇은 현재 실질적으로 수중 환경에서 인간을 대신해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잠수정(Underwater Vehicle)은 크게 유인잠수정과 무인잠수정 두 가지로 나뉜다. 미국 해군에서 보유하고 있는 Alvin 유인잠수정은 일찍 1986년에 타이타닉 잔해를 탐험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원격무인잠수정(Remotely Operated Vehicle, ROV)과 자율무인잠수정(Autonomous Unmmanded Vehicle, AUV)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엄빌리칼(Umbilical) 케이블의 유무이다.
자율무인잠수정의 경우 이러한 케이블 없이 수중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반면 원격무인잠수정은 엄빌리칼 케이블을 통해 지원 선박에서 로봇에 전원을 직접 공급하고 또한 광통신 채널을 이용함으로써 사용자가 선상에서 로봇의 모든 행위를 원격조종한다.
최근 들어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수중 글라이더는 자율무인잠수정으로 분류가 가능하며 견인식 잠수정(Towed Underwater Vehicle, TUV)은 원격무인잠수정의 일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세계 수중로봇과 경쟁하기 위한 ‘수중건설로봇사업’
현재 국내 수중로봇 분야에 있어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수중건설로봇사업의 추진이다.
지난 2013년 10월부터 다가오는 2019년 6월까지 미래 해양개발을 위해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상용화 수준에 가까운 수중건설로봇이 부재했던 한국이 기술의 종속화를 벗어나 선진국과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해양 개발용 수중건설로봇사업단이 출범한 상태로, 3가지의 핵심과제와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한다.
수중건설로봇이란 이름 그대로 깊은 수심의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인간을 대신해 다양한 건설작업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뜻한다.
1960~1970년대부터 지구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의 지층에 매장된 풍부한 석유 및 가스 자원 개발을 위해 해양 시추장비 및 이에 필요한 다양한 해상 및 해저 지원시스템 건설작업이 시작되었으며, 이때 첫 상용화 ROV가 등장해 시추현장에서 유지보수 등 수중 작업에 투입됐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일환으로 해상풍력, 조력, 파력, 온도차, 해류, 염분차 등을 활용한 해양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에 해저 원유 및 가스 개발과 함께 본격적인 해양플랜트 산업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해양플랜트산업에는 극한 환경에서 다양한 해상 및 해저 구조물 건설현장에 투입될 수중로봇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건설현장에서 수중로봇은 수중 구조물의 설치, 조립에서부터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플랜트와 육지를 연계하는 계통연계(전력 및 통신 케이블, 파이프라인 등) 작업에도 투입되어 다양한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매설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한편 해양플랜트 건설작업 외에도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작업현장은 육지와 육지(섬 포함), 그리고 대륙과 대륙을 잇는 해저 광통신 케이블, 전력 케이블, 그리고 다양한 파이프라인 매설 및 유지보수 현장이다. 초기에 이러한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은 해저면에 포설하는 방식이 위주를 이뤘으나, 지난 20~30년간 급속하게 늘어난 어업활동으로부터 포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해저에 매설하도록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해저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매설작업은 주로 쟁기(Plough)와 같은 매설 장비를 이용한 동시 포설 및 매설(Simultaneous Lay and Burial) 방식을 사용하며, 최근 들어 간편하고 저렴한 다양한 포설방법이 가능해짐에 따라 포설 후 추가 매설(Post Lay Burial) 기법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가 매설작업에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전문 매설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수중건설로봇이 투입되며, 위에서 언급한 해양플랜트 계통연계 작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그 외에도 해저 원유 및 가스 시추를 위한 해저면 시추로봇(ROV Drill) 등 다양한 특수 목적의 로봇들이 있다.
한편 최근에는 다양한 항만 수중공사현장에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 또한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해 잠수부 대신에 작업현장에 투입할 건설로봇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수중건설작업, 어떠한 로봇이 필요한가
수중건설로봇은 원격무인잠수정에서 작업로봇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 로봇의 구동방식 및 작업특성에 따라 크게 유영식 작업로봇(Free-swimming Work-class ROV), 매설로봇(ROV Trencher) 및 기타 특수목적의 작업로봇 등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1) 유영식 작업로봇
로봇이 수중에서 자유롭게 유영하기 위해 플랫폼 자체가 중성부력을 갖도록 설계되며 엄빌리컬도 동시에 중성부력을 갖는다.
작업수심이 깊을 경우 로봇은 음성부력을 갖는 TMS(Tether Management System)와 함께 역시 음성부력의 테더케이블을 통해 선상에서 작업지점 근처까지 내려오고, 이후 TMS에서 분리되어 중성부력 상태에서 주어진 작업임무를 수행한다. 작업은 주로 전방에 부착된 한 쌍의 로봇팔(Manipulator)을 이용해 수행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FORUM Energy Technologies그룹의 Perry Slingsby Systems사에서 제작한 XLX 작업로봇이 있다. 로봇은 전방에 장착된 두 로봇팔을 이용해 작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2) 매설로봇
지난 20~30년간 작업로봇이 가장 많이 투입된 작업현장은 해저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매설현장이다. 기존에 쟁기를 이용한 동시 포설 및 매설 기법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쟁기방식으로 매설이 안 되는 해저층 구간, 그리고 쟁기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했지만 요구사양을 만족하지 못하는 매설구간에 대해 추가로 매설로봇을 투입함으로써 매설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매설로봇은 그 구동방식에 따라 스키드방식과 트랙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스키드방식은 일반적으로 30kPa 이하의 해저 연약지반에서 활용이 가능하며 또한 이를 위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음성부력을 갖는다. 이에 비해 트랙기반의 매설로봇의 경우에는 점착성이 강하거나 단단한 해저지반에서 트랙을 이용해 이동하기 때문에 스키드방식보다 큰 음성부력을 가진다. 해조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반면에 전진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3) 기타 특수목적의 작업로봇
일반적으로 해저 원유 및 가스 시추를 위해서는 고가의 수상 시추선 또는 선박이 필요하며 이러한 시설장비는 또한 해상 기후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자 미국의 FORUM Energy Technologies사에서는 해저면에 설치할 수 있는 시추로봇 ROV Drill을 개발했다. 해저층에 대한 코어링 및 샘플링 기능을 갖고 있는 이 로봇은 특수한 고가의 수상 선박 또는 플랫폼의 도움이 없이 설치 및 회수가 쉽고, 또한 해저면에 위치하기에 변화무쌍한 해상 기후조건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이 시추로봇의 또 하나의 장점은 수상선박과 관련된 일련의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위험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해외 기술 현황
미국, 유렵을 선두주자로 하는 해양선진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수중로봇, 특히 유영식 작업로봇의 상용화에 주력해왔다. 그 이후 급속도로 늘어나는 어업활동으로부터 해저면에 포설된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을 보호하기 위해 매설로봇 상용화를 진행했고, 그리고 최근 들어 시추로봇 등 특수 목적의 작업로봇 개발도 필요에 따라 수행되고 있다.
1) 미국
1950~1960년대에 미 해군의 수요로 수중로봇 개발이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후 1960~1970년대에 해저 원유 및 가스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유영식 작업로봇 개발이 주를 이뤘고, 또 그 이후에는 해저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매설수요 급증에 따라 매설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작업로봇 개발이 이뤄졌다.
유영식 작업로봇의 대표적인 제작사로 FORUM Energy Technologies그룹의 Perry Slingsby Systems사, Oceaneering사, FMC Technologies그룹의 Schilling Robotics사 등이 있다. 매설로봇의 경우에는 Perry Slingsby Systems사가 영국의 SMD(Soil Machine Dynamics)사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메이커이다. 이 업체는 또한 해저면에 설치 가능한 시추로봇 ROV Drill을 개발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2) 영국
영국(스코틀랜드 포함)의 경우 해양개발 관련 풍부한 인적 및 사회적 인프라로 유명하다. 특히 해저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매설장비(쟁기식 매설기 및 매설로봇)분야에서 영국의 SMD사는 미국의 FORUM 그룹의 Perry Slingsby Systems사와 함께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매설로봇 외에도 SMD사는 다양한 중작업용 유영식 로봇을 주문 제작하고 있다.
3) 캐나다
캐나다의 ISE(International Submarine Engineering)사는 AUV, ROV뿐만 아니라 무인선박(Unmanned Surface Vehicle, USV) 및 유인잠수정을 설계/제작하며, 또한 다양한 매니퓰레이터를 포함한 작업공구 설계/제작을 수행하는 수중로봇 관련 전문업체이다.
ISE사의 ROV는 크게 두 가지 제작라인을 따른다. 하나는 HYSUB 계열의 6~250마력의 작업로봇계열과, 10, 25, 및 30마력의 경작업용 Trailblazer계열의 로봇이 바로 그것이다. 프랑스의 ECA는 주로 민군관련 수중로봇을 설계/제작하며, ISE와 유사하게 AUV, ROV, USV, 그리고 다양한 보조장비를 설계/제작한다. ECA사의 작업로봇의 경우 모두 경작업용으로 유영식과 해저면에서 주행하는 궤도식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늦은 시작, 수중로봇 기술 격차 좁히기에 주력
수중로봇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정부의 지원 하에 수중로봇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고무적인 사실이지만, 그 시기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미 1960년대부터 수중로봇을 개발, 상용화하며 시장을 선점한 외산 수중로봇과의 기술격차에 대해 한 수중로봇 전문가는 국내 수중로봇 기술력이 선진국대비 ‘70% 미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중건설로봇사업이 추진되기 이전에 이미 해미래, 미내로, 이심이 등 유명한 수중로봇들이 개발된 바 있었지만 그 역시 해외의 수중로봇과는 20년가량의 갭이 있다. 결국 현재는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간 국내 해양산업계에서 실제 적용하는 수중로봇은 대부분 외산 제품을 고가에 임대하거나, 구매하는 형식이었으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해야만 한다.
수중건설로봇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장인성 사업단장은 이에 대해 “수중로봇은 한 번에 많은 수량을 필요로 하지 않아 단순히 해외에서 구매하거나, 임대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고, 이 때문에 국내 수중로봇개발 시기가 늦어졌다”며 “그러나 실제로 수중에서 진행되는 작업은 사람이 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더불어 잠수사도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수중로봇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미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바다 속 로봇 경쟁에 출사표를 던진 한국. 미래의 해양산업 분야에서는 한국의 로봇이 오대양을 누비기를 기대한다.
* 자료제공. 한국로봇융합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