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선진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방안 마련할 것
지난해 말 로봇관련 학계, 산업계, 연구계를 비롯해 미래학자, 문화ㆍ언론계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주도형 ‘로봇산업 정책포럼’이 출범하여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포럼이 과연 국내 로봇산업 발전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또 어떠한 방법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내달 8~9일에는 국내 로봇기술 평가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여 기술수준을 점검한다고 하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로봇산업정책포럼 초대의장으로 선출된 김진오 교수를 만나 향후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취재 정요희 기자(press1@yeogie.com)
▶▶로봇전문가로서 맡고 있는 직책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들을 준비하고 계신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처음 산업자원부에서 로봇산업 관련 사업을 기획할 때 기획단장을 맡은 바 있고, 이후 지속적으로 국가에서 준비하는 로봇사업과 연계되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로봇’이 선정되며 지능형로봇산업 실무위원회가 생겼는데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이 실무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그 이전에는 기획단장을 비롯해 로드맵 수립, 표준로봇위원장 등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로봇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현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중 로봇산업정책포럼(이하 포럼)이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와 관련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재직하고 있는 광운대학교에서 ‘로빗’이라는 로봇게임단이 창단했는데, 여기의 지도교수도 맡고 있어 올 한해도 바쁘게 보낼 듯합니다.
▶▶로봇정책포럼은 5개 TFT 전문팀에 각계 37명의 전문가가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선정되었으며, 교수님께서 의장으로 추대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37명의 포럼 전문위원들은 전문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동안 로봇산업과 관련된 자리에서 볼 수 없었던 분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감독, 언론인, 변리사까지 폭넓은 포럼위원들로 있어서 기존에 듣지 못했던 의견들을 수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폭넓은 포럼위원을 형성하기까지 지난해 9월부터 로봇전문가 및 담당자들의 추천이 있었고, 이 과정을 통해 5개 TFT 전문팀이 구성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덧붙여 제가 의장이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실무위원과 운영위원이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아 다른 분들에 비해 시간이 많아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의장이 된 이유를 생각하기보다는 포럼 의장으로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로보틱스연구조합의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국내 시장에서 로봇사업을 하고 있는 20여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로봇산업정책포럼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모처럼 로봇기업들이 다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제가 요청하여 참석한 것으로,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자주 가져 포럼의 의의를 알리고 기업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일 계획입니다.
▶▶많은 이들이 산업계가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포럼에서 역시 산업계보다는 학계, 연구계 위주인 듯합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요.
앞서 언급했듯이 전문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포럼위원들을 구성했기 때문에 기업들의 참여가 적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업들은 로보틱스연구조합 등의 기존에 존재하는 협회 등을 통해 의견을 듣거나 한 자리로 모일 계기를 만들 수 있어 우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로봇을 사용하게 될 소비자나 일반인들의 입장에서의 로봇산업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는 없기에 포럼위원들은 이를 담당할 분들을 위주로 구성된 것입니다. 단지 로봇기업들 중심이 아닌 로봇산업 전체를 보는 포럼이 되는 것입니다. 덧붙여 정책에 의견을 반영하는 것과 관련해 모든 기업들이 어느 정도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봇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 역시 100% 의견이 수렴되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전할 통로만 있어도 이 같은 아쉬움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포럼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겨서 서서히 스며들게 함으로써 로봇시장과 환경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이전에 로봇인력양성의 중요성이 시장에서 계속 되풀이되자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 해 전부터 ‘로봇인력양성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로봇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입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점차 그 애로사항은 해결될 것이라 믿습니다.
▶▶로봇정책포럼은 로봇계의 요구를 정부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그만큼 귀를 열고 국내 로봇시장 파악에 힘써야 할 듯합니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같은 일을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듣는’ 역할이 중요한 자리이기에 많은 분을 만나 의견을 듣고 이를 문자화하여 공문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져야 정책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포럼 창립총회 인사에 전했듯이 지금까지는 사회자의 자리에서 그러한 역할만 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로봇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각 분야의 리더들과 함께 좋은 의견을 들어볼 것입니다. 아직까지 저 스스로가 미숙한 관계로 많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각계각층을 만나며 국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다들 국내 로봇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라 시간 내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이들과 함께 진행해야 할 로봇정책포럼의 향후 운영은 어떻게 되는지요.
우선 5개의 TFT팀은 각 팀별로는 자율적으로 모임을 가질 것으로 알고 있는데, 1주에 한번 이상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만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올 6월까지 포럼의 스케줄이 빡빡하게 세워져 있는데, 정부기관을 비롯한 기계산업, 소비자보호원 등 다양한 이들이 각 TFT 전문팀을 통해 3개월에 1번 이상 만남의 자리를 가지며 포럼을 운영할 것입니다. 여기서 저의 역할은 각 팀에서 내온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하고 의견을 듣는 것으로, 언제 어디로든 찾아가는 ‘가톨릭 신부’와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로봇업체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산자부 로봇팀에서도 직접 찾아와서 이야기해달라고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제 그 역할을 담당할 포럼이 생겼으니 포럼으로 연락주시면 의견을 공유하며 가장 빠르게 정책에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견이 모아지는 입구(入口)로 포럼 의장인 저에게(jokim@daisy.kw.ac.kr) 바로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포럼 창립총회 자리에서 ‘한국시장에 적합한 선택과 집중의 부재’를 언급하셨는데, 어떠한 해결책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우리나라의 강점을 살려야 합니다. 그 강점이 무엇이겠습니까. 얼마 전 미국에서 사업하는 이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의 사업 아이템은 한국에서 금형을 받아서 판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노동집약적인 분야인 금형이 어떻게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얘기는 하는 겁니다. ‘대부분은 중국에서 만들지만 고품질 2주 이내의 단납기 금형은 한국이 낫다’라고요.
바로 이것, 스피드가 우리의 강점인 것입니다. 그 다음이 커스터마이징 능력입니다. 물론 제품을 만드는 것만 보면 중국이나 일본도 잘하고 있지만, 고객의 요구사항을 고려한 제품생산에 있어서 한국의 경쟁력은 높습니다. 조선산업만 보더라도 일본에서는 하나의 설계로 10척 이상을 만들고 싶어 하고 설계 엔지니어도 2,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한국은 현대중공업 한 곳에서의 설계 엔지니어만 2,000명 정도가 되며, 단 1척을 수주하더라도 요구사항에 맞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세계 1~7위를 한국기업이 자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같은 한국의 장점을 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커스터마이징을 더 빠르고 쉽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로봇’이라는 아이템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로,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로봇종합지원센터’가 기획된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로봇기술은 그 깊이가 얕은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에서 로봇을 연구하는 어떠한 랩이라도 젊은 교수라 하더라도 30~40년을 넘은 기술들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자기 기술뿐만 아니라 지도교수들을 통해 전달되어 깊은 뿌리를 만든 것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90년대 전후로 로봇시대의 암흑기로 로봇인력 양성도 부족하고, 로봇연구자들도 자동차산업으로 옮겨 연구하곤 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뿌리가 더욱 얕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5~6년을 로봇연구로 투자하고 있는데, 이를 가지고 어떻게 남들 30~40년 연구한 것을 따라잡겠습니까. 그래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본이 그러했듯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는데, 일본이 로봇산업을 어떻게 일궜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본은 로봇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움직인다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도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로봇기술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봇기술의 선진국인 미국과의 협력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국내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은지요.
지난 포럼 창립총회에서도 ‘원천기술 개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은 적절히 외부에서 도입해서 빨리 높은 단계의 기술수준으로 도약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원천기술을 빨리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쉬운 예로 형이 있는 동생이 빨리 배우는 것처럼 원천기술에 관해서는 미국을 형, 누나라 생각하고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그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을 산업화하여 수익을 높임으로써 미국이 우리와 협력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처음부터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기술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데, 처음부터 기술에 대한 비용을 낮출 수는 없습니다. 지금 그 기술을 따라가려면 지불비용의 10배, 100배의 돈이 들어갈 수도 있고, 또 그 비용으로 그들의 기술을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한편, 일본의 JETRA(한국의 KOTRA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는 지금 이 시간에도 또 다른 로봇기술을 찾고자 미국시장을 헤매고 있습니다. 원천기술을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것입니다. 로봇기술에 있어 선진국이라 하는 일본도 이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많이 뒤쳐져 있기 때문에 이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2007년 한해 교수님께서 가장 집중할 분야는 무엇이며, 로봇정책포럼의 회장으로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싶으십니까.
포럼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포럼 위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상반기에는 포럼의 기반을 잡고, 하반기에는 그동안 취합된 의견을 바탕으로 정책을 준비해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인한 평가는 사실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책 사이클이 월 단위가 아닌 연 단위로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아마도 그 이전의 일은 다 잊어버릴 것입니다. 다만 포럼을 시작한 후, 기업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자신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었다고 느끼며 과거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음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서서히 움직이는 정책의 특징상 서서히 움직이기 때문에 몇 년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교보생명 앞에는 ‘삶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고 남을 위해서 사는 연탄 한 장과 같다’라고 쓰여 있는데, 포럼을 통한 제 역할이 그와 같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내에 유사한 로봇관련 협회 및 기관들이 존재하고, 기존에 ‘로봇산업포럼’이라는 좋은 포럼이 있음에도 ‘로봇산업 정책포럼’이 생겨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여러 의견을 정책으로 반영하기 위함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로봇산업계의 ‘소리’에 집중하며 여타 다른 로봇기관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실제 로봇을 사용하게 될 소비자나 일반인들의 입장을 대변할 통로는 없기에 포럼위원들은 이를 담당할 분들 위주로 구성되었습니다. 단지 로봇기업들 중심이 아닌 로봇산업 전체를 보는 포 럼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기업인들에게도 이야기를 전할 통로로서 포럼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들을 기록 으로 남겨서 서서히 스며들게 함으로써 로봇시장과 환경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광운대학교 www.kw.ac.kr TEL.02)940-5158 FAX.02)94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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