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와 대중이 바라보는 로봇에 대한 시선 휴머노이드 로봇은 단순한 기계인가? 정대상 기자 2014-02-07 18: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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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HRP-4C를 개발한 연구자들이 대중이 받아들이는 로봇과 개발자가 생각하는 로봇의 괴리에 대해 자전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개발자들은 HRP-4C가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인간의 노력이 가미될 수밖에 없음을 밝히며, HRP-4C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의견을 밝혔다. 본지에서는 HRP-4C의 화려한 외관 뒤에 가려진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황을 HRP-4C 연구진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본다. 

일본의 로봇 연구자인 Terada와 Ito는 법칙에 기초해 기능을 발휘하는 기계를 보는 관점을 ‘설계 자세’로, 의도를 가지고 동작을 하는 사람이나 동물을 보는 관점을 ‘의도 자세’로 정의하고 로봇이 마음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갖춰야 할 특징에 대해 논의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중 하나인 HRP-4C를 개발한 그들은 로봇을 철두철미하게 설계 자세로 볼 수밖에 없지만, 의외로 많은 대중들은 이 로봇에 대해 의도 자세로 접근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단지 사람의 모습을 한 기계에 대해 사람들은 왜 과도한 감정을 이입하는 것일까.

인간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에서 개발한 158㎝의 HRP-4C는 배터리 포함 48㎏의 인간과 흡사한 여성형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HRP란 Humanoid Robotics Project의 약자로, 1998~2002년도에 일본 경제산업성이 5개년 계획으로 실시한 ‘인간협조 공존형 로봇 시스템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 로봇을 개발한 개발자들은 ▲인간과 가까운 외관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에 근접한 보행 동작을 하고 ▲음성인식 등을 이용해 사람과 상호 작용을 실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이버네틱 휴먼’으로 정의하고 있다. 

“HRP-4C를 사람으로 여기고 계십니까?” 
사이버네틱 휴먼 HRP-4C는 HRP-2C, HRP-3에 이어 개발된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서 2006년 예비 검토를 거쳐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설계를 진행, 2009년 3월 전신 동작의 소프트웨어를 완성했다. 

개발에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실제 인간에 가까운 프로포션을 가지면서 2족 보행을 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실현하는데 있었다.   
2009년 3월 16일 보도진 앞에서 가진 발표회에서는 2족 보행 및 음성 인식에 의한 놀라움, 미소, 노여움을 표현하는 간단한 데모를 시연했다. 결과적으로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보행했으나 그렇게 실망하는 인상을 주지 않았으며, 이는 외장 디자인을 맡은 회사의 뛰어난 균형 감각에 의한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발표가 끝난 후 연구진들은 “HRP-4C를 사람으로 여기고 있나”라는 대중들의 질문에 가장 큰 위화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아마도 질문자는 현실의 인간을 취급하는 것 같이 배려를 하면서 작업하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HRP-4C의 하드웨어를 취급할 때 감정 이입은 있을 수 없다. 가령 표정 제어용 서보모터가 소손되어 가발과 실리콘 고무의 얼굴 외피를 벗겨 두부 메커니즘 분해 작업 등을 하다보면 감정 이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진은 우스갯소리로 “졸릴 때 딱 한 번 이 로봇이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연구진이 지난 2010년 여름, HRP-4C의 얼굴 표정 동작 시험을 집중적으로 수행할 때였다. 이는 VOCALOID의 제어 파라미터를 인간의 음성으로부터 자동 생성하는 것으로, 표현력이 풍부한 가성을 합성하는 VocaListener의 기술을 추가해 비디오 화상으로부터 로봇의 얼굴동작을 합성하는 시험이었다.  

당시를 회고하며 연구진은 “근 한 달간의 고전 끝에 얼굴 모션 생성에 대한 희망이 보일 때 쯤이었다. 혼자 로봇이 ‘노래 부르기’를 할 때 실제로는 겨드랑이 밑에 위치한 스피커에서 음성이 나오도록 제작했었고, 목 윗부분을 곡에 맞춰 움직이게 하는 립싱크 시스템을 구동할 때, 수면부족으로 인해 순간적으로나마 마치 사람의 음성으로 로봇이 노래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미숙한 휴머노이드 로봇과 이를 인간으로 여기는 대중
HRP-4C 2족 보행 로봇은 2009년 데모 이후 계속 안정화제어계의 개선 및 새로운 안무 소프트웨어 개발, 능동 발가락 끝 관절의 추가로 보행 성능을 향상 시키고 있다. 그리고 패턴 생성 방식을 개선해 발가락 끝으로 체중을 지지하는 양상을 갖춰 어느 정도 인간에 가까운 2족 보행을 실현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지금은 로봇이 내방객을 향해 걸어가 절을 하고 자기소개를 한다. 이때 일본인 내방객 대부분이 절을 하게 되는데, 이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한다. 
2족 보행하는 HRP-4C에 대해 개발자들이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항상 개선해야 할 조작대상이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걷는 사람에 비해 2족 보행 로봇은 아직도 미숙하고 미세한 조정 잘못에도 로봇은 쉽게 넘어진다. 안전 끈 없이 보행 데모를 하기 위해서는 정성들인 리허설과 동작 확인이 필요하다. 이에 연구진은 “왜 인간은 불안하지 않게 두 발로 걸을 수 있는가를 묻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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