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한국자동차연구원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탈탄소화를 골자로 하는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 IAA) 초안을 2026년 3월 4일에 채택했다.
EU는 IAA를 통해 EU의 산업 리더십 강화, 일자리 창출, 탈탄소화와 투자 가속화를 추진하고, 2024년 14.3%로 하락한 EU GDP 내 제조업 비중을 2035년 20%까지 회복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법안은 유럽 의회 및 이사회 협상을 거쳐 2027년 이후 발효될 것으로 전망되나, 자동차 업계 등은 이미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IAA, 탄소중립 정책이 역내 제조업 강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자동차 산업은 이러한 역설이 가장 뚜렷한 분야로, EU는 2035년 배출가스 제로 목표 등을 통해 전기차 시장 확대를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분야에서 유럽산 점유율은 하락하고 배터리 등 주요 부품 공급망에서는 중국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기존 탄소중립 산업정책은 청정기술 생산기반과 핵심 원자재 공급망 보강에 초점을 두었으며, 낮은 구속력과 간접적 지원 방식으로 전기차 생산역량과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Made in EU’ 제품 수요를 유도하고, 역내 산업 기반 조성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공조달·공적지원 - 차량·주요 부품 및 원자재에 EU산 원산지 요건 부여
자동차 산업 관점에서 공공조달·공적지원 요건은 전기차 수요가 역외 생산 차량과 부품으로 흡수되는 것을 줄이고, EU 내 조립·부품·배터리 공급망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핵심 수단이다.
공공조달·공적지원 및 법인차량 지원 등을 받기 위해 전기차(BEV·PHEV·FCEV)와 소형 전기차(M1E) 생산 시 EU 역내에서 최종 조립해야 하고, 주요 부품의 EU 원산지 요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하며, 철강·알루미늄 등 자동차 소재에도 요건이 부여된다.
또한 소형 전기차(M1E) 및 핵심 부품 관련해서는 단계별 적용을 통해 신규 시장 및 공급망 성숙 전까지 차량의 급격한 비용 상승을 보완하도록 한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심사 요건 강화 - 단순 조립을 넘어 EU 내 실질 가치 창출을 요구
FDI 심사는 대규모 외국인 투자가 단순히 EU 내 조립공장 설립에 그치지 않고, 고용·R&D·조달·기술이전 등 EU 내 실질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다.
적용 대상은 투자액 1억 유로 초과·투자자 국적국이 해당 분야 글로벌 제조역량 40% 이상을 보유한 경우로, 자동차 산업에서는 중국 등의 전기차·배터리 투자가 주요 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EU가 전동화 공급망을 단기 내 자체 구축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여 외국의 자본·기술은 활용하되 단순 조립기지화를 막고 핵심 기술·부가가치가 EU 내에 축적되도록 하려는 취지이다.
산업가속화 지역 지정 - 원산지 요건을 뒷받침할 EU 내 생산 거점 확보
산업가속화 지역 지정과 인허가 절차 간소화는 원산지 요건 강화에 필요한 역내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충하고, 부품·소재 부족에 따른 비용 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이다.
회원국별 최소 1개 이상의 산업 가속화 지역을 지정하고 허가 중간 단계의 묵시적 승인 및 필수 인프라 연결 시 우선 심사 등을 통해 전략산업 프로젝트의 인허가 지연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배터리 셀, 양극재, 전동 파워트레인, 전자시스템, 저탄소 철강·알루미늄 등 IAA의 원산지·저탄소 요건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생산기반 확충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완성차·부품업계 간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원산지 요건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
IAA의 자동차 원산지 요건은 완성차 업계에는 조달비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업체별 생산 구조와 시장 전략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반면 부품업계는 IAA가 불공정 경쟁에 대응하고 EU 내 생산기반과 일자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자동차 공급망의 핵심 쟁점은 EU산 인정 범위·비중, 유예기간 설정 등이며, 완화된 기준 적용 시 완성차 업계의 조달 부담은 줄어들지만 부품업계가 기대하는 역내 생산 보호 효과는 약화가 예상된다.
IAA에 대한 국가별 입장은 글로벌 자동차 가치사슬에서의 위상에 따라 상이
IAA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에 가장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독일, 프랑스 등 EU 회원국 간에도 역내 생산 요건의 적용 강도를 두고 일부 이견이 존재한다.
한편 EU가 IAA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한국·일본 등 자유무역협정(FTA)·정부조달협정(GPA) 체결국 기업에 일부 기회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IAA는 유럽 자동차 공급망 재편을 이끌 분기점이나 비용 경쟁력 확보가 관건
IAA의 최종 강도는 EU가 역내 산업 보호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공급망 현실과 회원국별 이해 차이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핵심 조항이 일부 후퇴하더라도, 공공조달·공적지원과 원산지·저탄소 요건을 연계하려는 EU의 정책 방향성 자체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EU의 에너지·노동력·원자재·부품 조달 비용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도한 역내 생산 요건은 완성차 제조 비용 및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IAA의 실질 효과는 비용 절감 및 배터리·부품·소재 등의 생산능력 확충이 얼마나 병행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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