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태양광 업계 회복 흐름 속 공급망 재편 국내 태양광 소부장기업, 새로운 시장 공략 기회 모색 필요 김용준 기자 2023-02-27 09:54:14

독일 태양광 업계는 높은 대중국 의존도에 따른 우려 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2026년부터 연간 22기가와트(GW)의 태양 에너지 추가 생산을 위한 계획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이는 기존의 추가 확장 계획의 세 배에 이르는 규모이며, 이러한 태양광 업계의 회복세는 공급망 재편의 기회로도 작용할 전망이므로, 우리 기업 역시 독일 및 유럽 태양광 산업의 성장 수요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독일 태양광 산업의 대중국 의존도 리스크 부각

 

태양광 에너지는 현재 유럽 가정에서 가장 저렴하고 널리 사용되는 재생에너지원 중 하나이다. 최근 독일 연방 태양광경제협회(BSW)는 2022년 태양광 발전을 통해 7.5GW 전력이 공급되면서 독일 태양광 시장이 붐을 기록했던 2012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2022년 총 38만 개의 신규 시스템이 등록됐고, 독일에서는 총 61.9TWh(누계 기준)의 태양광 발전을 통한 전력이 생산됐다고 한다. 이 협회는 현재 시장 추세에 따라 2040년까지 태양광 발전이 EU 전력 수요의 최대 20%를 충당할 수 있으며, 개인 가정의 태양에너지 시스템의 확장을 청정에너지와 기후 중립성을 향한 중요한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독일 태양광 산업은 현재 위험한 의존 상태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태양광 산업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독일 태양광 산업 내 절대적인 중국 의존의 결과에 대해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데, 태양광산업 중국 의존도는 가스의 러시아 의존도보타 훨씬 더 크다.”고 밝히고 있다.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독일은 태양광 산업에서 전 세계 생산용량의 1%를 제공하는 반면, 중국의 생산 능력은 80% 이상이라고 한다. 특히 웨이퍼의 시장점유율은 96.8%에 이른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의 분석에 따르면, 태양전지 생산에 필요한 재료인 폴리실리콘, 잉곳 및 웨이퍼와 같은 모듈의 중간재, 완성된 태양 전지 또는 태양광 모듈 등 개별 부문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현재 68~95%에 이른다고 한다. 맥킨지의 컨설턴트는 “처음에는 유럽과 독일의 태양광 기업이 업계를 주도했으나, 현재는 중국의 태양광 기업이 여러 측면에서 전체 밸류체인을 지배하고 있다”고 전한다. 불과 15년 만에 중국의 태양광 기업은 300GW의 생산 능력을 구축한 반면, 유럽의 생산량은 2021년 기준 8GW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 세계 지역별 태양광 생산 비중(2021년 기준)(단위 : %) / 사진. Handelsblatt, 국제에너지기구(IEA)]

 

관계자에 따르면, 대중국 의존성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우려는 특히 지난 2022년 12월 말부터 가시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중국 상무부가 태양광 산업에 대한 새로운 수출 규제 제안이 포함된 목록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목록은 태양광 발전에 중요한 부품 생산을 위한 기계 수출에 대한 제한 사항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24개 태양광 기업에너지 전환을 위한 역내 태양광 생산 투자 의사 표명

 

최근 독일 태양광 기업 24개사는 독일 경제∙기후보호부에 보낸 서신을 통해 유럽 태양광 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을 세웠으며, “이러한 집중으로 인한 의존성은 독일과 유럽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주: 이 서신은 한델스블라트에 독점 공개됐다고 한다.) 

 

서명기업 중에는 E.on과 같은 에너지 대기업과 박커 헤미(Wacker Chemie), 에스엠에이 솔라(SMA Solar), 바이바 레(Baywa Re) 및 마이어 부르거(Meyer Burger)와 같은 주요 태양광 기업뿐만 아니라 엔팔(Enpal), 펠론(Pelion) 및 노르준(Norsun)과 같은 신생 기업도 포함돼 있다.

 

관련 기업들은 이제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독일 태양광 기업들은 정치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많은 태양광 에너지와 태양광 기술 생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독일 모듈 생산기업 부르거(Meyer Burger)*의 CEO 에어푸르트(Gunter Erfurt)는 “에너지 공급의 회복탄력성에는 우리가 현재 가스에서 고통스럽게 경험하고 있는 비용이 소요된다. 태양광 모듈에서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유럽은 이제 자체 생산 능력에 신속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주: Meyer Burger는 현재 중국에서 수출 제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태양광 부품 제조용 기계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현재는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는 서한을 통해 태양광 에너지는 독일 에너지믹스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며, 2026년부터 매년 22GW의 태양광 에너지 생산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전한다. 이는 기존의 추가 확장 계획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독일 정부, ‘태양광 패키지’ 지원 조치 예고

 

독일 경제∙기후보호부에서는 이러한 업계의 요청에 대해 현재 역내 태양광 생산 확장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제∙기후보호부 대변인은 아직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른바 ‘태양광 패키지’라는 명칭 하에 준비하고 있는 지원 방안에는 국가 차원의 안전장치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주: 독일 정부가 2023년 1월 30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향후 10년 내 독일 전력 공급에서의 태양광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는 현재(2022년 약 10.9%로 잠정 집계) 대비 세 배에 이르는 증가율이다.

 

한편, 독일경제∙기후보호부의 위임 하 수행된 독일에너지청(Dena) 분석 보고서에는 유럽 태양광 산업의 재건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독일 정부는 “적어도 유럽 태양광 산업의 성공적인 부흥을 위해 충분한 자본 가용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태양광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 가격에 대해서도 언급돼 있다고 한다.

 

아울러 지난 1월 26일 독일 하베크(Robert Habeck)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독일연방의회에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산업 확장 및 관료주의적 장애물 철폐를 위한 태양광 패키지 도입을 예고하며, 재생 에너지에 대한 민간 투자를 가속화하고 재정립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 하베크 장관은 2월 10일 개최된 독일 재생에너지협회의 ‘에너지 대화(Energiedialogs) 2030’ 행사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언급하면서 더 높은 자금 지원에 대한 거부 의사를 전하면서도 “연방주를 비롯한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확장사업이 보다 신속히 진행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재생에너지 부문의 보증 요구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다”고 밝히며, 머지않은 시일 내 태양광 지원 패키지 도입을 기대케 했다. 더불어 독일 사민당(SPD) 의회 그룹의 에너지 정책 담당관인 그레멜스(Timon Gremmels)는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중국의 태양광 모듈에 대한 훨씬 더 큰 의존도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 태양광 기업독일 및 유럽 내 생산 확충 및 밸류 체인 재구축 움직임

 

24개 태양광 기업의 서한에서 업계의 요구조건은 명확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독일재건은행(KfW)를 통한 투자와 관련해 계획 가능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부르거(Meyer Burger)의 CEO 에어푸르트는 “Dena를 통해 언급된 조치는 올바른 방향이나 이제 업계에서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그 대가로 독일과 유럽은 수십 개의 태양광 생산공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한다. 프레임워크 조건이 맞으면 이 회사도 이러한 공장 자체를 두 자릿수로 구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인다.

 

또한 독일 모듈 제조기업인 솔라바트(Solarwatt)의 CEO 노이하우스(Detlef Neuhaus)는 “우리는 여전히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 다시금 역내 설비 투자를 통해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지원 외에도 유럽 산업 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유럽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셀 생산을 증축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또 일부에서는 몬탄유니온(Montanunion)*과 같은 모델을 제안하기도 한다.

* 주: 공식 명칭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이며, 1951년 유럽 연합이 모든 회원국이 관세를 내지 않고 석탄과 철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조치이다.

전 폴크스바겐(Volkswagen) CEO였던 디쓰(Herbert Diess) 역시 이러한 산업 컨소시엄을 함께 구축하고자 하며, 태양광 밸류 체인을 따라 여러 공장에 150~200억 유로(20.7조~27.7조원)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이 아니라 초기 단계라고 한다.

 

이번 서한에 참가한 기업 중 다수는 지난 2년 동안 정기적인 생산량을 증가했다. 부르거는 지난 2월 초 노르웨이 웨이퍼 제조사 노르순(Norsun)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내년까지 태양 전지 생산을 3GW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의 에너지 그룹인 에넬(Enel)도 생산량을 3GW로 증산할 예정이며, 인버터 제조기업인 SMA Solar 역시 2024년까지 독일 내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고. 몇몇 회사는 여전히 유럽에서 자체 모듈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광 확장 계획으로 유럽 기업은 2025년까지 연간 15~20GW에 이르는 생산 용량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EU 집행위는 더 나아가 연간 30GW를 목표*로 삼고 있다.

* 주: 2022년 12월 EU 집행위는 산업체, 연구 기관, 협회 및 기타 관련 파트너와 함께 유럽 태양광 산업 연합을 출범시켰으며, 2025년까지 전체 가치 사슬에서 태양광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EU 제조 용량을 연간 30GW로 확대하고자 하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중국 리스크를 눈에 띄게 감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 기업은 일부 중국 기업이 유럽에 정착할 수 있도록 중국 태양광 생산 기업과 협의 중이며, 몇몇 중국 기업은 현지 생산을 위해 자체적으로 유럽 내 공장 설립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유럽 태양광 산업 재건에는 수십 억 유로가 필요로 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전체 가치 사슬이 유럽 내 구축될 경우 GW당 약 4억~10억 유로(5,500억~1.4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의 계획에 따르면, 이는 최소 250억 유로(34.6조원)의 투자를 의미하는데, CEO 에어푸르트는 “이는 지난 12개월 동안 유럽이 가스 공급 확보에 지출한 것의 일부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계획된 확장 목표와 관련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2035년 최대 4500억 유로(622조9000억 원)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며, 잠재적 수익도 예견되고 있다.

 

아직 중국의 새로운 수출 규정이 통과돼 발효되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있는 상태로 보인다. 독일 태양광 산업의 24개사는 역내 생산 확충에 대한 추가 요금에 대한 지불 의사도 밝히며, 보다 정치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고 적절한 형태로 보상받음으로써 유럽의 산업 입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주: 중국 수출 규정 관련 카탈로그는 2020년 8월에 업데이트됐으며, 현재 중국 정부는 수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연방 태양광경제협회(BSW)의 영업 대표 쾨르니히(Carsten Koernig)는 “코로나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 동안 중단된 공급망은 가능한 최고 수준의 기술 주권과 산업 자급자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고 전하고, “글로벌 위기에 대한 에너지 공급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럽 태양광산업의 르네상스가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태양광 기업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도전 고려 필요

 

이미 수년 전 한국 H사*를 중심으로 국내 태양광 기업의 유럽 진출 시도는 있었다. 그러나 독일 시장 내 보조금의 대폭 삭감과 더불어 현지 생산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데다 중국 기업의 덤핑 전략으로 독일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의 태양광 산업 기업이 빛을 발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 주: 2012년 한국 H 그룹은 독일의 태양광 기업 큐셀스(Q Cells)를 인수해 자회사를 설립했으며, 현재 유럽 내에서는 독일을 위시한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독일 태양광업계에서 불고 있는 역내 태양광 생산 확충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앞서 우리 기업도 새로 부상하는 독일 및 유럽 태양광 시장 내 소재, 부품 및 장비 시장을 타깃으로 한 시장 공략의 채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여전히 태양광 시장의 입지는 확고하지 않으나, 우리 정부의 탄소 중립 추진과 더불어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다. 우리 기업의 기술 노하우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점검해봐야 할 시점이다. 독일 태양광 업계가 다시 새로운 봄날을 맞게 될는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곧 공급망 재정비에 나설 독일 기업에 대한 납품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 볼 만하다. 이는 독일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기후 중립 또는 탄소 중립 노력과 더불어 한국 태양광 산업 수출에도 청신호로 작용하며, 고부가가치 소재 및 부품을 위시해 태양전지 핵심 장비 수출 성장을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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