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용 로봇산업의 가치사슬 단계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 국내 제조용 로봇산업의 발전 방향과 세부 정책과제 모색 윤소원 기자 2022-12-16 15:47:23

1. 서론
한국의 제조용 로봇산업은 2008년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제정해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 이후, 2009년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을 수립해 R&D, 실증, 보급, 인력양성 등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육성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로봇산업 지원정책과 함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기반한 생산 현장에서의 높은 로봇 활용도에 힘입어 우리나라 로봇산업은 2021년 기준 로봇 수요 세계 4위, 로봇밀도 세계 1위 위상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모터를 비롯한 일부 구동부품의 국산화율 향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고정밀 감속기를 비롯한 핵심 부품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고, 독일, 일본 등 글로벌 기업 대비 기업 규모 및 기술개발 역량이 부족하며 국내 수요 기반 역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제조용 로봇산업의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개선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세계 제조용 로봇 판매 동향


이에 본지에서는 R&D-조달-생산-판매 후 시장-수요 단계로 이어지는 제조용 로봇산업의 가치사슬 구조와 특징을 살펴보고, 일본, 독일, 미국, 스위스, 중국 등 제조용 로봇 주요국과의 경쟁력을 비교해 가치사슬 단계별 경쟁 우위에 기반한 국내 제조용 로봇산업의 발전 방향과 세부 정책과제를 모색하고자 한다.

 

2. 제조용 로봇산업의 주요 현황
(1) 산업의 특징 및 트렌드 변화
로봇은 인간을 모방해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로 정의하며, 국제로봇연맹은 로봇을 그 용도에 따라 제조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제조용 로봇은 최종 완제품의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의 구매·조달부터 조립, 검사, 출하까지 산업 제조 현장 전 공정에 적용돼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로봇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자동차, 전기·전자 등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 제조 생산 현장에 광범위하게 보급돼 이미 시장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태로 수평·수직 다관절 로봇, 용접, 페인팅 로봇과 같이 작업자가 수행하기 어려운 고난도, 고위험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포함하고 있다.

 

협동로봇 판매 증감률 및 비중 추이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전자 상거래 혁명과 비대면·온라인 수요 확대에 따른 소비자들의 개인화 서비스에 대한 요구 증대에 부응하기 위해 배송, 물류, 방역, 접객 등 전통 제조업 분야가 아닌 새로운 산업에서의 제조용 로봇 도입 요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도·소매업, 요식업, 숙박업 등 코로나 이후 가중되고 있는 대인 서비스 업종에서의 인력난 문제를 로봇 도입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의 서비스 제공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무인화 시스템 구축 및 대여, 리스 서비스 등 관련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2) 세계 제조용 로봇산업 동향
2021년 기준 세계 제조용 로봇 신규 판매 대수는 51만 7,385대로 전년 대비 31.4% 증가하며 2018년에 기록한 역대 연간 최대 판매 실적을 경신했다. 한편,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협동로봇은 전년 대비 49.6% 증가한 3만 8,956대가 보급됐으며, 전체 제조용 로봇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6.6%에서 2021년에는 7.5%로 0.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용 로봇 시장은 중국, 일본, 미국, 한국, 독일 등 5개 국가가 전 세계 제조용 로봇 판매의 78.3%를 점유하고 있다. 지역별 시장 규모를 비교해 보면, 중국이 전체 제조용 로봇 시장의 절반이 넘는 26만 8,000여 대를 판매하면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일본, 미국, 한국, 독일 순으로 집계됐으며, 한국은 판매 대수 기준 세계 4위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국 제조용 로봇 판매 현황(2021년)


3. 제조용 로봇산업의 가치사슬 구조 및 현황
제조용 로봇산업의 가치사슬은 R&D·설계, 조달, 생산, 판매 후 시장·서비스, 수요 등으로 구성돼있으며, 가치사슬 내 부품·SW 조달 단계가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특히 원가 비중이 높은 구동, 제어, 센싱 등 핵심부품의 기술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이 완제품의 성능과 경쟁력을 좌우한다. 로봇 완제품 생산기업을 중심으로 후방산업은 부품산업과 SW산업이 해당하며, 전방산업은 시스템 통합과 같은 판매 후 시장·서비스 분야와 수요산업으로 구성돼있다.


제조용 로봇의 R&D 및 설계는 대학 및 정부출연 연구소, 로봇기술개발 전문기관에서 개발된 기술을 벤처, 창업 및 생산기업 내 연구소로 이전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연구개발 인프라와 인력을 보유한 로봇 전문 제조업체의 경우 회사 내 별도의 연구부서 및 연구소를 통해서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용 로봇의 조달 단계는 로봇 부품과 SW로 구분되며, 부품 기술력이 완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조달 단계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 제조용 로봇 생산은 로봇 부품과 SW를 이용해 제조용 로봇 완제품을 제조하는 단계를 의미하며,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공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조용 로봇산업의 가치사슬 구조


제조용 로봇의 판매 후 시장에 해당하는 시스템 통합은 완성된 제조용 로봇을 수요처가 원하는 자동화 환경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로봇 적용 시뮬레이션, 공정설계, 공정작업 등 로봇 생산시스템을 구현하는 전 과정으로, 다이나믹오토메이션(미국), 로보웍스(미국), 게쿠오토메이션(영국)과 같은 자동화 솔루션 전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ABB, KUKA와 같은 글로벌 로봇 제조기업들이 로봇 완제품과 함께 자체 운영 플랫폼 및 관련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제조용 로봇은 제조 현장에서 생산, 출하 등 공정 내 유형에 따라 자동제어, 재프로그램이 가능하므로 자동차, 전기·전자, 금속 등 모든 제조업이 수요산업에 해당된다. 특히 자동차산업에서는 주로 용접, 도장, 판넬 핸들링 분야에 활용되고 있으며, 전기·전자산업에서는 금속 하우징 절단부터 접착제 도포, 표면 연마, 완제품 포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4. 제조용 로봇산업의 경쟁 우위 진단 결과
제조용 로봇산업의 경쟁 우위 진단은 가치사슬 단계별 주요 경쟁 우위 요소와 세부 평가지표를 설정하고, 로봇 분야 산·학·연 전문가 12인을 대상으로 제조용 로봇 공급·수요 선도국가에 해당하는 일본, 독일, 미국, 스위스, 중국과의 경쟁 우위를 비교했다.


경쟁 우위 진단 결과, 우리나라 제조용 로봇산업의 종합 경쟁력은 73.8점으로 일본, 독일 등 세계 최고 선도국가의 91~93% 수준으로 평가됐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종합 점수 96.8점으로 가치사슬 모든 단계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으며, 뒤를 이어 독일, 스위스, 미국, 한국, 중국 순으로 조사됐다.
 

제조용 로봇산업의 가치사슬 단계별 경쟁 우위 종합

 

일본과 독일은 2020년에 이어 2021년 조사에서도 제조용 로봇 종합 경쟁력 1위와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스위스는 R&D·설계 및 조달 부문에서 미국보다 경쟁력이 높게 평가돼 2020년 종합 경쟁력 4위에서 2021년 3위로 한 단계 상승했고, 한국은 근소한 차이로 중국을 제치고 2020년 6위에서 2021년 5위로 상승했지만, 선도그룹인 일본, 독일과는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경쟁력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제조용 로봇산업 종합 경쟁력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보다 열위로 평가됐으나, 세계 최대 로봇 시장의 탄탄한 수요 기반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육성정책 추진에 힘입어 이제는 우리와 대등한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평가됐다. 


가치사슬 단계별 평가 결과, 한국은 부품·SW 등 조달 부문의 경쟁력이 67.2점으로 제조용 로봇산업 가치사슬 단계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제조용 로봇의 핵심부품 국산화율은 41% 수준으로 전반적인 조달 경쟁력은 일본, 독일 등 선도국 대비 열위인 것으로 평가됐다. 독일, 일본, 스위스는 로봇 핵심부품 및 제품 관련 세계 최고 기술력과 안정적인 자체 부품 조달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고정밀 감속기 등 핵심 부품에 대한 일본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내수시장의 제약으로 공급망의 안정성과 우수성 모두 열위로 조사됐다. 


생산 단계의 경쟁력은 72.9점으로 최고 경쟁력 보유국가인 일본의 91%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제조용 로봇 기업들은 중소·중견의 기업 비중이 높아 선도국과 비교해 생산기술력이 미흡하고, 핵심부품의 해외의존도 역시 높아 제품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반면, 일본·독일 로봇 기업들은 오랜 업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심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해 부품 및 완제품의 원가경쟁력 또한 확보하고 있어 공급역량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제조용 로봇 판매 후 시장·서비스 분야에 해당하는 시스템 통합 단계의 경쟁력은 80.5점으로 세계 최고인 일본, 독일의 94%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시스템 통합 기술력은 우수한 편이지만, 대부분 중소기업 규모이고 로봇 응용 및 시스템 통합 분야의 핵심기술이 미흡해 로봇 솔루션 공급역량이 선도국 대비 열위로 평가됐다.


마지막 수요단계에 대한 한국의 경쟁 우위는 일본, 독일, 중국, 미국, 스위스에 이은 73.4점으로 평가됐다. 독일은 제조업 기반 국가로서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은 내수 규모도 우수하고 완제품 및 핵심부품의 기술·가격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어 수요 기반에서도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전 세계 제조용 로봇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로봇 수요국이며, 최근 들어 고임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력 부족과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전기·전자산업을 중심으로 로봇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 중에 있어 높게 평가됐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 전기·전자 등 제조용 로봇의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는 로봇밀도 세계 1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선도국 대비 내수 규모가 작아 수요 기반이 취약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인지도 부족으로 수요 단계의 경쟁력 역시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5. 정책 방향 및 추진 과제
제조용 로봇산업의 가치사슬 단계별 경쟁 우위 진단 결과 우리나라는 가치사슬 모든 단계에서 독일, 일본 등 선도국과 경쟁력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조달과 수요 부문에서 경쟁력 격차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한국 제조용 로봇산업의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가치사슬 전반의 강건성 확보를 목표로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토대 마련이 필요하다.

 

(1) 통합적 R&D 투자전략 수립을 통한 제조용 로봇 종합 경쟁력 확보 
우선 원천기술에 대한 중장기적 지원을 통해 R&D 종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표준 및 인증체계 등을 연계한 R&D 단계별 집중적인 투자 개발과 관리가 필요하다. 분산돼있는 R&D 투자재원을 연계해 ▲수요 중심의 R&D ▲시장 진입을 고려한 상용화 개발 ▲수요처와 공급기업 중심의 검증과 실증 ▲보급 확산 등을 단계별로 지원해 R&D 개발이 상용화에 실패해 사장되지 않고 시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로봇 부품 기술력은 완제품의 품질 및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에 조달뿐만 아니라 생산 단계의 가치사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로봇 부품의 경쟁력 확보가 긴요하다. 국산 로봇 부품 및 완제품의 품질 확보와 양산을 위해서는 제조용 로봇의 대규모 수요를 담당하는 대기업과 로봇 부품·완제품 생산기업이 함께 생산 공정에서 직접 개발제품의 성능과 품질을 평가·검증해야 한다. 또한, 수요처의 요구 수준을 충족하는 신뢰성 있는 제품이 조기에 시장에 출시돼 양산체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증 및 보급사업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2) 전략적 해외시장 진출방안 모색 
수요 단계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통한 수요 기반 확대가 필요하다. 국내 제조용 로봇 시장은 여전히 내수가 작기 때문에 로봇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 수요처를 발굴하고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수요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중국 로봇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한국을 위협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 로봇 시장인 중국에 대해 한국이 경쟁 우위를 갖는 기술과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 들어 로봇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인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세안 신흥국가로의 수출 다변화 전략 또한 추진해야 할 것이다. 

 

(3) 로봇 전문기업 육성을 통한 제조용 로봇 공급역량 강화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선도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글로벌 수준의 혁신역량을 갖춘 로봇 전문 기업 육성이 시급하다. 기술 역량이 부족한 국내 기업은 우수한 기술력과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과감하고 적극적인 M&A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보다 로봇 기술 열위 국가로 평가받던 중국이 2016년 세계 3위 제조용 로봇 기업인 독일의 KUKA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의 적극적인 M&A 전략을 통해 단기간에 기술경쟁력 확보에 성공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중소·중견기업도 독자적인 기업 인수 및 R&D 투자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기업-중소기업, 산-학-연 기술 교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R&D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4)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한 선제적 규제 개선
로봇산업을 포함한 신사업 분야의 산업화 촉진과 조기시장 창출을 위해서는 규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첨단 ICT 융복합 기술이 제조용 로봇에 적용되면서 단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고난도의 정교한 작업 수행이 가능한 첨단 제조용 로봇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로봇의 활용 영역 또한 제조 현장에서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제들이 시장 확대와 새로운 비즈니스 진출에 장애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로봇활용 서비스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 로드맵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며, 기 발굴된 규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로봇 활용 현장에서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새로운 규제를 범부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발굴해 해소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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