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압 인버터 시장은 단품과 판넬 타입을 합해 약 2천5백억 원 안팎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이 된다. 이 시장에는 국내업체인 LS일렉트릭이 HVAC 시장에서만 40%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 저압 인버터 업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미쓰비시 및 야스카와전기와 같은 일본업체들과 ABB나 지멘스, 댄포스, 보쉬일렉트릭과 같은 유럽업체, 로크웰 오토메이션과 같은 미국업체들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인버터 업계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상반기는 대부분의 업체가 어려움을 겪다가, 하반기부터 시장의 설비투자 심리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일부 업체는 성장, 일부업체는 전년도 수준의 매출을 확보하는 성적표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저압 인버터는 모터의 속도와 토크 제어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넘어 에너지 효율과 커넥티비티(Connectivity)가 주요한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으며, 모터의 상태 파악은 물론 고장예측 등, 원격 진단을 위한 IoT 연결을 위해 과거에 비해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통신 연결은 물론 상태 센싱 등의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7개 주요 저압 인버터 업체의 기술 및 영업 행보를 취재했다.
선박 전기추진선과 리튬 배터리, 물류 시장 인버터 업계 수요처로 부상
ABB 박성열 차장은 지난해 저압 인버터 시장은 ‘혼돈’과 ‘기대’라는 상반된 두 단어가 공존한 해였다고 평가한다.
COVID 19의 영향으로 해외수출이 급감해 수출기업 중심으로 장비업체들의 어려움이 컸으며, 해외 EPC 프로젝트가 줄줄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고 국내 건설경기도 저조한 가운데, 식음료와 물류 시장이 확대되는 한편, 정부 주도의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에너지 효율화의 대표제품인 인버터가 부상했다는 것이 박 차장의 의견이다.
또한, 선박시장에서 에너지 효율 증대와 전기추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버터 적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것도 지난해 저압 인버터 업계의 특징으로 꼽힌다.
댄포스코리아의 심항수 팀장은 “축 발전기 기반으로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추진 선박에서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함으로써, 지난해 부정적인 경기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시장 역시 인버터 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이 시장을 놓고 벌이는 공급업체들의 경쟁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멘스 가현석 부장은 “상반기부터 배터리 및 물류 산업에서 비즈니스 성장을 주도했으며, 배터리 사업은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가 되는 가운데, 지멘스 제품도 해외 및 국내에서도 적용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의 쾌주(快走)...국산 자동화기기의 가능성 보여줘
대표적인 저압 인버터 업체인 LS일렉트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의 설비투자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자사 인버터 사업이 전년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나름대로 선전한 결과를 낳은 것으로 자평했다.
LS일렉트릭 최인식 실장은 자사는 반도체 시장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2차전지 소재산업 수주 확대로 포스코 케미칼, 현대모비스, SK이노베이션 등의 고객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을 중요한 성과로 꼽고,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광주 신공장 구축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해외 메이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완성차 시장에서의 국산화 적용이라는 의미 있는 비즈니스 성과를 이루었다고 피력했다. 국산 자동화기기의 희망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최 실장은 “국내의 장비 산업 발달로 해외에서 도입되던 설비들의 국산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로써 당사의 시스템 드라이브 시장 진출의 기회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당사의 솔루션에 대한 자신감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며, 제지, 철강 분야의 인라인 설비부터 친환경 선박, 자동화 물류 등의 엔지니어링 기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함으로써, 범용 위주의 시장에서 하이엔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더할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LS일렉트릭 인버터 제품군(사진. LS일렉트릭)
IoT를 위한 센서 역할은 물론, 엣지(Edge) 레벨의 상태 점검 및 진단의 기능까지 요구
인더스트리4.0이라는 트렌드는 인버터에도 예외없이 영향을 주면서 각 공급업체들은 예지보전과 같은 기능 구현에 주력하고 있다.
LS일렉트릭 최 실장은 “고객의 니즈가 과거 퍼포먼스 위주의 기술 중심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한 고효율 모터 제어 기술 및 IoT 연계를 통한 유저 편의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디지털 트윈 및 빅 데이터를 이용한 예지 보전과 구독 경제의 대두는 저압 인버터 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버터에 보다 똑똑한 성능이 요구되고 있으며, 단순 제어의 수준이 아닌 IoT를 위한 센서 역할은 물론, 엣지(Edge) 레벨의 상태 점검 및 진단의 기능까지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 최 실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댄포스는 마이드라이브 커넥트(MyDrive Connect)라는 앱을 통해서 모터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한편, CBM(Condition Based Monitoring 상태기반감시)이라는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제공하고 있다.
로크웰 오토메이션에서는 인버터가 설치된 주변온도를 스스로 알아서 측정하고. 입력전압의 변동이나 DC버스의 변동, PWM 주파수, 온도는 얼마나 되는지, 전류 스트레스는 얼마나 되는지 30일 동안 시뮬레이션을 하고 나서 해당 부품의 수명을 예측하는 식을 만들어서 유저에게 부품 교체수명주기를 알려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 ABB에서는 원격 제어와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ABB Ability 디지털 솔루션으로 모터의 스마트센서, 인버터의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와의 통신을 통해, 제품의 건전성을 확인하고, 성능에 변동이 있다면 사용자에게 알람을 주어 사용자가 문제 발생 이전에 조치할 수 있도록 사전 예방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안에 ABB Ability 모바일 연결 플랫폼을 출시해, 복잡한 연결 인프라 없이 스마트폰 전용 어플과 블루투스 제어 패널만으로 사용자에게 온라인 기술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멘스는 개방형 클라우드 기반 IoT 운영체제인 MindSphere에 자사 드라이브의 파라미터를 개별적으로 구분할 수 있고, 저장 가능한 SINAMICS CONNECT 300 장치를 제품라인업에 추가했다. 이 장치는 통합 웹 서버를 통한 포괄적인 시운전 및 서비스 관리를 포함하며, 이는 매우 구체적인 요구사항에도 불구하고 구성을 단순화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와 관련한 통합이나 연계솔루션 부각
이처럼, 앞으로 저압 인버터의 기술 트렌드는 스마트 팩토리와의 연계성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로크웰 오토메이션의 김상균 부장은 “인버터 단품에 대한 기술은 어느 정도 평준화가 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될 기술은 없고, 결국은 스마트 팩토리와 관련한 통합이나 연계솔루션이 점점 중요하게 부각이 되고 있다. 하드와이어링보다는 EtherNet/IP로 통합이 되면서 단계적으로 스마트 솔루션이 확장될 수 있는 기술들이 트렌드로 부상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저하모닉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인버터나 UPS, EC Fan 등 비선형 부하 기기가 현장에 많이 적용됨에 따라, 고조파에 대한 국내 규정 또한 강화되고 있다. 고조파로 인해 문제가 야기될 경우, 입력 네트워크 품질이 저하되고, 변압기, 케이블 등 각종 기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버터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유저들이 하모닉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해, 향후 대용량에서는 저하모닉 제품이 표준화 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ABB는 산업용 인버터부터 HVAC용 인버터까지 초저하모닉 인버터 라인업을 확대했다. 입력측 정류부에 인버터부와 동일한 IGBT를 적용하고 LCL필터를 추가로 내장함으로써, 고조파를 3% 이하로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별도의 필터 구성없이 간편하게 단일 모듈화 된 초저하모닉 인버터를 적용하여 판넬 제작 및 유지보수가 간편해지고, 공간 절약은 물론 비용 절감까지 기대할 수 있다.
또,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고효율 인버터 및 회생형 인버터의 적용 확대가 예상되는 한편, 선박시장의 회복과 전기추진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버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인버터에 모션(Motion) 기능이 탑재되면서 서보와 인버터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보쉬렉스로스 코리아 이준영 사업부장은 “지금은 인버터가 이미 서보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단지 제품의 가격 차이만 있다. 그런데 일반 서보 가격도 낮아지는 추세고, 인버터의 기능도 서보 쪽으로 가다 보니까 양쪽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특정 어플리케이션 전용 제품 개발 주력
시장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단순한 범용 인버터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게 되면서, 야스카와전기나 LS일렉트릭 등의 업체는 특정 어플리케이션 전용 제품으로 매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야스카와전기 이응호 팀장은 “과거에는 인버터는 단순하게 모터 제어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고객들의 요구사항이 올라가다 보니까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증가되고 있는 추세라서, 이 부분이 개선되고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한다.
한편, 현재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고효율전동기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규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면서, 고효율 모터 제어 및 인버터 자체 효율 강화 등 이를 위한 인버터의 준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VFC3210(사진. 보쉬렉스로스 코리아)
신제품 출시 계획도 ‘빼곡’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해 인버터 공급업체들의 신제품 출시계획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G100시리즈를 출시한 LS일렉트릭은 차기 제품으로는 300시리즈를 계획하고 있다. 이 제품은 이 회사의 기존 iS7과 iV5를 대체할 차세대 제품으로, PM모터 및 SynRM(Synchronous Reluctance Motor) 등 고효율 모터 제어 기술은 물론, V/F, Sensorless, Sensored 제어기술을 탑재되어 출시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중에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ABB는 유심칩을 통해 모바일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하여 인버터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한 IoT제어 패널을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저전력 광대역 무선통신(LPWA) 및 모바일 네트워크와 공존할 수 있는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기술을 적용해 클라우드 베이스의 ABB Ability 플랫폼을 활용한 인버터 상태 모니터링 및 원격 지원이 가능하다. 또 최근 모터 분야에서 최상위 효율인 IE5급의 PM(영구자석형) 모터 적용 확대에 따라, ABB는 연내에 인버터와 PM 모터가 결합된 최적의 패키지형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소형 범용 인버터인 ACS180 시리즈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
지멘스는 범용 인버터 2세대 버전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통합 자동화 TIA Portal 시스템에 고객이 요구하는 Digitalization을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야스카와전기는 어플리케이션별로 특화 대응이 가능한 모델을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다. CR700은 크레인용, LA700은 엘리베이터용, G400은 J1000의 후속모델로 나올 예정으로, 이를 통해 야스카와전기 인버터의 완전한 세대교체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