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기업보다 로봇시스템 구축하는 기업 지원하는 정책이 로봇시장 연다!
●●올 한해 ABB 코리아 로봇사업부에서 꼽는 사내/외적인 가장 큰 뉴스는 무엇이었나.
우선 내부적으로는 1차 벤더들을 통해 기아자동차 조지아공장의 프레스 자동화 부분 100%를 수주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또, IHI 러시아 합작회사인 AAT에 들어갈 프레스 라인에 ABB 로봇이 최초 선정되었다는 소식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규 거래처를 통해 200여대의 용접 로봇이 판매될 수 있었던 점들이 올 한해 ABB 코리아에게 큰 뉴스였다고 본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사업 환경이 어렵지 않았나 싶다. 투자도 지난 2007년에 비해 적었고, 환율문제도 힘들게 했다. 연초부터 계속 올라가던 환율이 10월 즈음해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이로 인해 비용부담이 커졌고, 수입업체들은 고통스러웠을 것으로 본다.
●●언급한대로 고환율로 인해 해외 로봇기업에게 불리한 상황이라고 한다. ABB가 느끼기에도 그러한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겠다. 하나는 ‘환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로 환 헤지를 하되 타이밍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수요자 입장에서 이렇게 환율이 높은데 투자를 하느냐’는 망설임으로 투자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야말로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ABB는 그 영향이 덜한 편이다.
●●ABB 코리아의 성과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로봇대수로만 보면 10월 말에 이미 2007년 실적보다 11%를 상회했다. 금년 말이 되면 약 30%의 성장을 예상할 수 있다.
●●어렵다고 하는 올해의 실적이 워낙 높아 내년의 목표치는 낮출 수밖에 없겠다.
결코 낮출 생각이 없다. 여러 가지 위기상황이라고 하지만 로봇산업은 국내 경기 및 GDP와 항상 비례하지 않았기에 내년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즉,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성과가 좋았을 때도 있고, 경기가 좋을 때 성과가 좋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로봇이라는 것은 일이 잘 안될 때 더 잘해보겠다는 의지로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어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기업이라면 꽤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ABB의 경우 다양한 산업에 분산되어 있어 경기와 비례하는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경기와 상관없이 내년은 2009년의 목표대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전체적인 시장분위기는 어떠한 것 같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은 듯하다. 결국 시장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울타리가 있기 마련인데, 어느 한 곳이 많이 차지하면 다른 곳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파이가 커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ABB가 성장한 만큼 어려워진 로봇기업들이 있으리라 본다.
●●그래도 불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시기에 맞는 전략이 준비되어 있나.
ABB는 비교적 대처를 잘하는 편이라고 본다. 지금은 많이 안정화되었다. 이 같은 문제에 있어 ABB 코리아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환율에 대한 추측성 운영을 하면 안 된다는 등의 기본 원칙에 따르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는지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평상시 같으면 리스크가 조금 있더라도 인맥을 통해 받아주는 기업들도 무리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겠지만, 경기 및 자금유동성이 안 좋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좋은 이유가 된다. 문제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ABB 코리아의 2008년 매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로봇모델은.
페이로드 175~185kg 정도의 6640 계통의 모델들이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렸다. 이 모델은 스폿용접이나 핸들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하이레벨 범용 모델로, 매년 총 판매 대수의 70%를 차지하여 ABB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스폿과 핸들링, 프레스, 파운드리 분야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소형로봇은 대응하지 않나.
우선 큰 시장을 갖고 있는 아크용접 부분에서는 할 일이 많은 듯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고, 내년 중순이면 3kg 소형로봇이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자산업을 타깃으로 개발되었으며 웨이퍼 핸들링, 핸드셋 제조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이 3kg 소형로봇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요청으로 개발된 것으로 전자산업 발전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09년 로봇에 있어 주목받을 산업은.
우선 ABB는 내년에도 괜찮을 것이라 본다. 산업으로 보면 솔라셀과 풍력 등 신에너지 산업에 새로운 시장이 기대되는데, 풍력 분야에서 프로펠러의 단조, 핸들링, 디버링, 페인팅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콘트롤을 응용한 연마, 절삭 분야와 3차원 비전을 활용한 Random Bin Picking 등도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리드로 인해 로봇 붐이 있었지만, 기업에게는 지원이나 관심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듯하다. 2009년 로봇정책을 제안한다면.
국내 로봇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본다. 단지 로봇을 하나의 제조부품으로 생각하던 것을 넘어 이를 활용해 생산성, 제품 경쟁력, 효율성, 그리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모든 로봇시스템에 대한 지원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
로봇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는 로봇을 적용하는 고객들에게 지원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금액에 대한 세금환급이나 세제지원, 저리의 자금지원 등 로봇시장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국가경쟁력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기에, 이 같은 환경이 조성되도록 정부에서 좀 더 신경써주셨으면 좋겠다.